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관련 YTN 보도를 사생활 침해로 판단해 2건의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반면 조동연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친자확인서 등을 공개해 사퇴에 이르게 한 TV조선 보도엔 의결을 보류했다. 

선방심의위는 7일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YTN ‘뉴스가 있는 저녁’에 3건의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이 가운데 2건이 김건희씨의 과거 직업을 문제 삼은 이른바 ‘쥴리 의혹 보도’로, 선거방송심의규정 공정성·객관성 조항이 적용됐다. 의견제시는 선방심의위가 의결하는 제재 가운데 방송사 재승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행정지도’에 속하며, 이 가운데 가장 가벼운 조치다.

▲지난달 8일 YTN 메인뉴스 '뉴스가 있는 저녁' 갈무리
▲지난달 8일 YTN 메인뉴스 '뉴스가 있는 저녁' 갈무리
▲지난달 9일 YTN 메인뉴스 '뉴스가 있는 저녁' 갈무리
▲지난달 9일 YTN 메인뉴스 '뉴스가 있는 저녁' 갈무리

YTN은 지난달 8~9일 메인뉴스에서 안해욱 전 초등태권도협회장이 1997년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받으며 ‘쥴리’ 김건희씨를 소개받았다는 주장을 담은 인터뷰를 연속 보도했다. 유튜브채널 ‘열린공감TV’가 지난달 7일 업로드한 인터뷰와 사실상 같은 내용이었다. YTN은 “이번 보도는 대선 후보와 가족에 관한 검증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직자 검증과 무관한 사생활 영역인 데다 여성혐오 관점을 전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제보자의 일방 주장을 검증 없이 실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오마이뉴스의 경우 열린공감TV 보도를 인용한 자사 기사에 소속 기자들이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김언경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김건희씨에 제기된 다양한 의혹 중 경력 위조,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분명히 검증해야 할 영역이다. 그러나 ‘쥴리 의혹’은 들추지 않아도 될 사생활의 영역”이라며 의견제시 의견을 냈다. 박수택 위원도 “만약 사실이라 해도 직업의 영역”이라고 했다. 위원 9인 중 6인이 의견제시로 의견을 모았다.

한 단계 높은 제재인 권고 의견을 낸 박동순 부위원장(YWCA 추천)은 “언론이 (김씨에 대해) 법을 어긴 것도 아닌 개인적 활동을 들춰 자극적으로 또 윤리적 잣대로 여성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했다.

TV조선 조동연 보도 “칼로 후벼팠다” 비판 속 보류

반면 선방심의위는 TV조선이 지난달 1~3일 사흘에 걸쳐 조동연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의 가족관계를 문제 삼으며 ‘혼외관계’ 의혹을 제기한 보도에는 의결을 보류했다. 9인 중 3인이 의견을 정하기 어렵다며 ‘의결보류’ 의견을 냈고 나머지 위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크게 갈렸다. 적용 조항은 선거방송심의규정 사생활보호·인권보호 조항이다.

TV조선 ‘뉴스9’은 지난달 1일 조 위원장의 친자확인 유전자검사지와 조 위원장 전 남편의 SNS상 주장, “결혼과 관련된 인사” 등을 인용해 조 위원장 아들이 당시 남편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공개하고 ‘혼외관계’ 의혹을 제기했다. TV조선은 “중책을 맡은만큼 검증 차원에서 그리고 국민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보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해당 보도로 논란이 불거지자 3일 “아이들 공격을 멈춰달라”며 위원장직에서 사퇴한 뒤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이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1일 TV조선 메인뉴스 '뉴스9' 갈무리
▲지난달 1일 TV조선 메인뉴스 '뉴스9' 갈무리
▲지난달 2일 TV조선 메인뉴스 '뉴스9' 갈무리
▲지난달 2일 TV조선 메인뉴스 '뉴스9' 갈무리

해당 보도에 2인이 법정제재인 ‘경고’ 의견을 냈다. 박동순 위원은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영향을 미치는 인권 침해”라며 “전 남편 측 이야기만 방송하면서 깊은 사생활까지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박수택 위원도 “미성년자의 신원이 드러날 지경이고, 칼로 후벼파는 듯한 보도를 했다. 지나친 집착 보도였다”고 했다.

반면 YTN 김건희씨 사생활 관련 보도에 ‘주의’ 의견을 냈던 김일곤(국민의힘 추천) 위원은 해당 보도엔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구본진(대한변호사협회 추천) 위원은 “(보도 근거가) 객관적인 자료들”이라면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논란 때도 자녀 인권에 대한 얘기가 나온 적은 없었다”며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하지만 구 위원의 주장과 달리 2013년 조선일보 혼외자 보도 당시 혼외자로 지목된 채 아무개 군의 혈액형까지 보도되며 인격권 침해 목소리가 있었다. 

이나연·정일윤·정영식 위원은 해당 보도의 제재 수위에 대해 판단이 어렵다며 ‘의결보류’를 요구했다. 결국 과반(5인) 의견이 모이지 않자 선방심의위는 의결을 미루고 오는 21일 회의에서 다시 안건을 다루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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