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2주 새 1만에서 9만 명대로 크게 늘어난 가운데 정부가 방역조치 완화를 예고한 상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방역 상황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언제라도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힌 데 이어 14일엔 “이번 주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다. ‘사적 모임 8명·영업시간 10시’ 제한을 골자로 한 거리두기 완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직전 우세종인 델타에 비해 치명률이 낮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댔다. 언론은 미국과 덴마크처럼 오미크론 확산 정점을 맞았던 주요 국가들이 방역 완화에 나선 점도 정부 판단의 배경으로 꼽는다. 그러나 최근 확진자 급증세와 오미크론 대유행을 겪은 다른 나라 사례들만 봐도 사망자 급증과 ‘의료대란’이 우려된다.

1. 치명률이 3분의1? 확진자, ‘의료대란’ 때의 30배 넘어


김 총리는 방역 완화를 예고하며 ‘위중증화 비율과 치명률이 델타 변이 때보다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으로 인한 치명률이 델타의 3분의 1 정도이고, 확진자가 늘어난 데 비해 위중증 병상 가동률이 관리 가능한 상황이란 얘기다. 문제는 이를 감안해도 일일 확진자가 급격히 늘었다는 점이다.

서울시 중증 병상의 75%가 차고 ‘의료대란’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한 지난해 11월10일 일일 확진자 규모는 2500명대였다. 16일 확진자 9만여명의 35분의 1 수준이다. 이후 사망자가 늘어 12월22일 109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다시 낮아져 20명대였던 사망자 숫자는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지 약 2주 뒤 다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월7일 30명대를, 2월15일 61명을 찍었다.

▲지난해 위드 코로나 도입한 뒤 의료대란이 나올 당시의 확진자 규모(2520명대)와 현재 확진자 증가 추세 비교. 그래프=아워월드데이터
▲지난해 위드 코로나 도입한 뒤 의료대란이 나올 당시의 확진자 규모(2520명대)와 현재 확진자 증가 추세 비교. 그래프=아워월드데이터

확진자 증가세는 2~4주 안에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 급증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위기소통팀 관계자는 “확진자 규모가 위중증과 사망자 규모로 반영되는 데에는 4주 걸릴 것으로 본다”며 “확진자가 증가한 지 2주 됐으니 앞으로 2주가 남은 것”이라고 했다.

높은 백신 접종률을 고려하면, 확진자가 많아질수록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 등 건강 취약층에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백신을 맞고도 위중해지거나 숨지는 이들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최근 5주간 사망자 1059명 가운데 2~3차 접종 완료자가 37.8%를 차지한다. 2월 2주 사망자 수에선 60대 이상이 173명이 92.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서울시 코로나19 검사소 모습. 사진=김예리 기자
▲서울시 코로나19 검사소. 사진=김예리 기자
▲한국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추이 그래프. 아워월드데이터 자료
▲한국 100만명당 코로나 일일 확진자와 사망자 추이. 그래프=아워월드데이터

그 여파는 사망자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중증환자 숫자에 비해 사망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의료진 등 직원이 계속 감염되니 요양병원 집단 발병으로 사망자가 계속 나와, 사실상 중증환자의 10%가 죽고 있는 것”이라며 “확진자 5만명, 9만명 모두 우리가 처음 보는 숫자다. 유행이 커지면 고위험군과 고연령층 감염도 늘 것이고, 곧 중증 환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다수의 감염자가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도 의료대응과 방역의 복병이다. 2월3일부터 방역당국은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높여 자가진단키트 양성 판정이 나오거나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감염이 의심돼도 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고, 감염자 파악과 관리도 미뤄지면서 추가 전파를 낳고 있다.

2. 전철 밟은 나라들, ‘오미크론 우세종’ 한달 뒤 사망 최고


방역당국은 “중증화율·치명률 등을 평가하면서 계절독감과 유사하게 일상적 방역·의료 체계로 전환 가능성을 본격 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앞서 오미크론 확산을 겪은 나라들을 보면, 오미크론으로 인한 위중증과 사망 피해가 델타보다 훨씬 컸다. 오미크론은 델타 확산 때와 달리 이미 백신 접종률이 높은 상황임을 감안해도 그렇다.

미국의 경우 백신 접종이 이뤄진 지난해 초 이후를 기준으로, 오미크론 감염 일일 사망자가 델타 때보다 많다. 하루 사망자가 지난달 26일 델타 변이 확산 때 최고 수치(3000명대)를 넘어서 4000명대를 기록했다.

▲미국 성인 인구 50%에 백신 2차 접종이 이뤄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추이. 2022년 2월 현재 일일 사망자가 9월 델타 감염으로 인한 일일 사망자 숫자보다 많다. 그래프=아워월드데이터
▲미국 성인 인구 50%에 백신 2차 접종이 이뤄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추이. 2022년 2월 현재 일일 사망자가 9월 델타 감염으로 인한 일일 사망자 숫자보다 많다. 그래프=아워월드데이터

MSNBC의 메디 하산 진행자는 지난 10일 오미크론 방역 관리를 ‘독감’과 비교하는 언론 보도에 “1월 한 달 동안 코로나로 6만 1591명이 죽었다. CDC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독감 사망자보다 더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다지만 실제로는 백신 맞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수천 명의 사망으로 나타난다. 백신 안 맞은 사람만 죽는 것처럼 여기는 건 단순히 틀렸다”며 미국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철회 움직임을 비판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영국과 일본 코로나19 사망자 추이. 영국(12월 말)과 일본(1월 초) 모두에서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지 약 한달 뒤 사망자가 급증했다. 그래프=아워월드데이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영국과 일본 코로나19 사망자 추이. 영국(12월 말)과 일본(1월 초) 모두에서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지 약 한달 뒤 사망자가 급증했다. 그래프=아워월드데이터
▲한국의 인구 대비 일일 확진자 규모는 지난 2월9일로  미국과 일본을 넘어섰다. 그래프=아워월드데이터
▲한국의 인구 대비 일일 확진자 규모는 지난 2월9일로 미국과 일본을 넘어섰다. 그래프=아워월드데이터

영국에서도 12월 중순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뒤 사망자 숫자 그래프가 가팔라져 지난 2일 535명 숨졌다. 델타 당시 최다 사망자 292명의 2배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1월 초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지 꼭 한 달 뒤인 2월 초 사망자가 89명(델타 당시 최고치)을 넘어셨고 현재 200명대다. 이 가운데 한국은 지난 2월9일부로 인구 당 확진자 수가(100만 명당 774.5명)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급증하고 있다. 현재는 100만 명당 1173.9명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