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 법안 추진을 당론으로 정하자 검찰총장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까지 나서 ‘헌법 파기’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헌법에 검찰청의 권한이 한줄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헌법이 검찰에 수사권을 독점적으로 부여했는지 논란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13일 오전 출근길에서 민주당의 수사-기소권 분리 당론채택을 두고 “4·19 혁명 이후에 헌법에는 수사의 주체를 검사만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민주당 당론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다. 그것도 정면으로”라고 비판했다. 김 총장은 “그런 법안이 추진된다면 범죄자는 만세를 부를 것이고 범죄피해자와 국민은 호소할 곳이 없게 된다”며 “그야말로 정의와 상식에 반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총장은 “저를 비롯한 검찰 구성원들은 절대로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겠다”며 “필사즉생의 각오로 법안의 입법이 진행되는 국회, 대통령, 그리고 법안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판단하는 헌법재판소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 따라 모든 절차와 방안 강구해서 최선을 다해 호소하고 요청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나섰다. 유상범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1층 기자회견장에서 이번 검수완박 당론에 반대한다고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유 위원은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는 헌법이 검사에게 영장신청권을 부여한 헌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헌법 파기에 다름 아니다”라며 “헌법은 체포 구속 압수수색에 관한 영장주의를 규정하면서 영장 신청권을 검사에게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위원은 “헌법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라는 취지에서 검사를 수사의 주체로 보고 있다”며 “소추에 수반되는 수사를 완전히 분리하는 나라는 없다. 검사의 소추에 동반되는 수사권을 제거하는 검수완박은 소위 판사의 재판에서 심리권을 제거하는 판심완박과 다를바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위원은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폐지는 헌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서 헌법 파괴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유 위원은 이밖에 “형사사법체계의 개편이나 조정은 오로지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이라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하나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폐지는 국민의 보호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오로지 특정 인물이나 국회세력을 수호하기 위해 국가의 수사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법률가인 검사가 기소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이 기소하는 결과가 초래되면서 인권은 후퇴할 것”이라고도 했다. 유 위원은 또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내 준 사법기관인 검찰청 수사권을 완전 폐지해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새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로서 확인된 민의에 불복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나 안철수 인수위원장 명의로 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세계일보 기자 질의에 유 위원은 “국가 형사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사안이고, 분과 위원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일방적 입법독주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입장하에 위원 합의로 입장문 발표하게 됐다”며 “당선인 인수위원장의 의사연락을 가지고 이 입장문 발표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3일 오전 대검찰청 건물 앞에서 검수완박 당론 추진에 대해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YTN 뉴스 갈무리
▲김오수 검찰총장이 13일 오전 대검찰청 건물 앞에서 검수완박 당론 추진에 대해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YTN 뉴스 갈무리

이 같은 주장을 두고 헌법에서 실제로 검사에만 수사권한을 독점적으로 부여했는지를 두고 논쟁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이에 반박한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대전 국립현충원 참배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오수 검찰총장은 헌법공부를 다시 해야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헌법은 검찰청의 권한에 대해서 어떠한 한 줄도 있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헌법조항을 보면, 관련 항목은 신체의 자유와 주거의 자유를 규정한 부분에 나온다.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6조는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등을 할 때 검사가 영장을 법원해 신청하도록 규정한 것이지, 포괄적인 수사권한을 검사에게만 부여했다고 보긴 어렵다.

정의당은 인수위의 입장 표명을 지적하고 나섰다. 정의당의 장태수 대변인은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이런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도 중단돼야 한다”며 “헌법에서 정한 검사 영장신청권은 그 자체로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전제하거나 보장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장 대변인은 “수사권을 분리하더라도 경찰이 송치하는 사건에 대한 최종 기소 여부는 검사가 결정하므로 경찰이 기소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인수위원회의 입장 역시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유상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1층 기자회견장에서 검수완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유상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1층 기자회견장에서 검수완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장 대변인은 대선 불복 프레임을 두고 “인수위원회가 정쟁에 직접 나서서 진영대결을 부추겼던 지난 대선의 연장전에 선수로 참가하려는 태도”라며 “민생에 전념하겠다는 대통령 당선인과 그 당선인의 직무를 준비할 인수위원회의 엇박자도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다. 인수위원회와 대통령 당선인이 역할을 분담한 것이라면 그것은 국민의 눈을 속이는 기만행위다. 자중하라”고 촉구했다.

민변, 정의당 검수완박 추진에는 유감 우려 표명

한편, 법조 시민사회와 야당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당론 추진에 반대의견을 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12일 “‘검수완박’, 즉 수사권과 기소권을 (조직적으로) 분리하는 형사소송법 개정도 그 방향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현시점에서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검경수사권조정 및 공수처 등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검수완박이 아무리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경찰의 수사능력과 통제장치는 충분한지, 사건관계인들의 불만과 불평은 없는지 확인하고 보완해야 한다”며 “검찰이 수행하고 있는 소위 6대 범죄를 경찰이나 공수처가 수행할 경우 수사의 공백을 채울 대안은 무엇이고,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역량을 확보할 방안은 무엇인지, 나아가 공수처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 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또 다른 전문수사기관을 만드는 것이 필요불가결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평가와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민변은 “방향이 옳고 명분이 있다고 해도 충분한 검토와 대안의 마련 없이 진행되면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숙의하여 검찰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정의당도 이날 밤 장태수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출범 등 형사사법 체계 변경에 따른 성과와 한계를 살핀 후 수사권 분리를 포함한 검경의 민주적 통제와 인권 보호 및 범죄로부터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 정의당으로서는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시민들의 삶을 정권 이양기 국면에서도 잘 살펴야 할 국회가 극단의 대결로 인해 동물국회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장 대변인은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하더라도 시민들이 정치와 국회를 혐오하지 않도록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고 합리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각 정당에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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