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신방복합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모를 바보는 없다. 적잖은 이들이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더러 오해를 불러올 보도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필요한 양비론을 펼치는 모습은 안쓰럽다. 저널리즘에서 ‘중립’이 주요 가치일 수 없음은 이미 미국 언론학계에서도 보편적 합의를 이루고 있다. 양비가 아니라 시시비비가 저널리즘의 본령이다.

“이도 윤도 성장 외치지만… 양극화엔 침묵.” 한겨레의 2월24일자 신문 6면 중간기사의 제목이다. 인터넷 판에는 “이도 윤도 성장론만 외쳐… 양극화·불평등 주요 의제 사라졌다”로 구성됐다. 기사는 여야 유력 후보들이 “앞 다퉈 ‘성장 경쟁’만 벌일 뿐,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대안은 거론하지 않아 ‘누가 돼도, 그들이 그리는 나라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썼다. 마지막 단락에서도 어느 교수를 인용해 “어떤 후보가 되어도 성장으로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구나라는 점이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확인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과연 그런가. 기사에도 한 구절 나오지만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 공약’을 제시했다. 한겨레 기사는 “선거 과정에서 이를 앞세우면 별로 표가 되지 않는다는 주변의 만류에 따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 판단의 옳고 그름이나 공약의 찬반은 별개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을 비롯해 윤 후보와 차이가 뚜렷한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공약이 있다는 사실이다.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두 후보의 경제정책 차이는 크다. 가령 “일자리대전환으로 성장하는 사회 실현”을 목표로 내걸고 “노동자든 자영업자든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권리를 명시”해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보장 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도 그렇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국민의힘 홈페이지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국민의힘 홈페이지

한겨레는 같은 면 머리기사로 윤 후보의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공약의 문제점을 부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후보가 되어도 성장으로 간다’는 보도가 괜찮은 것은 아니다. 한겨레는 다른 기사에서도 이 후보의 “기본소득과 기초생활보장수급 대상자 확대 등 복지 공약과 병사월급 200만원 지급과 같은 정책의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없다고 썼다. 하지만 그 기사에서 적시했듯 “애초 국토보유세로 불렸던 토지이익배당과 탄소배당(탄소세)을 재원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심상정 후보는 방송 토론에서 그것을 일러 이재명 후보에게 “정직하라”고 다그쳤지만, 과연 그것이 ‘정직’의 문제일까? 기사에 나오는 민주당 선거대책위가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고 국민들이 그 안전망의 효력을 체감한 뒤 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세금을 늘리는 경로를 만들어야 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더 설득력 있지 않은가.

양비론은 이에 앞서 경향신문 정치부장 칼럼에서도 나타난다. 두 유력후보의 “양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다음 대통령은 이변이 없는 한 ‘주술사 대통령’ 아니면 ‘파시스트 대통령’이 된다는 얘기”라고 주장한다(2월21일). 과연 그런가. 칼럼은 “국내로는 소득과 성 불평등을 둘러싼 분쟁이 심화하고 국외로는 한국의 문화적·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북한과 중국, 미국, 일본과의 관계에서 미래를 형성해야 하는 중요한 선거”라는 미국 언론의 개탄을 소개한다. “북한의 안보 위협, 부동산 문제 등 심대한 위기현안에 대한 논쟁도 없다”는 영국 언론도 덧붙인다. 하지만 어떤가. 사드를 추가 배치하고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겠다는 후보가 집권할 때와 다른 후보가 집권할 때 차이가 정말 없는가. “북한과 중국, 미국, 일본과의 관계에서 미래를 형성”하는 문제에 두 후보 차이는 정말 없는가.

미국과 영국 언론의 주제넘은 보도에 성찰할 주체는 두 후보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한국 언론이다. 물론 그 책임의 상당수는 신방복합체들에 있다. 그렇다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설정할 의제는 무엇일까. 공약에 대한 더 촘촘한 분석과 분명히 존재하는 차이점 부각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