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말 기준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232개국에서 디지털 유료 구독자 669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쿠킹·게임 같은 비(非)뉴스 콘텐츠 구독자가 160만명이다. 관련 매출은 같은 기간 936만 달러에서 5470만 달러로 급증했다. NYT 쿠킹 콘텐츠와 레시피 뉴스레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한국 뉴스 콘텐츠에도 음식 이야기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초복, 중복, 말복마다 포털 랭킹 뉴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기사 중 하나는 삼계탕 레시피다. 동지가 되면 팥죽 레시피가 인기다. 계절마다 인기있는 제철 식품 소개 콘텐츠를 비롯해 셰프들의 맛깔난 에세이, 맛집·여행 전문기자가 알려주는 맛집 스토리까지 음식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현상은 생소하지 않다. 식품 산업계 보도자료도 쏟아진다.

단순히 음식, 먹방 콘텐츠를 넘어 저널리즘으로서 음식 콘텐츠는 어때야 할까? 언론사 사업으로서 음식 콘텐츠는 어떤 기능을 하고 있을까? 한국 미디어도 NYT처럼 음식을 주제로 구독자를 모으고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미디어오늘은 미디어 영역을 넘어 사업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음식 콘텐츠를 주제로 두 인터뷰를 진행했다. 경향신문 식생활 뉴스레터 ‘끼니로그’ 제작진과 중앙일보 쿠킹팀을 인터뷰했다. 두 인터뷰를 순서대로 싣는다. -편집자주.

두 번째 인터뷰이는 중앙일보 쿠킹팀 황정옥 팀장, 송정 기자, 김진아 대리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연말 쿠킹팀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쿠킹 사업을 본격화했고, 콘텐츠 커머스 등 신사업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신세계 이마트 피코크와 중앙일보가 협업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밀키트를 만들기도 했다.

언론사가 쿠킹팀을 만들어 콘텐츠를 사업 영역으로 확장한 사례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6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서 중앙일보 쿠킹팀 세 사람을 만났다. 세 사람 답변은 ‘쿠킹팀’으로 통일했다.

▲신세계 피코크와 중앙일보가 함께 만든 밀키트 상품. 사진출처=SSG. 
▲신세계 피코크와 중앙일보가 함께 만든 밀키트 상품. 사진출처=SSG. 

- 중앙일보 쿠킹팀을 신설한 계기는?

쿠킹팀: “중앙일보 솔루션개발팀에서 지난해 MZ세대를 위한 플랫폼이자 오프라인 공간인 ‘민지맨션’과 함께 ‘쿠킹’을 놓고 사업성을 검토했다. 이후 쿠킹이 팀으로 승격했다. 쿠킹팀이 있기 전부터 레시피 등 쿠킹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지난해 9월 쿠킹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는 2월 개편에선 쿠킹 페이지 안에 다이닝(dining), 드링크(drink) 등 카테고리가 확대될 예정이다.”

- 그렇다면 이전 솔루션개발팀에서 처음 쿠킹을 기획한 계기는?

“요리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레시피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배송이나 커머스로 진출하는 큰 그림을 놓고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이 시장에 콘텐츠 제작자가 들어갈 틈이 있을까’를 생각했다. 우선 실험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채널을 만들었다. 쿠킹이라는 채널을 통해 50명 정도의 요리 전문가와 레시피 제작자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올해 목표는 콘텐츠 커머스다. 중앙일보 레시피 콘텐츠를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론칭할 것이다.”

▲중앙일보의 쿠킹 뉴스레터. 사진출처=더중앙 모바일 페이지. 
▲중앙일보의 쿠킹 뉴스레터. 사진출처=더중앙 모바일 페이지. 

- 콘텐츠 커머스를 좀더 설명해달라.

“요리 전문가들이 개발한 레시피를 콘텐츠로 보여드리고, 이 레시피를 기반으로 밀키트 등 상품을 만들어 판다. 최종적으로는 유명한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를 따라할 수 있도록 영상과 클래스 등까지 판매하는 게 목표다. 단순한 온라인 콘텐츠가 아니라 크게 보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중심으로 독자들에게 전문가를 연결해주고 삶을 개선해주는 큐레이션을 하는 것이다.”

- 레시피 영상으로 SNS에서 관심을 받고 오프라인 공간을 만든 사업은 이전에도 많았는데, 그와 비교해 어떤 차별점을 가지는지?

“우리 콘셉트는 독자들이 레시피 콘텐츠를 본 후 ‘요리를 하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다. 최근 1인 가구들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요리를 그 윗세대 어깨너머로 배우고 당연하게 해왔다. 지금 세대는 요리를 해보지 않고 성장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책을 보거나 동영상을 보면서 요리를 해먹는데, 레시피를 보고 실제 요리를 하기까지 여정이 꽤 길다.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볼 리스트를 꾸리고, 재료를 손질하고…. 우리 서비스는 이 여정을 짧게 도와주는 콘셉트다.”

- 지금 어느 정도 추진된 상황인가?

“우선 중앙일보 쿠킹과 신세계 SSG가 함께 ‘닭가슴살 블랑케뜨’‘비프 스튜’를 밀키트 상품으로 만들었다. 이 밀키트들로 홈파티를 계획하는 콘텐츠 ‘집보다 근사한 곳에서 레스토랑 메뉴로 차려낸 홈파티 A-Z’도 게재됐다. 이런 식으로 요리 전문가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들의 레시피를 배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올해 안에 그 플랫폼을 출시하는 게 목표다.”

▲SSG에서 판매하는 피코크와 중앙일보가 함께만든 밀키트. 사진출처=SSG. 
▲SSG에서 판매하는 피코크와 중앙일보가 함께만든 밀키트. 사진출처=SSG. 

“요리는 다음 세대 엔터테인먼트”

- 왜 요리 콘텐츠 커머스가 시장에서 먹힐 것이라고 판단한 건가?

“우리는 요리가 다음 세대 엔터테인먼트라고 봤다. 그저 간편하게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해야 엔터테인먼트가 된다. 요리는 매우 중요한 생존 기술이고, 특히 1~2인 가구가 급증하는 시대에는 더 중요해졌다. 시대에 맞게 더 깊이 있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언론사 조직인 중앙일보가 요리 콘텐츠 커머스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는지?

“지금까지 중앙일보는 독자들에게 ‘정치 혹은 사회 이야기를 듣고 싶어? 그렇다면 여기로 모여’라는 식이었다. 우리는 ‘요리 이야기 듣고 싶어? 그렇다면 여기로 모여’라고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미디어는 전문가들을 모으고, 그 이야기를 들을 사람들을 모은다. 즉,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을 해왔다. 이걸 요리에 적용해 새로운 요리 선생님들을 발굴하고, 검증된 레시피를 알고 싶은 사람들을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미디어 조직에서 항상 해온 로직을 요리 영역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 실제 레시피 기사는 포털 랭킹에 자주 올라오는 기사 형식 중 하나다. 중앙일보 쿠킹 콘텐츠도 조회수가 많이 나왔을 것 같다.

“정치 이슈만큼 레시피 기사도 뷰가 많다. 1차적으로 놀라웠다. 기본적으로 기본 반찬, 한식을 베이스로 한 미역국 같은 레시피가 인기가 많다. 제철 식재료나 시기성 있는 메뉴도 인기가 있다. 인기 많은 레시피 특징을 꼽자면, 기본 한식 메뉴인데 스스로 해봤을 때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팁을 얻으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기본 메뉴에 팁을 준 레시피가 인기 많다. 채식 레시피 같은 경우도 최근 뷰가 많이 올랐다. 또 하나 유의미한 점은 레시피의 경우 분량이 길지 않아도 체류 시간이 길다. 실제 기사 화면을 켜놓고 요리하면서 계속 읽어보기 때문이다.”

▲자주 먹는 한식 요리임에도 혼자서 요리를 할 땐 맛있게 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때 간단한 팁을 알려주는 레시피들이 인기 콘텐츠라고 한다. 사진출처=더중앙 쿠킹. 
▲자주 먹는 한식 요리임에도 혼자서 요리를 할 땐 맛있게 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때 간단한 팁을 알려주는 레시피들이 인기 콘텐츠라고 한다. 사진출처=더중앙 쿠킹. 

“요리는 조회수와 체류시간 높은 콘텐츠”

- 중앙일보가 홈페이지 개편을 통해 데이터를 모아 더 정교한 독자 분석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쿠킹팀 신설을 요리 콘텐츠에 대한 긍정적 데이터가 모였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는지?

“조회수나 체류 시간이 긴 콘텐츠인 건 맞다. 특히 요리는 선입견 없는 영역이다. 요즘 기사를 소비할 때 정보를 얻기 위함보다 내 생각에 동의하는 기사를 찾는 경향도 늘고 있다. 요리 정보는 이런 선입견이 들어가지 않는 정보다.”

[관련기사: 기존 도메인 버리면서 수십억 투입 홈피 만든 중앙의 ‘큰 그림’]

- 편집국 소속으로 요리 콘텐츠를 만들 때와 사업도 함께 하는 팀에서 요리 콘텐츠를 제작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나?

“쿠킹팀에 합류한 송정 기자의 경우 10여년 동안 편집국에서 음식에 관한 기사를 써왔다. 편집국에서는 내 눈에 트렌드인 것처럼 판단되고 이야기가 된다 싶으면 그걸 기사로 쓰면 된다. 그러나 콘텐츠 커머스를 하면서 만드는 콘텐츠는 쉽게 말해 ‘시장에서의 반응’이 있어야 한다. 단순한 조회수가 아니라 그 콘텐츠를 본 사람 중 지갑을 열 사람은 누구인가. 그것이 중요하다. 행동하게 만드는 콘텐츠는 무엇인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콘텐츠와 커머스가 결합하는 것이다. 레시피만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즉 콘텐츠만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내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단순한 상품보다 지식 정보를 어떻게 커머스할지 테스트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는 중이다. 이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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