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유산을 초래한다는 등의 검증되지 않은 게시물들을 심의한 결과 ‘의결보류’를 결정했다. 현재 통신심의 체계상 만장일치가 돼야 조치가 가능한데 허위정보라 해도 사회질서에 큰 영향을 미쳤는지, 심의가 최선인지 등에 이견이 있었다.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소위원장 황성욱)는 2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관련 게시글 5건이 정보통신심의규정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4건에 ‘의결보류’를, 1건에는 ‘해당없음’을 결정했다.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게시글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혈액에서 괴생물체가 자랐다 △임신 상태로 코로나19 백신 맞은 산모 10명 중 9명이 유산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직후 임신하면 사산한다 △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이 알려진 것보다 월등히 많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혈액에 괴생물체가 자라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혈액에 괴생물체가 자라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은 검증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 관련 정보를 담은 커뮤니티 게시물과 영상 등 4건을 방통심의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게시물 1건은 일반인이 민원을 넣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혈액에서 괴생물체가 자란다는 내용의 게시물은 “백신에 있던 괴생물체가 접종자의 혈액에서 똑같이 발견됨”이라며 “비접종자 2명의 혈액에서는 괴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접종자 70% 이상 환자에서 동일한 디스크 이물질이 나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신 상태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산모 10명 중 9명이 유산했다는 게시물은 이미지와 함께 “CDC 논문에 실린 데이터를 다시 분석해 임신 20주차 이내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여성의 자연유산 확률을 81.9~91.2%로 추산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직후 임신하면 사산한다는 식의 주장을 담은 동영상도 심의 안건에 올랐다.

심의위원 3인(황성욱 소위원장, 김유진·옥시찬 위원)은 의견진술 후 ‘시정요구’(삭제 또는 차단)를, 이광복 상임위원은 ‘문제없음’을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안건은 다수결에 따른 시정요구 조치가 아닌 ‘의결보류’가 됐다. 지난해 심의위원을 사퇴한 이상휘 위원의 공석으로 4명이 심의할 경우 모두의 의견이 일치해야 제재 수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김유진 위원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본 임신부들은 두려울 것 같다”며 의견진술 후 시정요구 조치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옥시찬 위원은 “서민 단국대 의과대학 기생충 학과 교수가 백신에서 기생충이 발견됐다는 음모론에 대해 백신은 무균상태에서 제조되고 화이자는 영하 50도에서 보관돼 운반된다고 조선일보에 인터뷰했다”며 “중앙선데이 기사를 보면 이영미 의사의 (임산부 관련) 발언들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근거 없는 잘못된 의학 정보라며 중앙윤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 역시 의견진술 뒤 시정요구 조치를 주장했다.

사진=Gettyimagesbank
사진=Gettyimagesbank

반면 이광복 상임위원은 심의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로 ‘해당 없음’을 주장했다. 이광복 상임위원은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서 보내온 자료를 보면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이 상세히 나왔다. 정부 기관은 틀린 정보라고 생각하는 것을 틀렸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채널이 여러 개 있는데 가짜뉴스라고 시정요구하는 방향으로 심의해오진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국이 나서 설득하면 되는 거지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건 과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반인이 민원을 제기한 백신 부작용 우려 게시글에는 전원 의견으로 ‘해당없음’을 결정했다. 해당 게시글은 백신의 부작용 발생 건수가 알려진 것보다 월등히 많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의위원들은 문제가 있는 정보이긴 하지만 실제 사회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심의를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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