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22년 TBS 예산을 123억 원 삭감하는 예산안을 시 의회에 제출해 논란이 된 가운데 언론 노동자들이 ‘언론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조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10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언론노조 TBS지부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이번 출연금 삭감은 오세훈식 언론 탄압이다. 출연금 삭감을 중단하라”며 “오세훈 시장은 내년에 TBS가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다고 판단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실현 가능성을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언론노조 미디어발전협의회, 방송자회사협의회, MBC자회사협의회가 공동 주관했다.

▲ 조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 사진=금준경 기자
▲ 조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 사진=금준경 기자

조정훈 지부장은 “TBS가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차근차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123억 원 삭감은, 광고비 삭감으로도 이어지게 된다. 실제로는 200억 원 가까이 깎인다고 보고 있다”며 “TBS 인건비, 청사 유지비, 송출 장비 비용 등을 포함하면 350억~360억 원 규모가 된다. 계산해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정훈 지부장은 “24시간 방송 중 특정 2시간 방송만 갖고 얘기하고 있다. 2시간으로 나머지 22시간 판단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며 “TBS는 공영방송으로서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하고 변화해야 한다.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발전을 위한 격려, 그리고 좋은 비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노조는 ‘공정방송은 방송 노동자들의 핵심 노동조건’이라는 명제를 확립했다”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공정방송을 둘러싼 시각 차이가 결국 예산 문제로 귀결돼 TBS 노동자들의 생존권 편성권에 직접 영향을 주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은 그동안 수차례 발언을 통해 특정 프로그램에 대단히 비판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었다”며 “방송법상 개입할 여지가 없으니 시장 권한인 예산 편성권을 동원해 편성을 좌지우지하려고 하는 것으로 명백한 편법이며 명백한 방송독립성 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방송 공정성 문제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저도 그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며 “그러나 특정 방송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사람이,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특정 방송의 목을 치겠다는 행위는 공정한가.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TBS 구성원들에게 “공정방송 이슈를 스스로, 내부적으로 해소하지 않으면 얼토당토 않은 공격의 빌미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내부 대응책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10일 서울시청 앞에서 언론노조 TBS지부가 주최하고 언론노조 미디어발전협의회, 방송자회사협의회, MBC자회사협의회가 공동 주관한 기자회견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 10일 서울시청 앞에서 언론노조 TBS지부가 주최하고 언론노조 미디어발전협의회, 방송자회사협의회, MBC자회사협의회가 공동 주관한 기자회견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윤창현 위원장은 ”이번 삭감이 특정 방송인 한 사람만을 몰아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서울시 전역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목소리를 내는 마을미디어 예산을 절반이나 삭감했다. 마을미디어가 감춰진 서민, 노동자의 목소리를 스스로 조직해 만들어내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를 만들어가고 있다. 시민들의 감시, 시민들의 비판, 시민들의 직접 개입을 어떤 형태로든 차단하겠다는 수순“이라고 비판했다.

경만선 서울시의회 의원(민주당)은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경만선 의원은 “123억 원을 줄이면 TBS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제 18개월 된 신생 법인”이라며 “TBS가 재단화되면서 중장기 재정 계획이 있었다. 2년차 들어 380억 원 규모로 예산을 지급하기로 합의했고, 임시회에서도 보고했는데 불과 두 달도 안 돼 123억 원을 줄였다. 이건 언론 말살”이라고 지적했다.

경만선 의원은 “다음 주 오세훈 시장 시정 질문이 준비돼 있다. 자세한 건 일문일답을 통해서 묻겠다”며 “TBS가 더욱 사랑받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서울시의회 문광위 의원들이 뭉칠 것이며 예결위에서도 사수할 것”이라고 했다.

▲ 경만선 서울시의회 의원. 사진=금준경 기자
▲ 경만선 서울시의회 의원. 사진=금준경 기자

배상원 언론노조 MBC플러스 지부장은 “사람을 돈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 서울시장이라는 사실이 실망”이라며 ”서울시민들이 보편적으로 나눠야 할 공영방송에 돈을 들이대며 깎겠다, 통제하겠다고 하는 건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김일권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장은 ”부모가 자식을 전쟁터로 보낼 때 무기라도 쥐어 보낸다. 서울시가 TBS를 재단 독립시킬 때 최소한 무기를 쥐어서 보내야 했다. 그 무기는 상업광고일 수도 있고, 방발기금일 수도 있고, 수신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무기를 쥐어주지 않으면서 죽이려고까지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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