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렴치한 기자 ○○○은 공개 사죄하라.”

장아무개 조선일보 기자 이름을 피켓에 적시하고 파렴치하다고 비판한 시민에게 벌금 50만 원이 확정됐다. 모욕죄가 인정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제8-3형사부는 지난해 12월10일 김병관 ‘조선·동아 폐간을 위한 무기한 시민 실천단’ 단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김병관 단장이 상고하지 않음에 따라 재판은 8일 뒤 확정됐다. 김 단장이 1·2심 모두 패소했다. 

장 기자는 2020년 6월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인근에서 이른바 ‘조선일보 폐간’ 시위를 하고 있던 김 단장에게 “고생하십니다”라고 말했고, 이에 김 단장은 조선일보사 앞에서 “파렴치한 기자 ○○○은 공개 사죄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장 기자는 이를 이유로 김 단장을 모욕 혐의로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20년 11월 약식재판에 넘겨진 김 단장에게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으나 김 단장은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 2020년 6월22일 ‘조선·동아 폐간을 위한 무기한 시민 실천단’의 김병관 단장이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김병관 제공.
▲ 2020년 6월22일 ‘조선·동아 폐간을 위한 무기한 시민 실천단’의 김병관 단장이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김병관 제공.

1심 법원은 “‘파렴치한’이라는 표현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시킬 만한 언사에 해당한다”며 “피고인(김병관 단장)이 그런 행위를 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절차에 따른 정당한 권리의 구제를 받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고 다른 방법도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김 단장 측은 “‘파렴치한’이라는 표현은 다소 무례한 표현에 해당할지언정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정도의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 언론사 기자인 피해자(장 기자)에 대한 피켓시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김 단장 항소를 기각했다.

“공적인 존재의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문제 제기가 널리 허용돼야 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일이 허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함은 물론 구체적 정황에 근거한 것이라 해도 그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어휘를 선택해야 하고, 아무리 비판을 받아야 할 사항이 있대도 모멸적인 표현으로 인신공격을 가하는 경우에는 정당행위가 성립될 수 없다.”

김 단장은 26일 통화에서 “대법원까지 가서 다투고 싶었지만, 재판을 맡은 국선변호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또 신경써야 할 곳이 많아 끝까지 가진 못했다. 판사들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용기 있는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장 기자는 김 단장을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을 당시 미디어오늘에 “조선일보 조직원으로서가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고소한 것”이라며 “해당 인물 행위에 모욕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 기사에 정당한 비판을 넘어 기자 개개인을 상대로 한 위협과 적대적 행위가 후배 기자들에게 반복적으로 가해지고 있다”며 “현장 후배들을 지휘하는 팀장으로서 내가 직접 피해를 경험하고도 이를 묵과하는 것은 그 자체로 후배들에 대한 무책임이자 비겁함이며 직무유기라 판단해 고소를 진행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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