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5일 법정에 출석하는 최은순씨(가운데). ⓒ연합뉴스    
▲지난 1월25일 법정에 출석하는 최은순씨(가운데).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장모 최은순씨가 오마이뉴스를 상대로 제기한 3억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3월16일 열렸다. 2021년 4월 고소 이후 약 11개월 만으로, 최씨측 손경식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사위가) 대통령이 됐다는 이유로 소송을 취하하는 건 고려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단순히 ‘대통령 장모의 언론 소송’ 차원을 넘어 공인의 정의와 공인을 향한 검증보도 범위를 확인하는 중요한 판례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021년 3월4일 총장직을 사퇴했고, 그해 6월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오마이뉴스는 그해 3월26일 ‘윤석열 장모는 유독 ‘부동산’에 집착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부제는 ‘[인물탐구] 대권 도전 유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톱 밑 가시’ 장모 최은순씨’였다. 해당 기사는 최씨의 40년 지기 말을 빌려 “(최씨가) 돈에 대한 집착이 아주 강했다”고 했고, “최씨가 1991년부터 1995년까지 다섯 차례나 벌금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는 “최씨가 대표를 지낸 가족회사 이에스아이엔디는 경기도 양평군 공흥리 일대에서 아파트 시행사업을 벌여 2014년부터 2016년까지 798억여원의 분양수입을 올렸다”며 “흥미로운 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13년 국정원 댓글수사로 인해 좌천될 당시 첫 부임지가 여주지청이라는 점이다. 여주지청 관할에는 양평군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는 윤 전 총장이 결혼한 지 1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고 보도했다. 

최은순씨 측은 2021년 4월21일 제출한 소장에서 해당 기사를 두고 “원고(최은순)와 민‧형사 분쟁을 벌이던 정대택, 안소현 등의 일방적 진술만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기획부동산‧쪼개기 등과 같은 자극적 용어를 사용하며 40대 초반 이른 나이에 남편을 여읜 후 4명의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법 테두리 안에서 사력을 다해 한 사업 활동을 불법 내지 부도덕의 종합체인 것처럼 묘사했다”며 명예훼손을 주장했다. 

최씨측은 나아가 해당 기사가 “원고의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한 재산형성은 윤 총장의 향후 정치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었고 이와 같은 문제 있는 재산형성에 윤 총장도 일부 개입한 것처럼 암시했다”며 “윤 총장이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른 상황에서 본인에 대한 흠결이 발견되지 않자 장모인 원고의 재산형성 과정 의혹을 무분별하게 제기한 다음, 윤 총장 역시 여주지청장 시절 원고의 문제 있는 재산형성 과정에 일부 관여했던 것처럼 드러내고자 한 것으로 정치적 의도가 있는 악의적 비방 보도”라고 주장했다. 최씨측은 “윤 총장이 여주지청에 부임할 당시에는 2006년 토지 매입, 2012년 인허가 절차가 모두 완료되어 인허가나 사업 진행에 영향을 미칠 상황이 아니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최씨측은 무엇보다 “공익과 무관하게 원고의 실명과 사진을 버젓이 공개해 인격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강조했으며 “공인이 아닌 일반 시민의 재산형성 과정에 무차별적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공익 달성에 기여한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기사 내용 중 “2005년에는 정대택씨 사건에 대한 위증으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는 대목 등을 가리켜 “공인이 아님에도 벌금 전력까지 모두 공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언론중재위원회가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그해 5월 해당 기사에 시정권고 결정을 내렸고, 이에 대해 기사를 쓴 구영식 오마이뉴스 기자는 시정권고 재심청구 의견서를 통해 “최은순은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부터 부인 김건희와 함께 정치권과 언론의 주요한 검증대상이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 공직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여론조사 1~2위를 다툴 정도로 야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이고, 본인도 대권을 향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점에서 윤 전 총장 가족 검증은 필요한 것이고, 실명 보도 등은 검증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연합뉴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연합뉴스

 

오마이뉴스 기자 “레거시미디어, 장모 배려 많이 했다…최씨는 윤석열 검증 핵심 인물”

그러면서 “언론중재위원회는 인격권 침해,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 침해 등을 우려해 내린 조치이지만 자칫 유력한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의 가족에 대한 언론의 공익적 비판과 검증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심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영식 기자는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윤석열 장모가 어떤 사람인지는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만한 공적 관심사였다. 장모를 잘 아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취재해 최씨에 대한 기본적 인물 정보를 제공한 기사”라고 밝히며 시정권고 결정을 다시금 비판했다. 

구영식 기자는 “소위 레거시미디어들이 장모에 대해 배려를 많이 했다. 대부분 언론이 최아무개씨라 하고 사진도 모자이크해서 내보냈지만 나는 공인에 가까운 인물이라 보고 실명을 쓰고 (최씨가 다닌) 대학원에 있는 사진을 썼다. 만약 우리가 최아무개씨로 고치고 사진을 삭제했다면 손배까지는 안 갔을 것”이라고 전한 뒤 “(하지만) 유튜브와 인터넷커뮤니티에서 수없이 사진과 실명이 공개되고 있었다. 실명과 얼굴 공개가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내 기사가) 갑자기 나온 게 아니고 장모의 땅 문제와 관련한 검증보도는 2020년 검찰총장 시절 다른 언론사에서도 이미 나왔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 기자는 “최씨는 윤석열 검증에서 핵심 인물로 당연히 검증 대상이었다.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소송 등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위 권력이 작동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김건희씨와 결혼 이후 벌어진 여러 사건과 관련해 (최씨는) 제대로 사법처리를 받지 않고 있었다. 언론 보도가 아니었으면 요양병원 건도 묻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2021년 7월2일 의료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사기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나 지난 1월25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구 기자는 “사위께서 당선까지 된 마당인데 검증과정에 있었던 고소‧고발 건들을 취하해주면 좋겠지만 특별히 기대하지 않는다.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으며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의 장모나 김건희씨에 대한 언론의 검증이 부족했다”고도 주장했다. 구 기자는 대선 기간 중 윤석열 후보측으로부터 두 건의 형사고소‧고발도 당한 상태다. 

언론보도 민사소송 판례에 밝은 한 변호사는 “공인 개념은 결과적이다. 누가 공인이라는 기준이 없다. 공적 관심사의 대상이 되면 공인이 된다. 그 기준이라는 게 일정하지 않다”고 밝힌 뒤 “재판부는 오마이뉴스 보도 시점에서 최은순이란 인물의 실명을 공개하고 과거 행적을 보도할 만한 공익적 필요성이 있었느냐로 접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오마이뉴스는 당시 윤석열 전 총장이 유력 대선후보였기 때문에 다른 언론사보다 먼저 구체적 검증 보도를 시작했다고 주장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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