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18일 ‘차기 정부 미디어정책 개선방향 모색’을 주제로 열린 한국방송학회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성동규 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이 “새 정부에서 반드시 미디어 관련 부처 일원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미디어산업 진흥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에 분산된 미디어 관련 기능을 한 부처로 통합, 중복 규제 및 비효율적 규제 체계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동규 전 위원장은 이날 “산업과 시장을 시급하게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미디어독임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혀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디지털미디어혁신부(가칭) 신설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의 공적책무를 위한 공영미디어위원회는 여전히 합의제로 존속돼야 한다”고 밝힌 뒤 “독임부처를 만들 경우 방통위의 위상과 역할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는데, 사실상 방통위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한 발언으로 읽힌다. 

성 전 위원장은 “1980년대부터 아날로그적인 방송법이 지금까지 이어져 공영과 민영이 혼재된 상황에서 전체적인 미디어산업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부분이 크다”며 “차제에 민영‧공영이 분리될 경우 방통위도 거기에 맞춰 공적 영역만 철저하게 맡는 곳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게 미디어 관련 부처의 정치화가 최소화될 수 있는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기존 민영방송‧통신 영역은 독임부처로 보내고, 방통위는 KBS‧EBS 등만 담당하는 공영미디어위원회로 축소시키겠다는 의미다. 인수위가 이 같은 정부조직개편안을 내놓는다면 이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탄생했던 방통위는 1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성동규 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성동규 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성 전 위원장은 심의기구 변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OTT를 둘러싸고 나오는 이슈가 자율등급제를 신속하게 적용하는 이슈다. 그런데 1년 넘게 합의조차 못 하고 있다”면서 “영상물등급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나뉘어 있다. 차기 정부는 심의기구 역시 통합하고, 민간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심의기구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콘텐츠진흥기금 같은 것을 일원화시키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동규 전 위원장은 “문재인정부 미디어 정책은 공공성과 공적 가치에 방점을 많이 두었던 반면 차기 정부에서는 (현 정부가) 소홀히 했던 산업과 시장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거대 미디어 부처 신설 움직임을 우려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을 향해 “언론재벌을 위한 규제완화 아니냐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부분은 미디어산업의 경쟁력 제고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 언급하며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아젠다” 

공영방송을 향해서는 ‘수신료 폐지’와 ‘KBS 무용론’을 언급했다. 성동규 전 위원장은 “특정 방송 특정 프로그램을 보면서 공영방송으로서 과도하다는 것들을 느끼셨으리라 본다. 어느 세미나에서 한 변호사가 KBS 공영방송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 서슴없이 말하는 것 보고 놀란 적 있다. 이제는 이 문제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향후에는 본격적으로 나올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KBS.
▲KBS.

그러면서 “BBC도 총리가 수신료를 폐지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라며 “(수신료 폐지가)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아젠다”라고 밝혔다. 동시에 “(KBS가) 이젠 공적 영역의 책임을 망각했던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영성 강화가 공영방송 생존방법이다. 공영방송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며 독립성‧중립성 보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 공약에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없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공영방송의 불공정 문제 해소라는 게 구체적으로 법‧제도에 의한 해소인지, 인적 청산을 통한 해소인지 명확치 않다. (인적 청산은) 어느 정부나 정권 초기 실시했다 실패한 게 대부분이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독립성 보장은 결국 재원 문제다. 재원이 보장 안 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유지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심영섭 겸임교수는 또한 “공공성과 상업성을 조화한 규범적 가치를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이 공영방송을 게토화하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공영미디어위원회 체제의 역효과를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말하는 디지털경제패권국가로 가기 위해 공영방송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지,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 OTT에서도 공영방송이 공적책무를 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영섭 겸임교수는 “지금의 낡은 미디어 법체계에서 정부가 시행령만 가지고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미디어 공약은 큰 차이가 없었다. 공통 공약을 가지고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성동규 전 위원장은 “차기 정부 인수위에서 미디어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반드시 민주당 미디어 분야 공약도 충분히 고려하고 좋은 것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성 전 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를 비판하며 “언론자유는 자율규제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당선자께서 선거운동 기간에 언론노조 등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는데 그 역시도 직접적 형태의 규제나 간섭이 될 수 있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자율규제 얘기를 할 수 있느냐, 논리적 맥락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그의 해명은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그런 짧은 기간 동안에 있었던 부분들, 또 당선자의 언론관이 충분히 투영되지 않았던 부분이 섞여 있었던 것 같다”였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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