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어디로 가는 걸까. 문득 든 의문이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다. 유력 대선후보의 의식구조가 어떤 결과를 빚을지 무장 우려가 커져서다. 앞서 윤석열 부부의 ‘점술 의혹’에 문제를 제기한 칼럼(정경심 겨눈 창, 김건희의 방패)을 썼지만 그 뒤 나온 보도는 가히 충격적이다.

JTBC 보도에 따르면 2019년 2월1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과 김건희는 ‘유명 점술인’을 만났다. 당시 윤 지검장은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사법고시 기수’가 아래였다. 김건희가 만남을 주선했다.

점술인의 ‘점’은 기막히다. “딱 보는 순간 아, 이 사람이 총장이 되겠구나 하는 걸 느꼈”단다.

하지만 눈여겨 볼 대목은 바로 다음이다. “(윤석열)이 나 보고 하는 이야기가 ‘나는 지금 기수가 좀 뒤로 있어서 이번에 내가 사양을 하면 다음에 또 그런 기회가 오겠습니까’ 이래 물어봐요. ‘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니 이제 그래 ‘알았다’ 하더라고요.”

▲ YTN ‘뉴스가 있는 저녁-윤석열, 역술인에 “내가 총장 되겠나? 조국, 대통령 되겠나?”’ 방송 갈무리. 사진=YTN 유튜브
▲ YTN ‘뉴스가 있는 저녁-윤석열, 역술인에 “내가 총장 되겠나? 조국, 대통령 되겠나?”’ 방송 갈무리. 사진=YTN 유튜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이니 반드시 잡으라고 당부했단다. 어떤가. ‘검사 윤석열’의 내면세계가 엿보인다. 총장이 된 뒤엔 “조국이 대통령 되냐”고 물었다는 대목과 겹쳐 더 그렇다. 물론, 나는 그가 점술에만 의존했다고 보진 않는다. 이미 몇 차례 썼지만 검사로서 윤석열은 나름 강직했기에 그가 ‘검사의 전설’로 남지 않아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과 수사원칙에 근거해 사건을 처리하는 검사직과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대통령직은 차원이 전혀 다르다.

이와 관련해 안철수 후보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돌연 합류한 철학교수 최진석의 말도 흥미롭다. 그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속 미신도 있지만, 운동권 미신도 있다. 다 같은 미신”이라 주장한 ‘심오한 철학’은 묻어두자. 그는 “국가 지도자가 제일 첫 번째 의지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다음에 답이 안 나오면 여론에 물어본다. 그런데도 답이 안 나오면 역사에 물어본다. 그래도 답이 안 나올 때 점을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래도 좋은가. 그가 안 후보 진영의 선대위원장이 아니라면 굳이 들먹일 이유는 없을 터다.

하지만 대통령의 의사 결정이나 정책 결정은 과학적이어야 한다. 정책과학을 모른다면 그런 지식을 갖춘 참모들의 판단을 존중할 일이다. 생각해보라. 누군가 대통령이 되었다. 어떤 국가적 사안에 찬반양론으로 여론이 갈렸다. 그런데 자신은 아무리 생각해도 판단이 서지 않는다. 살아오며 ‘역사’도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못했다. 그때 점을 쳐도 좋은가?

기실 윤석열이 손바닥에 ‘王(왕)’을 그려놓고 돌아다닌 사실도 새롭게 다가온다. 이병철의 외손으로 신세계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용진의 느닷없는 ‘멸공’에 동참해 멸치와 콩을 들고 웃던 그의 모습도 떠오른다. 일각에서 기대했을 ‘정치판의 새 바람’은커녕 겹겹이 구태였다.

▲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5차 토론방송회 방송 갈무리. 사진=MBN 뉴스 유튜브
▲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5차 토론방송회 방송 갈무리. 사진=MBN 뉴스 유튜브

중국에 대해 늘어놓는 그의 ‘조선일보식 발언’이 어떤 결과를 빚을지는 더 우려스럽다. 중국은 한국 경제의 수출입 비중이 가장 큰 나라다. 그 나라와의 관계를 ‘미국 동맹이냐, 중국 속국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조선일보의 철없는 주장에 맹목적으로 따라간다면, 막상 대통령이 된 뒤엔 부담스러워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래서 청와대로 점술인을 불러 ‘영부인’과 함께 국민 혈세로 호사스런 식사를 하며 물어본다면 나라 운명이 어찌 되겠는가.

그런데 어쩐 일인가. 대다수 신문과 방송이 점술인의 ‘증언’에 모르쇠다. 나는 앞선 칼럼에서 윤석열의 ‘거짓말 의혹’에 빠른 해명을 촉구했다. ‘제 아내는 정치에 전혀 관심 없다’고 몇 차례나 명토 박은 공언이 그것이다.

나는 지금 남의 아내 인격이나 사생활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자연인이라면 점술에 의존하든 말든 아무 관심이 없다. 하지만 그녀가 남편에 영향력이 강하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를 우려할 따름이다. 문득 든 근심이 도무지 사라지지 않아서다. 나라가 어디로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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