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이 대구경북 운송업체인 코리아와이드에 매각됐다. 이에 노조는 대주주인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밀실매각’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매일신문 대주주인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지난 17일 코리아와이드와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해 매일신문 지분 98.2% 전량을 매각했다. 여운동 매일신문 사장은 18일 취임 후 첫 실·국장 회의에서 매각 사실을 발표했다. 

한윤조 전국언론노동조합 매일신문 지부장에 따르면, 여운동 사장은 매각 이유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카톨릭 교구가 언론사를 소유한 경우는 대구대교구밖에 없다”며 “교구가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는게 맞는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 진행되어 왔고, 교구 쇄신위원회 차원에서 언론사를 매각하는 게 맞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매일신문은 18일 오후 여운동 사장 신부 명의의 ‘독자들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일반 언론의 일은 시민사회로 환원하고, 교회는 하느님 나라의 건설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신문의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당 글은 19일 아침신문 1면에도 실렸다.

▲ 19일 매일신문 1면 갈무리.
▲ 19일 매일신문 1면 갈무리.

매일신문 구성원들은 이 같은 결정에 ‘매일신문 조직원이 다 배제된 채로 진행된 밀실매각’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한윤조 지부장은 “3주 전부터 소문이 돌았고, 회사 내부 구성원들이 계속 확인을 했지만 교구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며 “국장, 논설주간까지도 아무도 매각사실에 대해 몰랐고, 심지어 17일까지 근무했던 이상택 전임 사장조차도 이 사실을 모르고있었다”고 말했다.

코리아와이드 측은 18일 한윤조 지부장과의 면담에서 “교구에서 꽤 오래전부터 매일신문을 인수해주면 어떻겠느냐 의향을 전달해왔고, 많은 고민을 하다가 이번에 인수를 하게됐다”며 “갑작스럽게 인수를 하게 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윤조 지부장은 “여운동 사장은 교구 관리국장 신부로 회계와 재정을 책임지는 분이다. 그 분이 주교와 함께 모든 매각을 주도했다”며 “그런데 여운동 사장은 18일 딱 하루 근무하고, 월요일부터는 새로운 주주가 온다고 한다. 코리아와이드 측에서는 내부발탁을 통해서 사장을 선임하고, 편집권은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겠다며 관련 사항을 다음주 월요일에 결정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 매일신문 로고. 사진=매일신문 제공.
▲ 매일신문 로고. 사진=매일신문 제공.

전국언론노조 매일신문지부는 18일 성명서를 내 “이번 매각을 철저하게 조직원과 지역 시민사회의 의중이 배제된 ‘밀실매각’으로 규정하고, 천주교대구대교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지부는 “72년 동안 사회의 공기(公器)인 신문사를 지배해온 천주교대구대교구는 마지막까지도 조직원 목소리를 들으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매각계약서에 사인하기 직전까지도 비밀을 유지한 채,  외부 정보를 입수한 내부 조직원들의 동요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라는 거짓말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지부는 “교구는 그동안 갖가지 핑계로 조직원들의 삶을 밑바닥까지 떨어뜨린 저임금 및 열악한 처우 구조를 개선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그런 와중에도 특정 정치적 관점을 강요하고 부당한 편집권 간섭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상식적으로 제대로 된 매각이라면 적어도 조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현재의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한 뒤 조직원들의 삶과 신문사의 미래를 담보해줄 수 있는 모기업을 찾는 것이 적절한 수순”이라며 “언론 사주로서 지켜야 할 책무와, 함께해 온 조직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린 천주교대구대교구에 통렬한 반성과 사죄를 촉구한다”고 했다.

전대식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부산일보, 매일신문, 국제신문 등 지역신문사에서 여러 가지 경영 관련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선에서도 지역언론 관련된 정책이 없다시피했던 상황에서, 경영자들이 자칫 지역지를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이상한 해석을 하거나, 건설업체 등이 지역지를 가져도된다는 잘못된 시각을 갖지않을까 우려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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