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100분토론' 진행자인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
▲MBC '100분토론' 진행자인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

21일 첫 번째 대통령선거 법정 TV토론 주관사였던 MBC가 토론 사회자로 ‘100분 토론’ 진행자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를 추천했으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이례적인 투표까지 거쳐 사회자 선정을 무산시킨 사실이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 공문을 보내고, 위원회가 토론회 사회자 선정안을 논의하기 바로 전날엔 위원회를 압박할 수 있는 논평까지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원일희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논평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지금까지 공정하고 상식적인 사회자를 선정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불행히도 3차례로 예정된 TV 법정 토론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편향된 인물을 사회자로 선정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면서 “문제의 인물은 그동안 많은 방송에서 조국 전 장관을 일방적으로 옹호해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언론을 ‘정치공작’의 도구로 인식하는 왜곡된 시각을 드러내 대표적인 ‘정치편향 불공정 인사’로 꼽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원일희 대변인은 그러면서 “불공정한 사회자가 선정된다면,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부정선거를 방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 경고했다. 당시 논평에는 실명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정준희 겸임교수를 겨냥한 대목이었다. 그리고 해당 논평이 나온 다음 날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서 3차례의 법정토론을 주관하는 지상파 3사의 사회자를 정했다. MBC는 박경추 아나운서, SBS는 편상욱 앵커, KBS는 박태서 해설위원으로 결정됐다. 애초 MBC는 정준희 겸임교수를, SBS는 주영진 앵커를 추천했으나 결론은 달랐다. 

▲지난 15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회의 모습.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지난 15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회의 모습.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당시 회의에 참여한 ㄱ위원은 “MBC에서 정준희 교수를 추천했는데 사무국에서 불공정 시비가 있었는지 조사해본 것 같았다. 사회자 선정에 있어서 외부로부터 시비가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혀 위원들이 표결에 나섰고, 과반 이상이 교체로 의견을 모았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역시 회의에 참여했던 ㄴ위원은 “국민의힘이 공문도 보내고, 성명도 냈기 때문에 정준희 교수를 바꾸지 않으면 반드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 있었다. 나는 주관 방송사 의지를 존중해주면 좋겠다는 입장이었고, 항의가 없으면 주영진 앵커는 문제가 없는 거냐고 따졌다. 결국 두 사람 모두 교체됐고, 나는 이 과정 자체가 국민의힘에 휘둘린 것으로 비춰져 공정성 시비에 걸릴 사안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반면 회의에 참여했던 ㄷ위원은 “위원들이 각각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했다”고 전하면서 “위원들이 특정 정당의 공문이나 논평에 휘둘릴 사람들이 아니다. 위원 가운데 국민의힘 추천은 딱 한 명인데 이 사람이 압도할 의견을 제시한다고 해서 위원들이 거기에 영향을 받을 사람들도 아니다”라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사무국 관계자는 “표결이 흔한 사례는 아니다. 보통은 협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결정하지만 표결을 갔다는 건 의견이 많이 달랐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서 관련 공문이 왔지만 특정 정당 공문이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정당에서도 의문이 생기지 않는 사회자가 필요했고, 내부에서도 검토한 결과 (국민의힘 주장이) 아예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대통령선거 TV토론에 나선 대선후보들. ⓒ
▲지난 21일 대통령선거 TV토론에 나선 대선후보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그러나 회의에 참여했던 ㄹ위원은 “당시 결정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거나 독립적이지 않았다. 특정 정당의 관점이 과도하게 개입되면서 정치적 분란을 우려한 보신주의가 반영된 결과”라며 사무국을 비판했다. ㄷ위원은 “정준희‧주영진 두 분이 방송을 진행하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지적을 받은 적 있나. 한 번도 없다”면서 “사무국은 언론학자로서의 정당한 활동을 문제 삼았고, 그 반작용으로 주영진 앵커까지 유탄을 맞은 것”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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