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언론·미디어 분야’의 정책에도 작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미디어의 ‘산업성’과 공영방송 ‘중립성’을 강조한 공약에 비춰보면 ‘공공성’과 ‘독립성’ 부문이 퇴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문재인 정부 미디어 정책 전반에 혹평이 많지만 그나마 성과를 보인 공동체라디오, 비정규직 문제 개선, 미디어 교육 등 정책 기조가 지속될지 우려도 제기된다.

‘공영방송’ ‘팩트체크’ 정치 쟁점 부상 전망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언론자유 위축’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과거 국민의힘 계열 정당 집권 때 이뤄진 부적절 인사의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 임명, ‘미네르바 사건’ 등 온라인 표현물 규제 시도 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고, 윤석열 후보의 ‘언론관’에도 우려가 나온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당선 축하 꽃다발을 받아들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당선 축하 꽃다발을 받아들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지난 6일 선거 유세 현장에서 윤석열 후보는 “민주당 정권이 강성노조 전위대를 세워서 갖은 못된 짓 다 하는데 그 첨병 중 첨병이 바로 언론노조”라며 “정치 개혁에 앞서 먼저 뜯어고쳐야 한다”고 발언했다. 한국기자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언론 관련 정책을 묻는 질문에 ‘허위기사를 쓴 언론사가 파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변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윤석열 정부 언론·미디어 공약을 보면 전반적으로 양이 적고 비중이 떨어지는 데다 그나마 있는 공약이 ‘산업성 강화’와 ‘공영방송 중립성’에 치중해 있다. 이는 ‘정치적 독립성’을 정책 과제로 제시한 이재명, 심상정 후보와 대조적인 대목이다. 윤석열 후보 공약집은 공영방송에 관해 “국민은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해 매우 비판적” “(공영방송의)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검증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공약은 공영방송 경영평가 강화, 공영방송 정치적 중립성과 신뢰성 보장 위한 다양한 장치 마련 등이다.

공영방송을 향한 여권발 공세는 이미 시작됐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황보승희 전 공정방송감시단장은 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과 함께 16일 ‘20대 대선 불공정방송 100일 기록 공영언론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이 토론회를 기점으로 ‘공영방송’ 이슈에 대한 쟁점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 2008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 2008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 2008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 2008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이명박 정부 때 정연주 KBS 사장과 신태섭 KBS 이사 해임, 문재인 정부 강규형 KBS 이사 해임 등과 같은 충돌이 이번 정부에서도 예견된다. 다만 공영방송 논의의 경우 ‘여소야대’ 정국인 점을 감안하면 21대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공영방송 독립성 강화 관련 법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단하기는 힘들다.

국민의힘이 ‘정쟁화’하며 벼르고 있던 사업에 대해서는 재검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문재인 정부 방통위에서 ‘가짜뉴스 대응’의 일환으로 시작한 ‘팩트체크 기구 설립’ 사업은 국회 미디어 부문 예산 논의 때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국민의힘은 ‘정부편향 팩트체크’라며 비판했고 관련 예산 전액 삭감, 기구 폐지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지난해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중재법과 공공팩트체크사업 등 언론장악 음모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언론중재법’과 ‘팩트체크 사업’을 한 데 묶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범정부 차원의 정책이 마련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역시 ‘정쟁화’될 가능성이 있다. 2019년 KBS와 교육부가 미디어 교육 관련 협약식을 하자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위원장 박성중·길환영)는 “미디어 교육을 빌미로 학생들에게 문재인 정부에 불리한 정보는 '가짜뉴스'로 매도하고 정부비판적인 종편과 유튜브에 대해 편향된 인식을 심어주려는 명백한 정치개입”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때 방통위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 미디어 교육 강사들에게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 것’을 강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언론 노동·공동체라디오 등 방향성 바뀌나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 정책의 적지 않은 부문이 콘텐츠·플랫폼 산업성 강화이고, 방통위를 산업 중심의 새 부처로 재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어 ‘미디어 공공성’ 부문 정책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이행도가 높은 미디어 공약인 ‘공동체라디오 활성화’는 후속 조치가 중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방통위는 전국 20개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을 신규허가했다.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 주파수를 할당받은 공동체라디오가 7곳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20곳 신규허가는 획기적인 변화로 꼽힌다. 공동체라디오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마을 단위 라디오 방송을 말한다.
 
공동체라디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규허가가 이뤄졌지만, 공동체라디오 방송사들 다수는 개국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방송사 허가는 대거 이뤄졌지만 예산이 전과 같다는 점에서 방통위 차원에서 기재부를 설득하는 등 장기적인 노력도 중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공동체라디오 신규 허가가 0건에 그치는 등 관련 정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와 노동·사회단체들이 모인 ‘방송작가친구들’은 지난 1월 30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서울노동청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와 노동·사회단체들이 모인 ‘방송작가친구들’은 지난 1월 30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서울노동청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문재인 정부가 방송 비정규직 문제에 이전 정부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점도 살필 필요가 있다. 2017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20년 방통위는 모든 지상파 방송사에 사상 최초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재허가 조건으로 부가했고, 차별 문제가 불거진 대전MBC, 청주방송 등에는 별도의 재허가 조건을 마련했다. 방송사에 적극적인 근로감독이 이뤄진 것도 문재인 정부 차원의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방통위는 노동 문제가 불거지면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회피한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이 예상되며 노동계 전반이 우려하고 있는데 방송 비정규직 문제 역시 예외가 아닐 수 있다.

‘자율성 강화’, ‘정치쟁점 아닌 사안 구분’ 필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미디어 거버넌스’ 전반을 재정비할 것과 더불어 언론과 미디어의 ‘자율성’ 구현을 촉구하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언론노조는 15일 공영방송 정치적 독립을 위한 정책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언론노조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감사원과 검찰을 동원하며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흔들고 수많은 언론노동자에게 해고와 징계를 자행했던 역사”를 지적하며 “문재인 정부는 공영방송·언론개혁을 정치적 쟁점이라 회피하며 방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5일 논평을 내고 “통합의 정치는 언론미디어 시스템을 국가 중심에서 자율과 협력의 체계로 전환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언론미디어의 책무는 정부의 수직적 통제가 아니라 독립성과 자율성에 의한 수평적 협력을 통해 실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앞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0일 성명을 통해 “윤석열 후보의 당선으로 ‘미디어정책이 실종된 선거’가 ‘시민을 위한 미디어정책은 없이 자기편 챙기는 정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며 “‘국민 통합’ 가치에 걸맞게 시민 모두의 ‘미디어 기본권’ 보장을 포함한 미디어정책 방향을 언론종사자, 시민사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통해 마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쟁이 아닌 영역에선 정책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지 전국언론노동조합 특임 부위원장은 “촛불 정부인 문재인 정부에서는 최소한 비정규직들이 ‘노조 가입으로 인해 해고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후 방통위의 방송사 재허가 조건, 지상파 3사 방송작가대상 근로감독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며 “현재 방통위는 방송사별 비정규직 실태를 파악하고도 별다른 후속조치가 없다. 비정규직 문제는 정당 간 ‘정쟁’으로 볼 사안이 아니다. 비정규직 관련 정책은 유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디어 교육 업무를 하는 기구 소속의 한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허위정보를 규제하는 민주당 정책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며 “중요한 건 ‘규제’가 아닌 ‘자율적 측면’의 노력이다. 그런 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등과 같은 정책은 정부가 달라지더라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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