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검사 사칭’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해명을 공식 선거공보물에 실은 가운데 당사자가 기자회견으로 반박 나섰다. 과거 이 후보와 함께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을 취재했던 최철호 KBS PD는 “이 후보가 말을 바꾸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을 쏟아냈다.

최 PD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소재 한 카페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PD가 혼자서 검사 사칭을 했다는 선고 공보물 내용은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02년에 있었던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 선거공보물에 ‘시민운동가로서 공익을 위해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 진상규명과 고발 과정에서 발생, 특혜분양사건 대책위 집행위원장이던 후보자를 방송 PD가 인터뷰하던 중 담당 검사 이름과 사건 중요 사항을 물어서 알려줬는데 법정 다툼 끝에 결국 검사 사칭을 도운 것으로 판결됨’이라고 소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충북 충주 젊음의 거리에서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노컷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충북 충주 젊음의 거리에서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노컷뉴스

검사 사칭 사건은 과거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이 후보가 최 PD와 공모를 통해 당시 성남시장에게 검사를 사칭해 전화를 걸어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당시 이 후보는 성남 분당의 백궁·정자지구 상업·업무용 토지가 주거용으로 용도 변경된 뒤 정·관계 유력 인사들에게 특혜 분양됐다며 관련 시민단체 활동을 했던 바 있다.

최 PD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자신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연루됐던 사건 판결문을 들고 기자회견에 임했다. 최 PD는 이 후보와 검사 사칭을 공모하고 실행한 사실이 인정되면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최 PD는 “공영방송 직원들은 정치적 중립 논란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과거 제보자와 취재하는 입장에서 만났었기 때문에 (이 후보 발언이) 불쾌했지만 (그동안) 넘어갔었다”며 “저도 이 자리가 많이 부담스럽지만 대선이 끝나면 저는 영원히 이 후보를 음해하고 함정에 빠트린 사람으로 왜곡될 것 같아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가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 제보자였기 때문에 두 달 가까이 같이 협의하고 의논했다. 제가 먼저 연락했다고 하던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파크뷰 사건은 성남에서 일어났고, 저는 전국 방송을 하는 입장에서 지역에 발생하는 일을 잘 모르는 위치였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명색이 집권 여당 대선 후보라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자리라 참고 참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들어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내가 (검사 사칭을) 했다고 했다. 어제도 또 (보도가) 나왔다”며 “이 후보가 저를 명예 훼손하고 있다. 사실이 아닌 것을 갖고 인터넷에 계속 일방적으로 내가 (검사 사칭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철호 KBS PD가 24일 서울 여의도 소재 한 카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검사 사칭’ 사건 해명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노컷뉴스
▲최철호 KBS PD가 24일 서울 여의도 소재 한 카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검사 사칭’ 사건 해명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노컷뉴스

최 PD는 자신의 재판 판결문을 언급하며 “진실은 1심, 2심, 대법원 판결문에 있다”고 주장했다. 검사 사칭 통화가 이뤄졌던 당시 자리에 함께 있었던 이 후보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내용이 1심 판결문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최 PD는 “이 후보는 가끔 카메라 쪽으로 다가가 스피커에 귀를 대고 성남시장 답변을 들으면서 내게 추가 질문 사항을 메모하거나 간단하게 적어주거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보충 설명을 해줬다”며 “만족한 답변이 있을 땐 동그라미, 부족한 건 추가 설명을 메모해줬다”고 했다.

그는 “최소 인격권 방어 보장을 위해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며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최 PD는 국민의힘이 지원을 약속한 20대 대선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최 PD 기자회견 직후 즉각 반발하며 입장문을 냈다. 선거공보물에 담긴 이 후보 소명은 법원 판결에 근거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문제를 제기한 일부 언론에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 후보는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TV 토론 등을 통해 ‘PD가 사칭하는데 옆에서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그걸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다’는 취지의 기재 및 답변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았으나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이번 대선 공보물도 법원 판결 등을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적법한 표현이다. 특정 언론 등이 본인들 해석으로 문제를 제기하나 법원 판결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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