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서울시가 TBS에 지원하는 공적재원(출연금)은 320억 원이다. 전년 대비 55억원 감소했다. 서울시는 전년대비 123억원 삭감안을 내놨고,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는 14억 증액안으로 맞섰다. 2021년 TBS의 서울시 재정의존도가 72.8%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TBS 구성원들에게 지난 연말 TBS 출연금 예산을 둘러싼 시 의회와 시장의 갈등은 방송사의 존폐가 오고 간 순간들이었다.

이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7일 “특정 프로그램은 계속 공정성 논란을 야기해왔고, 급기야 개인 방송이냐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고 비판한 뒤 “그럼에도 방송의 독립성을 운운하며 시민들의 비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며 가감없이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방송을 독립적으로 하려면 적어도 스스로 운영 재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출연금 삭감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 사진=TBS 제공
▲ 사진=TBS 제공

26일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인권센터 공동주최로 ‘TBS가 시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조건’이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올해에도, 내년에도 반복될 출연금 예산 갈등을 바로잡고 ‘서울 공영방송’ TBS의 공영성을 강화하기 위한 이 자리에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독일의 방송재원수요산정위원회(KEF)를 차용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TBS재원산정위원회 설치’를 대안으로 제안했다. 

TBS재원산정위원회가 TBS‧서울시‧서울시의회에 출연금 수요산정 보고서를 제출하면 TBS는 이를 바탕으로 예산안을 제출하고, 서울시는 시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때 산정위원회 안과 다를 경우 변경 사유서를 첨부하는 식이다. 시의회는 소관 상임위가 보고서를 검토한 뒤 의견을 첨부해 예결위에 송부하고 최종적인 서울시 예산안에 담긴 출연금이 산정위원회 안과 다를 경우엔 의회가 산정위원회 의견을 청취해 예산 증감을 결정한다. 독일의 경우 주의회가 KEF의 방송재원(수신료) 산정안에 반대할 경우 반대 이유에 대한 설명책임이 필요하고, 합리적 설명을 못 하면 KEF의 안을 거부할 수 없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인권센터 공동주최로 26일 열린 ‘TBS가 시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조건’이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가 발언하는 모습. ⓒTBS 유튜브 갈무리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인권센터 공동주최로 26일 열린 ‘TBS가 시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조건’이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가 발언하는 모습. ⓒTBS 유튜브 갈무리
▲TBS재원산정위원회를 통한 TBS 출연금 산정과정. ⓒ심영섭
▲TBS재원산정위원회를 통한 TBS 출연금 산정과정. ⓒ심영섭

심영섭 겸임교수는 재원산정위원회를 경영‧노사관계 등 전문가 7~9인으로 구성하고, 9인일 경우 추천권을 서울시장 3인 서울시의회 3인 방송통신위원회 2인 노동조합 1인으로 나누자고 제안했다. 위원 임기는 3년에 연임 가능하고 비상임 위촉직으로 직무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 출연금 역시 독일처럼 3년 단위로 결정한다. 그는 “산정위원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위원의 전문성”이라며 “재원집행에 대한 사후평가도 위원회가 할 일”이라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경만선 서울시의원은 “국정감사 이후 서울시가 TBS 출연금 예산을 35% 줄이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어느 서울시장이 오더라도 TBS만큼은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시민을 위해 거듭나야 한다”며 “재원산정위원회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만선 시의원은 “지상파 광고시장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TBS에 상업광고를 허용하더라도, 필요한 만큼의 광고수익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 상업적 눈높이가 아닌 시민 눈높이로 가려면 TBS가 광고 재원 중심으로 가기도 어렵다”며 높은 출연금 비중의 불가피성도 언급했다.

이강훈 TBS 노동이사(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장)는 일련의 삭감 사태를 가리켜 “TBS 기능 정지선고를 넘어, 지자체 산하 공영방송에 대한 정지 선고였다”고 규정한 뒤 “TBS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반감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비합리성을 주장했다. 

이강훈 노동이사는 “직원들은 이번 사태를 겪으며 제작 현장에서의 프로그램 존치문제를 넘어 ‘이제 뭘 하라는 거야’라는 지점에서 근본적으로 혼란스러웠다”고 전한 뒤 ‘민생연구소’나 마을미디어 육성 프로그램, 코로나19 생방송 등 공영방송으로서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하고 있었던 점에 주목해달라고 강조했다. 이강훈 이사는 무엇보다 “KBS의 수신료처럼 재원 안정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점진적으로 재원 구조의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뒤 “재원 안정은 목적이 아니라 공공방송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심영섭 겸임교수는 “서울시의 출연금 예산 삭감 이유가 재정 독립인데, 재정독립은 방송이 운영될 수 있게끔 기본 재원을 보장한다는 의미로, 재정 삭감으로 재정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산이 예측 가능하지 않으면 서울시의 집권 정당이 바뀔 때마다 TBS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난번처럼 서울시와 시의회가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은 공영방송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정성과 전문성을 갖춘 산정위원회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