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촉’과 다를 게 뭔가.”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법률지원단 부단장인 양태정 변호사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가리켜 한 말이다. 화살촉은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 나오는 집단으로 지옥에 가게 된 사람이 특정되면 인터넷 방송을 통해 그들을 죄인으로 규정하고, 그들과 가족에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이다. 

전례 없는 유튜브 파급력

가로세로연구소가 제기한 조동연 민주당 전 선대위원장의 혼외자 논란의 후폭풍이 거세다. 유튜브발로 시작된 정보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되고, 일부 언론이 보도하며 주요 현안으로 부상했다. 여론의 높은 주목도는 포털 다음의 많이 본 기사 랭킹이 보여준다. 조동연 전 위원장이 방송에서 해명한 내용을 전한 기사는 12월2일 1위, 송영길 대표의 반발을 전한 기사는 12월3일 2위, 조동연 전 위원장측이 성폭력 사실을 공개한 내용을 다룬 기사는 12월5일 1위를 차지했다. 

▲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콘텐츠 갈무리
▲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콘텐츠 갈무리

대선을 앞두고 정치·시사 유튜브가 언론은 물론 현실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언론이 제기한 이슈를 유튜브 등 인터넷 공간에서 논쟁하는 것이 아닌, 선거 관련 의혹을 유튜브에서 먼저 제기하고 언론과 정치가 여기에 반응하는 유튜브발 ‘역 아젠다 세팅’(역의제설정, Reversed agenda setting)이 전례 없는 상황이다.

유튜브 채널의 영향력은 지난 대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가로세로연구소의 경우 2019년 3월만 해도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20만 명대였는데, 2년여만에 74만여명으로 채널이 3배 이상 성장했다. 유튜브 채널 분석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1년 간 가로세로연구소의 조회수가 가장 높았던 때는 지난 9월9일, 6월11일, 12월4일 순이다. 각각 박수홍, 한예슬, 조동연 관련 폭로를 한 날이다. 폭로가 조회수를 보장하는 모양새다.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열린공감TV가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쥴리 논란’도 파급력 측면에서 기성 언론을 압도하고 있다. 열린공감TV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부인인 김건희씨가 과거 접대부였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의 발언을 지속적으로 폭로하고 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결집과 대결 구도가 짜여 현실 정치와 충돌하는 점도 이전과는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후보 캠프는 ‘이낙연 후보 비방을 주도하는 유튜브 방송 실태’라는 문건을 작성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구독자들에게 엄청난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평가해 해당 유튜브 채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지난달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둘러싸고 당 내부가 아닌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야당 지지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이준석 대표 퇴출을 요구한 일도 있다. ‘진성호방송’ ‘전여옥TV’등은 선대위 구성을 놓고 이준석 대표를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나섰고, ‘신의 한수’는 이준석 대표를 ‘정치 간첩’으로 규정하며 공격을 유도했다. 

사생활 검증 논쟁적, 인권 침해 문제 심각

최근 논란이 된 가로세로연구소의 조동연 혼외자 폭로는 거센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공인의 사생활과 도덕성이 검증 대상인지는 논쟁적인 면이 있다. 사생활이라 해도 국민의 시선에서 본다는 명분을 강조하며 공인을 검증한 보도가 반복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로세로연구소는 정제되지 않은 과도하고 말초적인 표현을 쓴 데다 자녀의 신상까지 공개했고, 더구나 조동연 전 위원장의 입장 발표 이후에는 ‘2차 가해성’ 발언을 쏟아낸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특히 자녀 인권 문제는 공인이 아닌 미성년 자녀를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판은 물론 법적 처벌을 피하기도 힘든 사안이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2013년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보도 국면 당시 아동인권 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 ‘진실 규명’이라는 미명 하에 누구보다도 존중 받고 보호받아야 할 아동의 권리가 침해 당하는 폭력적인 보도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언론의 각성과 자제를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관련 보도가 한국정부가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16조 위반임을 지적했다. 해당 조항은 ‘어떠한 아동도 사생활과 가족에 대해 자의적, 위법적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선거 관련 내용이고, 공인의 지위 등을 놓고 법적으로 쟁점이 있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전하면서도 “아동을 사실상 식별 가능한 수준으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아동의 보호 조치’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시급한 피해 구제가 요구되기에 플랫폼 사업자의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규제 딜레마, 유튜브 조치 ‘불투명’ 과제

유튜브 관련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규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적 대안은 아니다. 한국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뿐 아니라 비방도 처벌하고 있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등 명예훼손 법제도 강도가 높다. 유튜브 채널에 대한 형사처벌 판례 역시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언론과 다름 없는 파급력’을 고려해 형량도 강해지는 추세다. 

▲ 사진=Gettyimages
▲ 사진=Gettyimages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 의혹 폭로 영상을 재판을 거치지 않고 즉각적인 삭제를 결정하는 사례도 찾기 힘들다. 독일의 사례가 있지만 네트워크법을 통해 법이 규정한 불법적 혐오발언 등을 삭제하는 것으로 ‘후보자 의혹’ 관련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심의와 언론중재 등 제도적 절차를 적용하기도 힘들고, 적용한다 해도 ‘실효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유튜브를 대상으로 통신심의를 하지만 삭제 여부에 대한 시정요구를 결정할 뿐 추가적 제재는 할 수 없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펜앤드마이크 등 언론사로 등록된 유튜브 채널에 대해선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등록하지 않은 경우는 심의 대상이 아니다. 언론이 아니기에 언론중재법 대상도 아니다. 오히려 법적 대응에도 의기양양한 가세연의 상황을 고려하면 언론 미디어 심의와 중재를 적용한다 해도 강제성 있는 조치가 취해지긴 힘들다.

그렇기에 유튜브의 판단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유튜브는 극단적 주장을 해온 윾튜브, GZSS 등 유튜버들의 채널은 물론이고 언론사 뉴스타운에서 운영하는 뉴스타운TV 채널을 퇴출 결정하기도 했다. 다른 채널에 비해 가로세로연구소 채널이 특별히 덜 문제인 이유를 찾기 어렵지만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가로세로연구소가 올린 조동연 의혹제기 콘텐츠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 및 제재 여부를 구글코리아에 물었으나 구글코리아는 “개별 채널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유튜브는 콘텐츠 조치 관련 문의에 관행적으로 이 같은 답변을 내왔다.

그러면서 유튜브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침해하거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 사용자 혹은 법적 대리인이 업로더에게 직접 연락하여 삭제 요청하거나, 개인정보 침해 신고 절차를 통해 콘텐츠를 신고할 수 있다. 이용자의 개인정보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동영상에 대해서 유튜브는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또한 “당사자 혹은 공식적인 법적 대리인이 명예훼손 신고를 할 수 있으며,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높은 동영상에 대해서는 삭제 등의 조치가 취해지게 된다”고 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명예훼손과 차별, 혐오 조장 콘텐츠 등에 경고 조치를 분명히 하고, 무엇보다 이를 공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단순 내부규정처럼 만들어 운영해선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플랫폼 사업자의 사회적 책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내용에 대해선 유튜브에 입장을 묻는 등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언론 ‘침묵’과 ‘받아쓰기’ 사이에서

이번 논란에는 언론 보도도 자유롭지 않았다. 전국언론노조는 7일 성명을 내고 “성폭력’이라는 낱말이 불거졌을 뿐만 아니라 2차 피해가 거듭될 것으로 걱정되는 흐름이라면 경마 같은 보도는 올바르지 않다”며 “특히 말장난 낚시를 던져 ‘돈 쓰는 독자’를 꿰는 데 혈안인 몇몇 개인 매체의 주장에 기댄 보도는 당장 멈춰야 한다. ‘언론은 ‘사실’에 근거한 말과 주장을 전달하는 경우로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박영흠, 2018년)‘는 말 뜻을 차분히 새겨 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을 다룬 언론 보도는 몇 가지 갈래로 나뉜다. TV조선과 조선일보처럼 가로세로연구소 폭로를 바탕으로 추가 취재를 한 언론, 사안을 전하면서도 직접적 단어 선택을 피하며 신중하게 전한 언론, 위키트리처럼 가로세로연구소의 주장을 받아 쓴 언론 등이다.

추가 취재를 한 경우 취재를 했다는 점에서 단순 받아쓰기와 차이가 있지만 부적절했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TV조선은 관련 보도를 하기 전 “성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고 자녀들의 인권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보도 여부를 고민했다”고 밝히면서도 “검증”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보도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 위키트리 기사 페이스북 갈무리
▲ 위키트리 기사 페이스북 갈무리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TV조선의 보도에 대해 보도 내용이 지나치게 세밀했기 때문에 ’자녀들의 인권문제‘를 고민했는지 의문이 들고, 10년 전 이혼 사실을 둘러싼 논란이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능력을 검증하는데 왜 필요한 것인지, 중요한 검증 잣대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동원 정책실장은 “유튜브발 이슈 가운데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차별적 표현이 확대되지 않게 언론 스스로 자중해야 하는데 받아쓰기를 하는 경우는 문제가 심각하다”며 “신문의 경우 편성규약이 있는데 지면에만 적용되고 디지털 뉴스에는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편성규약을 확대해 디지털 뉴스 편성규약을 마련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미희 사무처장은 “이 같은 폭로와 보도 등은 후보자와 정당 등에 대한 비판을 넘어 대선의 핵심 본질을 실종시키고 진흙탕 싸움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라며 “그럼에도 홍수 속에서도 기준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언론은 평가 받아야 한다. 보도를 자제하는 언론도 적지 않았고, 문제적 보도 행태를 지적하는 언론도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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