자율규제란 이름의 방치 속에 결국 기사형광고 1만 건 시대가 왔다.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와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14일 개최한 ‘기사형 광고 실태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편도준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기획실장은 “올해 기사형 광고 심의 건수는 11월 말 기준 9926건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기사형 광고 추이를 볼 때 금년에 가장 많은 건수가 나올 것”이라 밝혔다. 

앞서 미디어오늘이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2020년 기사형 광고 심의를 전수 조사한 결과 한 해 동안 심의기구가 찾아낸 기사형 광고는 6979건이었다. 올해는 전년 대비 3000건 가까이 폭증한 셈이다. 대부분 광고 명시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기자 바이라인과 같은 오인유도 표현금지 조항을 위반한 결과다. 일간신문 등 오프라인 매체 118종만 대상으로 심의한 결과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실제 뉴스수용자들이 체감하는 기사형 광고 건수는 훨씬 많다고 봐야한다. 

최근 3년간 언론중재위원회의 기사형 광고 시정 권고 건수 역시 2019년 132건에서 2020년 157건, 2021년 11월30일 기준 179건으로 증가세다. 언론중재위는 기사형 광고 폐해가 가장 심각한 의료분야만 심의하고 있다. 지난달 연합뉴스가 기사형 광고로 포털에서 퇴출되며, 언론계 다수의 ‘미필적 무관심’ 속에서도 기사형 광고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국회도 관심이 있다. 이날 토론회도 더불어민주당 김승원‧민병덕‧유정주‧이재정 의원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후원했다. 하지만 아직 입법적 변화는 없다. 편도준 실장은 “의료, 의약품,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광고는 심의를 받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원하는 내용을 모두 실어주는 기사형 광고는 이러한 의무 절차를 피할 수 있는 편법”이라며 우려했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기사형광고 본질은 광고 은폐하는 기망행위”

‘기사형광고 1만 건 시대’, 당장 필요한 건 법 개정과 법 개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다. 

이날 발제를 맡은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소속 류신환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기사형광고 불법성의 본질은 기사가 주는 신뢰성을 활용하기 위해 광고라는 사실을 은폐한다는 기망 행위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행 법제상 기사형 광고를 직접 제재하는 법령은 없다. 신문법 등에서 기사와 광고를 명확하게 분리하라는 의무 규정만 둔 채 광고주 기업, 광고대행사, 언론사 자율에 맡겨두었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현재 21대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다. 광고주에게 기사와 광고를 구분해 광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표시광고법 개정안(홍성국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이명박 정부 시절 삭제된 기사형 광고 2000만 원 이하 과태료 조항을 부활시키는 신문법 개정안(이수진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이다. 

류신환 변호사는 “표시광고법 개정안은 직접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사형광고를 규율하도록 하는 안으로 실효성이 클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면서 “연합뉴스 사태에서 시민단체가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연합뉴스를 고발했음에도 공정위는 ‘기사형광고는 공정위 규율대상이 아니다’라고 회신했다”며 “공정위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공정위가 기사형광고 일반을 규율하면 일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 기사형 광고 실태 개선방안 토론회 모습.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14일 국회에서 열린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 기사형 광고 실태 개선방안 토론회 모습.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주용 언론중재위 심의1팀장은 “홍보성 기사와 기사형 광고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많다”며 “결국 금전적 대가가 오고 갔는지 여부로 구분할 텐데 연합뉴스 사태처럼 내부자 제보 내지 폭로나, 공정위 같은 국가기관의 조사 내지 수사가 아니고선 (금전적 대가는) 밝혀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주용 심의1팀장은 “신문법이 개정돼 20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경우 언론은 문제의 표현물에 대해 기사형 광고가 아닌 홍보성 기사라고 주장하면서 언론의 경제활동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면서 “과태료 부과를 위해선 규제 주체에게 광고주에 대한 조사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표시광고법과 신문법 개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한편 류신환 변호사는 기사형 광고 법적 규제 논의가 활발하지 못한 이유로 “기사형 광고의 본질을 기업과 언론사가 공동 개발한 마케팅 기법의 하나로 이해하고 있는 인식”과 “기사형 광고로 인한 피해가 사회적으로 확연하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독일에선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화는 행위도 ‘위장광고’로 판단하는 판례도 나오는 데 반해, 한국의 대응은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 셈이다. 

결국 법 개정이 힘을 얻기 위해선 이 같은 인식의 변화와 함께 기사형 광고의 폐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언론계에 만연한 ‘저열한 수익모델’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류 변호사는 “연합뉴스 사태를 계기로 기사형 광고를 퇴출하고 수준 높은 저널리즘과 건강한 언론 생태계를 되살리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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