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보기 힘들었던 이례적인 지상파의 ‘호황’이 이어졌지만 지역언론의 경영 환경은 열악하다. 주요 지역 언론마저 ‘적자’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자체 취재를 종합해 지역민영방송 10곳과 지역MBC 16곳, 지역신문 11곳 등 총 37개 주요 지역언론의 3년간 영업이익과 매출을 집계했다.

지역MBC 다수 영업손실, 사옥 매각 ‘자구책’도

지난해 목포와 전주 지역을 제외한 14개 지역 MBC는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목포MBC(9억3000만 원)와 전주MBC(1억2000만 원)가 영업이익을 냈다. MBC강원영동(-1억9000만 원), 춘천MBC(-5억 원), 여수MBC(-5억5000만 원), 대전MBC(-11억 원), 안동MBC·제주MBC(-12억원), 포항MBC(-15억 원), 원주MBC(-17억 원), 광주MBC(-20억 원), 울산MBC(-23억 원), MBC충북(-24억 원), 부산MBC(-55억 원), MBC경남(-58억 원), 대구MBC(-296억 원) 등이다.

▲지역MBC 2019~2021년 영업이익. 그래프 정리=박서연 금준경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지역MBC 2019~2021년 영업이익. 그래프 정리=박서연 금준경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지역 MBC들의 영업손실 전환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실 지역 MBC들의 영업손실 전환은 5~6년 전쯤부터 시작됐다. 지상파 호황기일 때 벌어둔 사내 유보금으로 그동안 필요한 비용을 메꿔왔다. 지난해 MBC가 중간광고 도입, 콘텐츠의 인기 등으로 경영 상황이 호전되면서 지역 MBC의 적자 폭도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실제 16개 지역MBC 중 14곳의 2021년 영업이익이 2019년 대비 호전됐다. 그러나 상황을 반전시킬 정도는 아니다.

장진원 지역MBC 전략지원단장은 “매출 대비 경영 감당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상파는 종편이나 유료방송 채널들이 운영하지 않는 송신소를 운영한다. 이런 걸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급격한 영업손실로 ‘사옥 매각’ 방안을 쓰며 ‘자구책’에 나선 곳도 있다. 대구MBC는 2019년 1월 사옥부지 매각 공고를 내 약 4000억 원에 사옥을 매각했다. 뒤를 이어 부산MBC가 지난해 부산사옥 매각을 추진했다.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종편의 탄생’과 ‘유료방송의 성장’으로 지역 언론의 하락세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언론 시장은 광고 중심의 수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경쟁자가 늘어 파이가 줄고 있다. 윤석년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상파 방송의 추락은 2011년 종편이 생기면서부터 예정됐던 일이다. 결국 중앙언론 대 지역이나 중소규모 방송사들의 부익부 빈익빈 구조가 생겨났다. 구조적인 문제다. 지역에 대기업이나 큰 공공기관들이 많이 들어서지 않는 한 지금의 수익구조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역MBC 중 대구MBC의 영업손실이 가장 크다. 이유는 사옥부지를 매각한 비용 일부인 200억원을 사내근로복지기금(자녀 학자금 지원, 직원 의료비 등)으로 넣었기 때문이다. 대구MBC의 실질 영업손실은 –96억 원 정도다.

윤태호 언론노조 대구MBC지부장은 “사람도 재산인데, 지역사의 돈벌이가 안 된다고 해서 무조건 구조조정을 한다면 지역방송이 결국 제 기능을 못 하게 돼 악순환”이라며 “안정적으로 방송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옥을 매각했다”고 토로했다. 대구와 부산MBC는 다른 지역 MBC에 비해 구조조정을 소폭으로 단행해 자금이 더욱 부족한 면도 있다.

‘사옥 매각’은 도미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유보금이 바닥을 보이기 직전인 MBC충북과 제주MBC는 각각 ‘골프연습장’과 ‘사옥’ 매각을 검토 중이다. 김원태 MBC 감사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유보금이 MBC충북은 20억 원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도 만약 20억 원 규모로 적자가 나면 올해 연말에는 돈이 하나도 없다. 다음으로 제주MBC는 유보금이 24억 원이 남았다. 이 추세대로 적자가 나면 내년 말 여기도 바닥이 난다”며 “MBC충북은 골프연습장이 하나 있는데 처분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내년부터는 직원들 임금 주기도 어렵다. 제주MBC는 사옥 부지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지역민방 호전, 결합판매 ‘변수’

지난해 지역민영방송은 10곳 중 8곳이 흑자를 기록했다. 울산방송(UBC)과 광주방송(KBC)이 각각 21억 원과 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반면 KNN(부산경남방송) 94억 원, TBC(대구방송) 44억 원, 오비에스경인티브이 33억 원, JTV(전주방송)·G1(강원민방) 각각 20억 원, TJB(대전방송) 11억 원, CJB(청주방송) 4억 원, JIBS(제주방송) 1억8000만 원 등 영업이익을 냈다.

▲지역민영방송사 2019~2021년 영업이익. 그래프 정리=박서연 금준경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지역민영방송사 2019~2021년 영업이익. 그래프 정리=박서연 금준경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경제PP 등 2021년 영업이익. 그래프 정리=박서연 금준경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경제PP 등 2021년 영업이익. 그래프 정리=박서연 금준경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지역민방의 경우 SBS가 1400억 원이 넘는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낸 점에서 매출 호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역민방마다 형편이 다르긴 하지만, 다수가 2019년과 2020년에 비해 지난해 광고매출이 회복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다만 SBS를 지역에 송출하는 9개 지역민방에서는 SBS의 전파료 등 수익 배분 몫을 두고 해묵은 논쟁이 이어진 상황이고, SBS가 ‘규제 완화’를 요구하며 SBS와 지역민방 간 분위기는 냉각돼 있다.

SBS의 미디어렙사(방송광고를 방송사 대신 판매하는 방송광고 판매대행사)인 SBS광고 마케팅 회사 SBS M&C(구 미디어크리에이트)는 지난달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캠프에 전달한 요구안을 통해 지역민방과 광고 결합판매 폐지를 요구했다. 이에 언론노조 산하 전국 9개 지역민방 단체인 지역민방노조협의회는 지난달 11일 성명을 내고 “대선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사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일방적으로 민방 정책과제를 만든 SBS에 경고한다”며 SBS가 상생을 저버렸다고 비판한 바 있다. 결합판매 위헌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인데, 지역 민방에선 불안해하고 있다.

▲ SBS와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지역 민영방송사들 로고
▲ SBS와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지역 민영방송사들 로고

이지완 지역민영방송협회 정책협의회 간사는 “결합판매는 중앙사와 지역사의 네트워크 관계를 유지하는 물적 토대라고 할 수 있다. 물적 토대가 없으면 방송을 할 수 없다. 정치권으로 정책 제안이 들어갔다는 건 지역사 입장에서 당혹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결합판매라는 제도가 그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안전핀이 뽑히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SBS는 각 대선 캠프에 지역 편성을 축소하자는 취지의 수중계(중앙 방송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받아 지방 방송에서 재전송하는 것) 비율을 높이자는 요구도 했다. 이와 관련 이지완 간사는 “편성권은 각 지역사가 갖는 것이 맞다. 저희가 자체 콘텐츠가 부족하거나 UHD 전환 때문에 자체 편성을 못 하게 되는 게 아니라, 중앙에서 노골적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 건 다른 문제”라며 “중앙과 지역민방을 종속 관계로 가려는 게 아쉽다”고 토로했다.

주요 지역신문 10억대 영업이익 1곳뿐

지역신문의 여건은 방송보다 쉽지 않다. 주요 지역신문사들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 추세에 있고, 흑자를 내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다.

2021년 영업실적이 공시된 주요 지역신문 11곳 중 1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곳은 매일신문뿐이다. 같은 해 9대 일간지와 양대 경제지가 모두 1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역신문사 2019~2021년 영업이익. 그래프 정리=박서연 금준경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지역신문사 2019~2021년 영업이익. 그래프 정리=박서연 금준경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중앙일간지와 경제지 등 2021년 영업이익. 그래프 정리=박서연 금준경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중앙일간지와 경제지 등 2021년 영업이익. 그래프 정리=박서연 금준경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영업이익을 낸 지역신문은 매일신문 16억 원, 경인일보 8억9000만 원, 전북일보 4억8000만 원, 강원일보 1억9000만 원, 경기일보 1억7000만 원, 강원도민일보 4000만 원 순이었다. 영업손실을 낸 곳 중 광주일보 300만 원, 경남신문 1억 원, 영남일보 8억9000만 원, 국제신문 40억 원, 부산일보 82억 원 순이었다.

지역신문사 중 규모가 가장 큰 부산일보는 지난해 325억 원의 매출을 냈으나, 8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영업손실이 난 이유는 북항으로 사옥 이전을 위해 2020년 12월 사옥을 매각해 월 17억 원의 임차료 비용이 발생했고, 임대료 수입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부산일보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부산일보 역시 2019년 매출액 397억 원, 2020년 매출액 369억 원을 냈는데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
사진=gettyimages

11개 지역신문 중 2019년 대비 2021년 매출이 늘어난 신문은 1곳뿐이다. 전북일보가 2019년 62억 원 매출에서 2021년 63억 원 매출로 1억 원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역신문의 경우 지자체 광고와 협찬 비중이 높은데,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자체가 허리띠를 졸라매며 상황이 악화됐다. 이서후 언론노조 지역신문노조협의회 의장은 “중소규모의 지역신문들은 오히려 코로나19 핑계를 대고 고정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그나마 손실 방어를 했다. 광고 수익 등을 보면 많이 줄었다”며 “솔직히 답이 없는 상황이다. 다각도로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밖에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방송지원기금 확대, 조례 제정 등 지원책 필요

이서후 의장은 “지역신문들이 관공서 행사나 협찬 등으로 버텨왔는데,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며 “디지털 전환 등 실험을 해보고 싶지만, 그러나 감히 도전할 수 없다. 함부로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곧 죽음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강원도 등에서 지역신문 조례를 만들어 지원을 해주고 있다. 무조건 지원을 해달라는 게 아니라 연구하고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지원책이 정부나 시군구 단위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장진원 전략지원단장은 “어느 정도 매출이 유지될 때 사회적 책무를 감당할 수 있다. 방통위에서 45억 원의 돈을 지원하는데 지역 방송사가 40여곳이라 지원이 미미한 수준”이라며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 시민들의 의견이 모이는 공론장이 필요한데, 지상파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태호 대구MBC 지부장도 “이대로라면 결국 지역 언론들이 문을 닫을 수 있다. 피해는 지역에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년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콘텐츠에 지원하는 기관이 여러 곳이 있는데, 중앙과 지역을 경쟁시키는 게 아니라 지역을 배려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종사자를 살리자는 게 아니라, 지역방송이나 신문의 역할을 위한 제작 지원이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 미디어오늘은 지역신문 영업이익을 집계하면서 신문사 이름을 잘못 명시했습니다. 댓글을 통한 독자의 지적에 따라 해당 부분을 바로잡습니다. 잘못명시된 신문사와 독자에 혼란을 드려 사과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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