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3월9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종로 등 지역구에 공천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정치 1번지’ 종로 지역구에 어떤 야당 후보들이 출마할지 관심이 모인다. 해당 지역구는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당내 경선 중인 지난해 9월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공석이 됐다.

현재 당에서 후보를 확정한 곳은 두 곳이다. 

정의당(대표 여영국)에선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가 출마한다. 그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에 지치고 절망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겠다”며 “대한민국의 정치 1번지, 변화의 중심이었던 종로에서부터 ‘시민의 삶이 선진국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출마를 선언했다. 

▲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 사진=정의당
▲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 사진=정의당

 

배 부대표는 장애여성이자 페미니스트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소개했다. 그는 장애여성공감 대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 인권위원를 역임한 여성·장애인 인권운동가 출신이다. 

배 부대표는 “정의당 부대표가 되기까지 젠더차별, 장애차별, 나이차별, 인종차별 등의 사유로 사회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을 받는 사회적 소수자를 만나고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차별 없는 종로, 다양성이 존중되는 종로, 인권도시 종로를 만들기 위해 모두를 위한 정치를 해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거대 양당에 대해 “국민의힘은 반(反)페미이이고 민주당은 가짜페미”라고 평가했다. 배 부대표는 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시대전환(대표 조정훈)은 김도연 시대전환 상임대표당원(최고위원)이 28일 국회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연금을 챙겨놓고 노후에 정치나 해볼까 하는 분들, 민주화운동을 볼모 잡고 평생 우려먹는 분들, 공정과 상식을 얘기하면서 뒤에서는 사리사욕을 다 채우는 분들 빼고 착한 사람이 하는 정치, 열심히 산 사람이 하는 정치, 우리가 한번 해보자”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 김도연 시대전환 상임대표당원. 사진=시대전환 유튜브 갈무리
▲ 김도연 시대전환 상임대표당원. 사진=시대전환 유튜브 갈무리

 

김 상임대표당원은 책 낭송과 서평을 다루는 팟캐스트를 운영했고, 강연전문기업 마이크임팩트 창업 멤버다. 1980년 여성 공간디자이너이자 창업전문 컨설턴트로 자신을 소개했다. “종로에서 처음으로 볕이 잘 드는 집에 살게 됐고, 사업을 하며 처음으로 일의 즐거움과 성취를 느꼈다”며 종로와 인연을 강조했다. 

소수정당 후보로서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겠다고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치 1번지에서 소수 정당으로서 무모하다는 이야기 매일 듣는데 그래서 더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 마치 존재조차 하지 않는 것 같은 1인 가구 여성들의 목소리를 저라도 크게 듣고, 코로나19를 온몸으로 겪으며 어느 인구보다도 가장 크게 죽음을 생각하게 된 20대의 목소리를 내가 듣겠다”고 말했다.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보는 6명이다. 민주당 소속으로 김영종 전 종로구청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민주당 대표가 무공천 방침을 밝히면서 출마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열린민주당은 민주당과 합당을 추진하고 있어서 역시 후보를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3월9일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 예비후보 등록자. 사진=중앙선관위
▲ 3월9일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 예비후보 등록자. 사진=중앙선관위

 

국민의힘에선 정문헌 국민의힘 종로 당협위원장(전 국회의원)과 정병두 국민의힘 서울시당 부위원장 등 두명이 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정문헌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시사오늘과 인터뷰에서 “종로가 대선주자의 등판 정거장이 되면서 쇠퇴를 거듭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병두 부위원장은 현재 직업란에 ‘알렉산더 대표’라고 적었고, 전 농협중앙회 농업정책차장을 지냈다. 

그 외 주요 후보군은 상당수가 대선을 준비하거나 선대본부에 소속된 상황이라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국민의힘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종로를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다. 당내에서 종로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사는 이준석 당 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 황교안 전 대표, 최재형 전 감사원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등이다. 

다만 이 대표는 몇 차례 종로 출마 가능성에 선을 긋고 기존에 출마했던 다음 총선때 서울 노원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경원 전 의원과 황교안 전 대표는 향후 활동을 위해 원내 진입이 필요한 상황인 가운데 최근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사진=노컷뉴스
▲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사진=노컷뉴스

 

원 전 지사와 유 전 의원의 경우 차기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상징성 있는 종로 출마를 권유받는 상황이다. 원 전 지사(선대본부 정책본부장)는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선 승리 외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지만 ‘안 나간다는 말은 말은 안 한다’는 진행자의 말에는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홍준표 의원이 윤석열 대선 후보를 만나 종로에 최재형 전 원장을 추천한 사실이 알려지며 홍 의원과 윤 후보 측의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 전 원장 역시 대선 경선 이후 공백기 없이 정치행보를 이어가려면 선거에 도전할 유인이 크다. 

▲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진=노컷뉴스
▲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진=노컷뉴스

 

일각에선 종로에서 정세균·이낙연 의원에게 최근 선거를 패했고, 과거 박진 의원 이후 종로에 도전한 유력 정치인들이 낙선한 뒤 종로를 떠났기 때문에 아예 새 인물을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당은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지난 2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은 다섯군데 재보궐 지역에서 후보를 공모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원내정당인 기본소득당은 후보를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당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종로 재보궐 관련)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원외정당인 진보당의 경우 아직 종로 출마자를 확정하지 않았다. 당내에선 오인환 진보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물망에 올랐다. 

국가혁명당은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재보선 5곳 ‘허경영 대선 후보 러닝메이트’ 개념으로 삼고초려와 인터넷 자천타천 공모하겠다”고 했다. 종로 지역구에는 가로세로연구소를 진행하는 강용석 변호사를 삼고초려하겠다고 했다. 

▲ 강용석 변호사. 사진=노컷뉴스
▲ 강용석 변호사. 사진=노컷뉴스

 

그 외에 선관위에 등록한 예비후보자는 국민혁명당 소속 구본철 원자력살리기국민행동 상임대표와 김두환 무소속 후보가 있다. 국민혁명당은 개신교 기반 정당으로 당 대표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다. 김두환 후보의 경우 예비후보 등록자 중 최고령(75세)으로 과거 화물트럭 11톤 운수업을 10년 했고, 전 사단법인 경산애육원 이사로 11년 근무한 이력을 선관위에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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