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실시한 4·15 총선이 부정선거라며 ‘진실규명’을 제1공약으로 들고 나온 대선후보가 있다. 국민의힘의 옛 이름인 새누리당의 옥은호 후보(기호 8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 중 7개를 부정선거 관련 내용으로 채웠다. 

옥 후보는 선거벽보(후보 포스터)에도 ‘4·15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라는 문구와 함께 부정선거 관련 내용을 후보 얼굴 사진보다 많은 비중을 배치했다. 옥 후보는 지난 22일 오후 11시부터 진행한 TV토론회에서도 자신의 공약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부정선거 주장으로 시간을 할애했다. 김경재 신자유민주연합 후보(기호 10번)는 이날 토론에서 “옥 후보의 부정선거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입장을 같이 했다. 

▲ 옥은호 새누리당 후보 선거벽보
▲ 옥은호 새누리당 후보 선거벽보

 

옥 후보가 TV토론 등에서 한 부정선거 주장은 보수진영 일각에서 지난해 총선 이후 주장한 내용이기도 하다. 옥 후보가 TV토론에서 제기한 의혹을 순서대로 소개하고, 선관위는 어떠한 입장인지 정리했다. 

선관위 서버관리자 비번 유출 주장

옥 후보는 중앙선관위 서버 최고관리자 비번이 서면으로 유출됐다며 해킹이나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 옥은호 후보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 내용. 자료=선관위
▲ 옥은호 후보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 내용. 자료=선관위

 

선관위에 따르면 총선 이후 지난 2020년 9월 전산센터를 관악청사에서 과천청사 이전했다. 당시 암호가 기재된 서면을 파기하지 않고 종량제봉투에 버린 것인데 해당 서면에 적힌 암호는 이미 사용기한이 만료돼 유효하지 않은 암호였다. 선관위는 보안상 전산장비 암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하며 관리하고 있다. 또 선관위는 접근통제시스템에서만 접속이 가능하며 접근통제시스템은 암호 외 추가 인증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무번호 투표용지 인쇄 

옥 후보는 ‘무번호’, 즉 일련번호가 없는 투표용지 사진을 제시하며 “번호가 없는데 몇 장을 사용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며 투표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 옥은호 후보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 내용. 자료=선관위
▲ 옥은호 후보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 내용. 자료=선관위

 

선관위는 해당 무번호 용지의 별도 용도를 설명하며 반박했다. 선거일에 투표용지를 납품·검수시 훼손된 투표용지가 나오면, 번호없는 투표용지에 훼손된 투표용지의 일련번호를 기재해 교체한다. 훼손된 투표용지는 정당추천위원 입회 하에 폐기하고 이 상황을 ‘투표용지 작성·관리록’에 적어둔다. 

빳빳한 투표지 

옥 후보는 재검표 현장에서 빳빳한 투표지가 나왔다면서 “어떻게 투표와 개표를 거친 투표지가 빳빳할 수 있느냐”며 조작가능성을 제기했다. 

▲ 옥은호 후보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 내용. 자료=선관위
▲ 옥은호 후보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 내용. 자료=선관위

 

선관위는 “선거인이 투표지를 접는 행태는 1~2회 이상 접는 경우, 가볍게 말아쥐는 경우, 접지 않고 손으로 가리는 경우 등 다양하다”며 “개표소에서 투표지분류기 투입을 위해 투표지를 정리하고, 투표지분류기나 심사계수기 통과 후 후보자별로 묶음 처리하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접힌 부분이 완화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투표용지는 관할 선관위 청인, 투표관리관 사인 등을 통해 정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화살표 스티커가 인쇄된 투표지

옥 후보는 투표용지에 붉은 화살표가 있는 사진을 제시하며 “롤용지의 화살표 스티커가 투표지에 붙었는데 스티커 종이는 없고 이미지만 남았다면서, 스캔 후에 인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상적인 투표지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 옥은호 후보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 내용. 자료=선관위
▲ 옥은호 후보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 내용. 자료=선관위

 

선관위는 법률상 문제가 없는 기술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해당 화살표는 업체에서 납품받은 롤용지 끝부분을 고정시키는 용도의 스티커였다. 해당 스티커 화살표 앞부분이 롤용지에 붙은 상태로 투표용지발급기를 통해 투표용지로 인쇄된 것이었다. 선관위는 해당 투표지가 21대 국회의원선거 파주시을선거구 선거무효소송 검증과정에서 1장 발견된 것으로 관할 선관위 청인과 투표관리관 사인, 관련 법에 근거해 정규투표용지라고 밝혔다. 

빳빳한 배춧잎 투표지

옥 후보는 투표지 두장이 겹쳐서 인쇄된 투표지도 문제 삼았다. 투표지 하단에 다음 투표지 일부가 인쇄된 경우, 일명 ‘배춧잎 투표지’가 조작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화살표 투표지’와 마찬가지로 가짜투표지를 스캔한 이미지를 인쇄했다는 주장이다. 

▲ 옥은호 후보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 내용. 자료=선관위
▲ 옥은호 후보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 내용. 자료=선관위

 

선관위는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사무원이 훼손된 투표용지를 재발급하지 않고 그대로 선거인에게 교부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당시 투표용지를 지역구와 비례대표 순으로 두장 출력했다. 첫 번째 투표용지(지역구) 출력 후 두 번째 투표용지(비례) 출력 전에 투표사무원 부주의로 첫 번째 투표용지가 발급기에서 완전히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두 번째 투표용지와 일부 겹쳐 인쇄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투표사무원이 투표용지가 출력 중에 손을 대고 있다가 운영미숙으로 출력된 투표지가 다시 투입구로 들어가 인쇄가 겹친 경우다. 

사전투표용지 유출 

옥 후보는 선관위가 버린 부여청양 투표지의 QR코드로, 기표된 투표지를 찾아낸 것을 예로 들며 비밀선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옥은호 후보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 내용. 자료=선관위
▲ 옥은호 후보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 내용. 자료=선관위

 

선관위는 해당 사전투표용지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해 설치한 특별사전투표소(경주시 양남면 제2사전투표소에서 인쇄 중에 훼손된 사전투표용지라면서 선거 관련 서류를 경주시선관위에 등기우편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훼손된 투표용지 등 투입봉투’가 누락됐고 이후 다른 물품과 섞여서 폐기된 것으로 파악했다. 

한편 옥 후보는 특히 사전투표에서 부정선거가 의심된다며 6번째 공약으로 사전투표 폐지와 우편투표 최소화를 주장했다. 

20대 대선 투표시간은 오는 3월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는 오후 6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투표를 하게 된다. 단, 농산어촌 거주 교통약자인 확진·격리 유권자는 관할 보건소 허가 시 오후 6시 전에 투표가 가능하다. 이번 대선 사전투표는 오는 3월4일(금)과 5일(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할 수 있다. 

선관위는 “이와 같은 의혹제기는 선거사무에 대한 이해부족, 투표관리인력의 단순 실수, 선거인의 투표행태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부정선거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또 선관위는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위한 선거벽보에 선거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내용을 담은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로 선관위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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