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또 다시 포털 뉴스 서비스가 개편된다. 포털 다음 첫 화면이 다양한 창작자들의 콘텐츠를 함께 제시하는 서비스로 바뀐다. 뉴스는 별도 섹션을 통해 서비스하되 알고리즘 추천을 폐지하고 무작위 배열하게 된다. 

첫 화면 뉴스 배열 ‘폐지’, 창작자 콘텐츠 전면에

카카오는 지난달 24일 언론사 제휴 담당자 대상 온라인 설명회를 통해 서비스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는 “지난 2년간 이용자 선택권을 존중하는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이라는 큰 방향을 갖고 뉴스 개편을 추진해왔다”며 “지난 8월 카카오톡에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뷰를 선보였고  모바일 다음에도 뷰 서비스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포털 다음 개편 예시 화면. 
▲ 포털 다음 개편 예시 화면. 

앞서 지난해 카카오는 카카오톡 ‘샵’ 탭을 포털 다음 첫화면과 달리 언론의 뉴스 뿐 아니라 창작자들의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큐레이팅하는 ‘뷰’로 전환한 바 있다. 카카오는 2022년 1월 뷰를 모바일 다음 첫 화면에 본격 도입하고, 상반기 내에 PC에도 도입할 계획이다.

개편 이후 다음 서비스는 ‘발견’(뷰) ‘구독’ ‘뉴스’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현재 포털 다음 첫 화면이 뉴스 전용이었다면 앞으로는 언론 뿐 아니라 블로거,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창작자들이 만든 콘텐츠를 포함한 ‘발견’ 섹션이 대신한다. 첫 화면이 아닌 공간에 ‘마이’와 ‘뉴스’ 섹션이 추가로 구성된다. ‘마이’ 섹션은 자신이 구독하는 크리에이터나 언론의 콘텐츠를 모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뉴스’ 섹션은 기존 포털 첫 화면과 마찬가지로 콘텐츠 제휴 언론사들의 뉴스를 배열하는 공간이다. 

언론 뉴스 코너는 ‘뉴스’ 섹션으로 옮겨가게 된다. 새로운 뉴스 섹션에선 루빅스 알고리즘을 통한 개인 맞춤형 추천 시스템을 폐지하고 포털 다음 콘텐츠 제휴 언론을 무작위로 노출할 계획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뷰’ 채널을 운영 중인 콘텐츠 제휴 언론사들을 똑같은 비중으로 랜덤 노출할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뷰와 뉴스 섹션은 이전과 달리 포털 사이트 내에서 뉴스를 보는 인링크 방식이 아닌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아웃링크 방식을 적용한다.

즉, 이번 개편의 요점은 ‘언론사 뉴스가 독점하던 공간을 다양한 콘텐츠 배열로 개편한다’와 ‘제휴 언론사 섹션은 후순위로 밀고 랜덤 노출과 아웃링크 방식을 도입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카카오가 왜? 정치권 압박과 콘텐츠 소비 변화 대응

카카오가 왜 이 같은 개편을 하게 됐을까. 명시적으로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정치권·언론·이용자의 부정적 시선과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선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전문 블로그 미디어고토사를 운영하는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두 가지 축을 봐야 한다. 하나는 구독이 콘텐츠 산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알고리즘 뉴스 편집에 대한 압력이다. 이 두 가지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은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태에 맞추면서도 기사 배열 논란과 아웃링크 요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낸 것이다. 

▲ 디자인= 권범철 만평작가
▲ 디자인= 권범철 만평작가

포털 뉴스 알고리즘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카카오 들어오라 하세요” 메신저 발언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직접적 외압 여부와 별개로 정치권이 포털 배열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사례다. 포털 알고리즘 뉴스 배열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은 신산업 규제에 민감한 카카오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카카오에 보수 언론 출신 인사가 영입된 뒤 보수언론이 잦은 빈도로 노출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퍼지는 등 이용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었다.

결국 정치적 측면에서 카카오의 개편은 ‘위험부담이 큰 뉴스 비중 줄이기’로 요약할 수 있다. 앞서 ‘뷰’ 도입 당시 한 경제신문 관계자는 “언론들 입장에서는 다음을 통한 뉴스 유입보다 카카오샵을 통한 유입이 더 높은 상황이었다”며 “이 프로세스를 바꾸려고 하는 것은 결국 뉴스 서비스를 포기 하려는 작업 아닐까 싶다”고 했다. 뷰 도입으로 인해 언론의 비중을 한차례 줄인 다음 포털 다음까지 개편해 굳히는 모양새가 됐다.

언론에 미치는 영향은?

앞서 카카오 뷰를 실험적으로 운영한 결과 희비는 엇갈렸다. 언론이 아닌 크리에이터,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 일각에선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유입 수단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언론의 경우 카카오톡 서비스 내 뉴스 서비스가 사라진 타격은 큰 반면, 경쟁자가 크게 늘어 실질적 구독과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플랫폼’이라는 평가를 내리곤 한다.

포털 다음 서비스 내 뉴스 소비 감소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얼마나 뉴스 섹션에 접속할지, 얼마나 구독할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을 전제하면서도 “뉴스 섹션 자체만 보면 랜덤 배열로 바뀌기 때문에 기존에 노출이 많이 된 언론사는 노출량이 줄고, 그렇지 않은 언론은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첫 화면에서 뉴스가 빠지게 되는 만큼 전반적인 뉴스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카카오뷰 관련 이미지. 사진=카카오뷰 홈페이지 갈무리
▲ 카카오뷰 관련 이미지. 사진=카카오뷰 홈페이지 갈무리

‘구독 측면’의 활성화는 어떻게 봐야 할까. 언론과 크리에이터를 구독한다는 점에서 양질의 콘텐츠 소비가 이뤄질 수 있지만, 반대로 전망하는 경우도 있다.

한 인터넷 신문 관계자는 “구독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 언론 구독 서비스를 보면 양질의 기사를 쓰는 언론과 기자에 구독하는 경향도 있지만, 온라인 가십거리만 쓰는 기자들의 구독자가 의외로 높은 경향이 있다. 과거 피키캐스트 보 듯이 가벼운 콘텐츠, 가십거리를 찾는 이용자층이 있다는 점에서 질적 변화나, 양질의 기사를 쓰는 언론에 보탬이 된다고만 볼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성규 대표는 “뷰 서비스를 보면 뉴스가 다른 큐레이터 집단에 비해서는 발견이 잘 되고 있지만 다음 뉴스 서비스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뉴스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질 것이다. 우월적 지위가 사라질 수 있다. 만만치 않은 경쟁이 될 것”이라며 “속보 경쟁이 나을지,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나을지 언론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고, 이 과정에서 전보다 (트래픽이) 푹 꺼지는 상황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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