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북한. 사진=gettyimagesbank
▲ 미국, 북한. 사진=gettyimagesbank

한 지역신문에서 국회의원 후보자의 정체성을 묻는다면서 단순 이분법 답변으로 구성된 사상 검증식 설문조사를 진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포신문은 지난 27일 1면에서 <김포시갑·을 후보 정체성 묻는다>라는 제목으로 설문조사 답변 내용을 공개했다. 김포시갑에 출마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포시을에 출마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김포시갑 박진호 국민의힘 후보와 김포시을 홍철호 국민의힘 후보는 설문조사에 답했다. 문제는 설문조사 질문 내용이 단순 이분법에 다분히 편향된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주요 질문은 아래와 같다.

1. 후보께서는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포기 한다 / 유지해야 한다 2. 김포의 서울통합에 대한 의견=찬성 / 반대 3.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하여=잘 된 정책이다 / 잘못된 정책이다 4. 5호선 철도 유치에 공헌하였나=하였다 / 미흡했다 5. 대한민국의 정체성은=민주주의 / 자유민주주의 6. 대한민국의 핵 보유=해야 한다 / 하지 말아야 한다 7. 주한 미군에 대하여=철수해야 한다 / 계속 주둔하여야 한다 8. 한미 동맹에 대하여=계속 유지 / 폐기 9. 후보의 정체성은=친미 / 친북 10. 남북한 연방제는=찬성 / 반대 11. 우리가 북한 철도를 건설해 줘야 한다=찬성 / 반대 12. 북한인권법 제정에 대하여=제정해야 하다 / 불필요하다 13. 후보가 당선된다면 세비로 다둥이 가정을 지원하겠다=지원하겠다 / 지원하지 않겠다 14. 정치인의 최고 덕목은?=거짓말 배격 / 당 명령 순응 15. 국회의원 정수=현행 유지 / 줄여야 한다 16. 의과대학 증원=필요하다 / 불필요하다 17. 가족 중 누군가 불법을 저질렀다면=신고한다 / 신고 안 한다 18. 사전 투표시 투표 관리관의 실인 날인은=필요하다 / 불필요하다 19. 묻지마 범죄가 기승한다. 사형집행문제=법대로 사형 집행해야 한다 / 사형 보류해야 한다

▲27일자 김포신문 1면.
▲27일자 김포신문 1면.

하나같이 찬반 등 단순 이분법으로 답할 성격의 이슈가 아니다. 일례로 김포시 서울 통합 문제는 찬반 의견을 통해 결론을 도출할 수 없는 지역의 민감한 현안 이슈에 해당한다. 대한민국 정체성 관련 질문에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로 답을 구분한 이유도 알 수 없다. 대한민국 핵 보유 문제와 주한 미군, 한미 동맹 문제 질문 역시 찬반 답변을 통해 정체성을 검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특히 후보 정체성을 친미와 친북으로 가르는 답변은 다분히 정치 공세적이고 편향된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형 집행 문제는 1997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되는데 단순히 사형 집행 필요성 여부를 묻는 것도 무의미하다.

김포신문은 “각 후보들의 정치적 이념과 정체성, 국정의지 방향 등 유권자의 판단을 돕기 위해 후보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설문 20개 문항을 보내 답변을 의뢰했다”고 했지만 민주당 후보들은 질문 내용이 황당하다며 답변을 주지 않았다. 그러자 박태훈 발행인은 칼럼을 통해 후보 정체성 알아보기 설문조사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박 발행인은 대한민국 정체성 관련 질문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택한 대한민국은 세계 유수 반열에 올라 선진국이 되었으나 북한은 아직도 세계 최빈국의 독재 전체주의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며 “독재의 북한 땅에서 살 것인지? 번영된 대한민국에서 자유롭게 살 것인지? 너무나 뻔한 답을 왜 망설였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후보 무응답을 비난한 대목이다.

박 발행인은 국민의힘을 노골적으로 두둔하기까지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잔여기간은 앞으로도 3년이다. 3년이란 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 국민의힘 정부를 만들었으면 국민의힘 정부가 힘차게 잘 나갈 수 있도록 해야 국익이 도모된다”며 “21대 국회처럼 야당 의석수가 많아 수백 개의 국가 발전과 민생 발전을 도모하는 법들이 꽃도 못 피우고 국회에서 낮잠 자거나 사장되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지역정가 관계자는 “프레이밍하는 전형적인 네거티브 화법의 설문이다. 특히 후보 정체성을 ‘친미냐, 친북이냐’고 묻는 것은 철지난 색깔론 정치에 다름없다”면서 “김포의 서울 통합 문제 또한 특정당 주장을 홍보하고 마치 그것이 확정된 것인냥 했다. 오랜기간 보아온 지역 간판신문이 왜 이렇게까지 편향적이고, 의도적인 설문을 한 것인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포신문 관계자는 “국정운영 의지와 이념, 각오를 확인하고 위해 유권자가 궁금해할 질문을 취합해 20개로 줄였다”며 “지면의 한계도 있고 압축하는 과정에서 답변을 단순화한 건 있지만 논란이 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