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공개 지지를 호소한 김어준씨를 진행자로 출연시키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문제라고 판단해 TBS 담당 PD와 라디오제작본부장 의견진술을 진행한 뒤 법정제재 경고를 의결했다. 경고는 재허가 심사에서 벌점 2점이 적용되는 중징계다. 

선방심의위는 1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2월15일~18일, 2월21일 TBS ‘뉴스공장’ 방송분에 대해 TBS 담당 PD와 라디오제작본부장 의견진술을 진행했다. 1시간 넘게 이어진 논의 끝에 법정 제재 ‘경고’가 결정됐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10월23일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이재명을 도와줘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김씨는 이 자리에서 이 후보의 대선 후보 출마를 거론하며 “지금부터는 당신(청중 및 시청자)들이 좀 도와줘야 해”라며 “이재명은 여기까지 혼자왔거든”이라고 말했다.

선거방송 심의규정 21조 3항은 “방송은 특정한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공표한 자 및 정당의 당원을 선거기간 중 시사정보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출연시켜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 김어준 딴지그룹 대표가 지난해 10월23일 유튜브에서 방송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184회에 마무리 발언에서 이재명을 도와줘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딴지방송국 갈무리
▲ 김어준 딴지그룹 대표가 지난해 10월23일 유튜브에서 방송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184회에 마무리 발언에서 이재명을 도와줘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딴지방송국 갈무리

의견진술에 참석한 송원섭 TBS 제작본부장은 “진행자 김어준에게 2021년 10월 말 논란이 된 안건에 대해서 헌법상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라고 할지라도 불필요한 논란을 만드는 건 온당치 않다고 분명히 전달한 바 있다”고 했다. 

선방심의위가 지난 4일 회의에서 요청한 김어준씨의 입장도 함께 전했다. 김어준씨는 송원섭 본부장을 통해 “공식 지지선언 명단에 이름을 올리거나 공식 조직에 참가한 것이 아니며 개인 SNS에서 후보의 삶에 대해 개인적 감상과 논평을 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영식 위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은 “공표의 의미에 대한 불명확한 논의를 문제 삼았는데, 공표는 사전적인 의미로 명확하고 판례상으로도 언급되어있다. SNS를 통해 표출한 행위는 충분히 공표에 해당된다. 본인이 특정 후보를 뽑아달라고 이야기하는 상태에서 선거방송 진행 자체가 특정 후보를 위해 불공정하게 진행된다면 이는 선거운동에 해당하며, 공정보도 의무에 위반한다”고 말했다. 

또한 “방송에서 표출된 진행자의 발언이 아닌, 개인의 자유로운 지적은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제작진의 입장에 대해 “분명한 착각”이라며 “지금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가 지상파 방송사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선거방송 심의에 보다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제작진의 의견에 대해서는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 21조 3항은 명확하게 역할을 하도록 규정되어있다”며 “김어준 방송은 이를 위반했기 때문에 이번 대통령 선거의 질서를 훼손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자기 진영 사람만을 위한 선거방송은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송원섭 본부장은 “21조 3항에 대한 해석, 오늘 안건에 대한 판단은 선방심의위 위원의 권한”이라면서도 “다만 뉴미디어, SNS 등 소위 헌법상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 대해 선방심의위가 앞으로 어떻게 방향을 잡고 해석을 할 것이냐는 장기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지지와 공표에 대한 논란도 여전히 있다. 우리가 그 부분을 판단하기에는 짐이 무거웠다”고도 덧붙였다. 

이나연 위원(한국언론학회 추천)은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즈 등은 기자들이 SNS 등에서 의견 표명을 할 때, 회사 내 자체 규정이 있다. 기자들이 어디서 발언을 하건 해당 언론사의 기자로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TBS에는 그런 규정이 없냐”고 물으며 “BBC는 공식적인 진행자의 경우, 그 사람이 외부 사람이건 내부 사람이건 그 규칙을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말했다. 

이에 송원섭 본부장은 “TBS 내부 직원들의 경우, 그러한 정치적인 표현을 했을 경우, 그 행위가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게 된다면 내부적으로 징계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라면서도 “김어준 등의 방송인이 해당 프로그램에 불필요한 발언·행위를 했을 때 어떻게 제재한다든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방송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BBC 사례가 있다면,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일곤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제작자와 담당 PD가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투쟁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본인과 양승창 PD 모두 한국PD연합회 소속으로 동참했었다는 송원섭 본부장 대답에 “그렇게 하신 분이 이 프로그램의 책임자라는 게 부끄럽지 않냐”고 되물었다. 

김 위원은 “(제작진은) 방심위에서 어떻게 대처하냐, 법적인 부분이 어떻게 되느냐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율성을 보장받는 만큼 공정성 유지를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작자, 담당 PD 두 분에게 문제가 있다. 김어준씨야 원래 그렇다하더라도, 방송에 있어서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거나 불공정하다면 제작자가 바로잡아야 한다”며 제작진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 TBS 사옥. 사진=TBS 제공.
▲ TBS 사옥. 사진=TBS 제공.

정일윤 위원(한국방송협회 추천)은 “선거방송심위를 하면서 가능한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으려고 제제도 가능한 낮춰서 하고 있다”며 “뉴스공장은 민원사항 위반 건수가 많았음에도, 심의위원으로서 비교적 무겁지 않은 제제를 줬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뉴스공장이 굉장히 거친 방송이긴 해도 우리나라의 지나치게 기울어진 언론 지형을 바르게 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제작진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점은, 팩트를 너무 가볍게 보지 말라는 것”이라며 “김어준씨가 타고난 방송인임은 사실이지만, 많은 부분에서 팩트에 기초하지 않은 해설이나 논평이 이뤄지고 있다. 음모론에 기초한 선동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계적인 균형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기계적 균형을 맞추지 않고 한 편에서만 일방적으로 방송할 경우, 그 생각을 같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억지에 해당하는 담론”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 위원은 “뉴스공장 같은 제작 방식을 고수하면 일종의 팬덤을 형성하면서 청취율 높고 그 사람들한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많은 사람들한테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국민들을 극단적인 신념에 빠트릴 위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의견진술을 마친 후, 법정제재 여부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심의 기준의 명확성 여부에 대한 의견이 나뉘어졌다. 권혁남 위원장은 “유튜브는 공적 영역의 미디어인지, 사적 영역의 미디어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법률적 가이드라인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법정 제재는 무리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일곤 위원과 정영식 위원은 현재의 심의 기준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김일곤 위원은 “김어준 프로그램을 법정제재하지 않으면, 우리가 어떤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정영식 위원도 “SNS가 사적인 영역이라고 하지만, 김어준 방송은 사적인 영역을 공적 영역으로 들여왔다”며 “만약 우리가 김어준 방송을 이번에 제재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김어준 방송은 또다시 지방선거에서 이러한 관행의 선거방송을 진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수택 위원(방송기자연합회 추천)은 “담당자들도 충분히 수긍하고 노력을 다짐한 것으로 봐서, 이후 매우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 법정제재를 한다고 해서 무슨 실익이 있을 것이냐. 앞으로 의원님들께서 주신 질책과 조언을 충분히 받아들여 좀더 온건한 방송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며 권고를 결정했다. 선방심의위원 8인 중 5인이 법정제재, 박수택·권혁남·박동순 위원이 권고 의견을 내 법정제재가 결정됐다. 이날 김언경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코로나 확진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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