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월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한 용혜인 의원. 사진=용혜인 의원실
▲ 지난해 4월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한 용혜인 의원. 사진=용혜인 의원실

기본소득당은 원내정당 중 유일하게 단일 의제를 당명에 넣은 곳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며 기본소득도 큰 주목을 받았다. 용혜인 새진보연합(옛 기본소득당) 의원은 국회에서 처음으로 기본소득 탄소세·토지세 등 법안을 발의하며 기존 산업사회의 세금체계 대신 심화하는 불평등과 기후위기에 대처방안으로 기본소득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지난 7일 미디어오늘과 용혜인 의원 인터뷰 일문일답. 

-기본소득이라는 단일 의제로 만든 당명이 사라져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다. 고민이 많았을 텐데.

“기본소득당이란 당명을 2017년부터 주장했고 2020년 1월 기본소득당을 창당했다. 정말 의미가 남다른 당명이다. 새진보연합은 연합정당의 이름이기 때문에 플랫폼으로서 임시 당명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그럼에도 당원들의 아쉬운 마음도 많이 확인했고, 기본소득 하자고 모였는데 이름을 내려놓는다는 건 사실 모든 걸 다 내려놓겠다는 의미였다. 기존의 진보가 방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새로운 대한민국을 제시하기보다 지엽적이고 구체적인 얘기만 해서 차별성을 보이지 못했다. 디테일은 협력해 변화를 만들고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큰 그림은 다르기 때문에 정당이 따로 존재할 수 있다. 진보정당이 수용하지 못한 기본소득이 진보 영역으로 들어온 건 큰 변화라고 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기본소득 논의가 많이 줄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기본소득 논의가 침체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자체 차원에서는 다양한 기본소득 모델이 나오고 있다. 신안군 햇빛연금·바람연금(신재생에너지 이익을 주민에게 배당) 등 마을공동체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며 현장밀착형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기본사회 비전과 용혜인의 기본소득 비전이 큰 틀에서 힘을 모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 기본사회위원회 자문위원장도 맡았는데 22대 국회에서 얼마나 실현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지난해 하반기 40일간 전국 26개 지역에서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비례대표 의원이 의정보고회로 전국을 도는 경우가 드문데 왜 진행했고 얻은 것은 무엇인가?

“비례대표 의원이라 전국에서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전국 순회 의정보고회를 4년 내내하고 싶었는데 처음 2년은 집합금지 등으로 모이기 어려웠고 2022년에는 국정감사 끝난 다음날 이태원 참사가 벌어져 모든 일을 중단하고 이태원 참사 대응에 집중했다. 총선 앞두고 부담이 있었지만 마지막이라 이번에 진행했다. 8800km를 돌며 2500여명을 만났다. 총선에서 기본소득당이 역할을 해달라는 말씀을 많이 들어 무겁게 다가왔다. 우리가 욕먹기 싫다고 외면할 수 없어 연합정당을 제안하며 연합정치의 길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에 큰 책임이 있지만,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과 연합정당에 180석을 몰아줬지만 결과물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 

“부족했던 점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노란봉투법이나 이태원참사 특별법 등도 결국 야당들의 연합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이태원참사 국정조사도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이 강하게 대응하면서 해냈다. 이번 국회에서 연합정치를 하면서 민주진보진영 내 신뢰가 그렇게 두텁지 않다는 걸 많이 느꼈다. 이번 선거연합을 통해 이 승리가 공동의 승리가 될 수 있도록 한다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연합정치가 성공하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다.” 

▲ 새진보연합이 1호 인재로 영입한 이승석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대표(왼쪽)와 용혜인 의원. 사진=새진보연합
▲ 새진보연합이 1호 인재로 영입한 이승석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대표(왼쪽)와 용혜인 의원. 사진=새진보연합

-앞으로 어떤 개혁과제를 내놓나?

“큰 틀에서 ‘사명이 있는 나라’와 ‘혁신적 복지국가’ 이 두 가지 기조를 실현하기 위한 개혁과제를 설 이후부터 발표할 예정이다. 한단계 내려오면 재생에너지 중심의 탈탄소 녹색전환을 이루는 바람과 햇빛의 나라, 디지털 산업전환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대체 불가능한 혁신국가, 모든 국민들의 삶을 지키고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는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사회 등 세 가지 비전이 있다.” 

-제3지대 개혁신당과 새진보연합은 무엇이 다른가?

“이준석·이낙연 신당의 선거연합과 우리가 다른 핵심은 민주진보진영에서 합의할 수 있는 개혁정책이 다르다. 예를 들어 이준석 대표가 노인 무임승차 폐지, 여성 공무원 병역 의무화 등을 주장하는데 개혁이 아닌 택갈이한 갈라치기 정책이다. 무임승차를 폐지할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기후위기를 극복하자는 게 전 세계 흐름인데 관점이 벗어나 있다. (개혁신당과) 이런 차이를 잘 드러내 선거에서 이합집산과 차별성을 만들어내겠다.”

-녹색정의당 등 다른 진보정당과 새진보연합의 차이는 뭔가?

“진보정당과 여전히 연대할 수 있고 개혁정책에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힘을 모아야 한다. 윤석열 정권이 사회적 합의를 완전히 뒤로 돌리려는 일들을 벌이는데 이때는 단결이 필요할 때다. 이럴 때는 양비론을 내려놓고 진짜로 진전시킬 과제가 뭔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서 누구 편을 드느냐, 혹은 양비론이 중요하진 않고 오히려 그게 진영론에 갇힌 접근방식이다. 작은 정당은 독자적인 세계관을 펼칠 실력이 있는지, 그러한 소신과 원칙이 있는지로 승부를 봐야 한다.” 
 
-지난 4년간 작은정당으로서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이야기하면 끝도 없다. 법안 발의하는 게 쉽지 않다. 아까 말한 선거법 개정안 공동발의 의원 10명을 모으는데도 네달이나 걸렸다. 비교섭단체 공간이나 소통관에도 공간하나 없는 것뿐 아니라 의원실에도 물론 책상이 꽉꽉 들어차서 국회 내 일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는 부차적인 일이다. 교섭단체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회 질서에서 탄소세 도입만 해도 전세계적 추세인데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도 못한다. 본회의 일정도 언론보도를 보고 알게 된다. 언론과 관계에서도 그렇다. 열심히 입법활동해도 기사 한줄 나가기 쉽지 않다.”

-당에서 지난 대선 때 5개 지면신문 기사 중 93%가 거대양당 후보만 다뤘고 기본소득당 후보 관련 기사는 0.072%에 불과해 의석비율(0.34%)보다 적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경험상 양당의 대선 후보가 정해지는 순간 정책 관련 내용은 뭘 얘기해도 보도가 안 된다. 지엽적이라고 볼 수 있는 법개정안을 발의해도 라디오에 한번은 나가 설명할 수 있는데 대선을 기점으로 그러한 기회가 사라진다.”

-지난 4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했던 시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이태원 참사에 대응했다. 정부여당에서 유족들이 야당 편 든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여당이 쓸 수 있는 방법이 더 많은데 왜 야당편을 들겠냐.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쓰면서 유족을 야당 편이라고 낙인찍고 공격하며 고립시키는데 분노를 많이 느낀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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