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어. 챙겨줄게.”
“집에 가기 싫겠다.”
“가자! 강아지.”

지난 연말 넷플릭스 ‘솔로지옥’을 통해 대중에 이름을 알린 유튜버 프리지아(본명 송지아)는 그의 ‘어록’이 생길 정도로 급속도로 인기를 몰았다. ‘솔로지옥’에서 남성 출연자가 자신을 좀 더 신경써달라는 말을 하자 “챙겨줄게”라고 박력있게 받아치고 마지막 선택에서 3명의 남성이 송지아 앞에 줄서자 “가자, 강아지!”하며 한 남성을 택한 장면 등이 화제가 됐다. 특유의 사투리 말투도 매력 요소였다.

지난 11일 진행된 ‘솔로지옥’ PD들의 인터뷰에서도, 솔로지옥이 한국 예능 최초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에 드는 인기를 끌었던 이유로 송지아 개인 활약이 꼽혔다. PD들은 연신 송지아 매력을 칭찬하고 “매력 올림픽이 있다면 송지아는 국가대표”라고 말할 정도였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도 58만에서 372만명으로 증가할 정도로 빠른 인기몰이였다.

[관련 기사: 넷플릭스 예능판 전복한 ‘솔로지옥’ 5가지 전략]

▲'솔로지옥'에 출연한 송지아의 모습. 
▲'솔로지옥'에 출연한 송지아의 모습. 

그런 그가 일명 ‘가품 논란’으로 인기몰이만큼 빠르게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 25일 송지아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게시물을 모두 없애고 사실상 활동중단을 하게 된다. 언론들은 이를 ‘한달 천하’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명품으로 주목받은 송지아, 가짜 명품 논란으로 활동 중단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에 따르면 ‘송지아’로 검색되는 뉴스는 2021년 말부터 200여건이다. 유튜버 프리지아가 뉴스 제목이나 내용에 등장하는 시기는 2021년 연말부터인데 “유튜버 프리지아 연말룩 입고 핫한 인형 미모 뽐내”(매일경제 12월23일), “‘솔로지옥’ 시청자 홀린 여성 출연자들의 매력”(한국일보 12월26일), “‘520만원’ 생로랑 드레스 입고 터질듯한 볼륨감 과시한 프리지아”(세계일보, 12월26일) 등 등장 초기부터 명품은 그의 키워드였다. 가품 논란이 있기 전부터 그가 입은 명품을 주목하는 기사들이 많았다.

솔로지옥으로 큰 인기를 얻은 송지아는 예능 출연을 시작하게 되고 인기 프로그램인 JTBC ‘아는 형님’, MBC ‘전지적 참격 시점’ 등을 촬영하게 된다. 그리고 ‘아는형님’ 촬영차 찍은 사진부터 논란이 시작된다. 송지아는 아는형님에 출연하면서 프로그램 특성상 교복을 입게 되는데, 짧은 크롭티 교복을 입었다며 문제가 됐다. “교복 입고 배꼽 노출을? 송지아, 성 상품화 논란”(매일경제, 1월15일), “‘솔로지옥’ 송지아, 교복 성상품화 논란 어떻길래?”(세계일보, 1월15일)과 같은 부정적 기사들이 뜨기 시작한다.

▲넷플릭스 '솔로지옥'의 한 장면. 
▲넷플릭스 '솔로지옥'의 한 장면. 

1월17일부터는 ‘명품 옷 짝퉁 논란’이 시작된다. “솔로지옥 송지아, 명품 브랜드 제품 ‘짝퉁’ 의혹, 누리꾼 ‘실망이다’”(세계일보 1월17일), “송지아, 명품 옷 짝퉁 논란 ‘금수저로 알았는데’ 충격”(머니투데이, 1월17일) 등 기사가 시작되고 1월24일까지 이러한 논란으로 빅카인즈 기준 ‘프리지아’와 ‘짝퉁’이 모두 들어간 키워드 기사는 80여개가 검색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가 입은 옷 가운데 어떤 것이 진품이고 가품이라는 글들이 쏟아졌다.

언론 보도는 가품 논란을 두고 그가 가품을 착용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게 아니라 ‘시청자 기만’을 했다는 게 문제라고 보도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부산의 값비싼 아파트에 살며 명품을 척척 사는 이미지를 동경하는 시청자들이 그의 팬이됐는데, 사실 그것이 가품이었다는 것이 문제라는 보도다. 대표적으로 “갓반인→짭지아 추락한 송지아, 영앤리치 판타지의 민낯”(중앙일보, 1월26일) 기사는 “영앤리치 판타지에서 ‘관종(관심 종자)’”으로 몰락한 현상을 쓰고 ‘K를 생각한다’를 쓴 임명묵 작가를 인용해 셀럽의 몰락을 즐기는 현상 자체를 짚기도 했다.

“대중의 윤리적 기준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에게 집단적인 린치가 가해지고 그가 추락하는 과정이 대중에게 희열을 가져다주는 콘텐츠가 됐다. 그의 잘못과 별개로 한 개인을 집단으로 공격하는 것은 위험한 사회 현상이다. SNS 등을 기반으로 한 셀럽을 파헤치고 공격하는 건 이제 하나의 메타 콘텐츠가 됐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반중감정 부추기며 ‘중국 자본’·‘파오차이’ 논란 만들어

 

▲17일 송지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과문. 가품 논란에 대해 사과하는 글. 26일 현재는 인스타그램에 이 글 외 다른 게시물은 모두 지워져있다. 사진출처=송지아 인스타그램. 
▲17일 송지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과문. 가품 논란에 대해 사과하는 글. 26일 현재는 인스타그램에 이 글 외 다른 게시물은 모두 지워져있다. 사진출처=송지아 인스타그램. 

빅카인즈에서 ‘송지아’와 ‘짝퉁’을 공통 키워드로 하는 80여개 기사 연관 키워드를 보면 언팔, 파오차이, 가품 논란, 자필 사과문, 소속사, 착용 논란, 가품, 통편집 등이 함께 나온다. 물론 그가 활동 중단을 하기까지 가장 큰 비판을 받은 핵심은 가품 논란이었지만 반중감정을 부추기는 보도들도 있었다.

소속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한 ‘중국 자본’ 논란이나 ‘파오차이’ 논란이 대표적이다. “김치찜이 파오차이? 송지아 이번엔 中 유튜브 자막 논란”(조선일보 1월24일), “‘중국 좋아한다’ 송지아, 김치를 파오차이로 또 논란”(서울신문, 1월24일), “송지아 김치를 파오차이로? 소속사 측 ‘드릴 말씀 없다’”(매일경제 1월24일), “송지아 이번엔 ‘김치=파오차이?’ 누리꾼 ‘선넘었다’”(헤럴드경제, 1월24일) 등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신치’가 아닌 ‘파오차이’로 썼다는 것이다.

‘중국 자본’ 논란 역시 송지아의 소속사에 중국 자본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특히 ‘중국 자본’ 논란은 지난해 SBS ‘조선구마사’ 종영 사태에서도 비난의 핵심으로 퍼져나간 논리다. 가품 논란이 ‘가짜 금수저’ 논란을 만들며 뒷광고 사태를 불러일으켰던 때처럼 시청자를 기만했다는 이유였다면 중국 자본과 파오차이 논란은 반중감정을 기반으로 퍼져나갔다.

19일 송지아의 소속사는 이와 관련한 해명을 하기도 했다. 효원CNC 김효진 대표는 19일 ‘짝퉁 논란’과 관련해서는 사과했지만 중국 자본 논란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김 대표는 “효원 CNC는 저와 배우 강예원씨가 소자본으로 시작한 스타트업 회사”라며 “창업 후 4년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모든 직원분들(퇴사사분들 포함)이 같이 땀흘려 일군 회사다. 기업 M&A 투자를 포함에 어떠한 형태의 투자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25일 자신의 유튜브에 사과 영상을 올리고 그 외 게시물은 모두 없앤 송지아. 사진출처=송지아 유튜브. 
▲25일 자신의 유튜브에 사과 영상을 올리고 그 외 게시물은 모두 없앤 송지아. 사진출처=송지아 유튜브. 

소속사 대표가 입장을 내기까지 했지만 논란은 사그러지지 않았다. 송지아는 결국 25일 자신의 유튜브에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더욱 조심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품을 사용하여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하였고, 저를 믿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이는 변명할 여지가 없는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가품 구입 이유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예뻐서 구매했다. 그러다 점점 빠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과거의 나를 생각했을 때 한심하다고 생각한다”며 “돌이켜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때 내면을 다져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보여지는 송지아에 집중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모든 SNS를 비공개 처리하고 사실상 활동중단을 알렸다.

그가 활동 중단을 하고 나서도 그를 비판하는 보도는 여전하다. “송지아, 활동중단 선언도 계획적? ‘유튜브 정산위해 시간지체 가능성”(세계일보 1월16일), “송지아, 유튜브 정산 받고 활동 중단했나”(한국경제 1월26일)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유튜버 김용호씨가 또 한번 송지아를 저격하며 “송지아 아버지는 치과의사가 아니다”라며 가족 사생활 논란까지 번졌다.

경향신문 ‘집단린치’ 지적…디스패치, 송지아 소장품 전수 검증

한 개인에 대한 이같은 ‘집단린치’를 지적한 것은 경향신문 “가품 착용 송지아 비판, 온라인 집단린치 양상…외모비하·가족 신상털기까지”(1월26일) 기사 정도였다. 경향신문은 “자극적인 이슈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일명 ‘사이버 렉카’와 인터넷 매체들의 수익 모델에 기여할 뿐”이라는 지적을 전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양상은 계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29일 디스패치의 보도. 가품 의혹을 받고 있는 송지아의 20개 아이템에 대한 전수 검증. 
▲29일 디스패치의 보도. 가품 의혹을 받고 있는 송지아의 20개 아이템에 대한 전수 검증. 

디스패치의 경우 29일 송지아의 소장품을 전수 검증했다. 짝퉁 논란에 오른 20개 소장품을 전수 조사한 것이다. 20개 중 8개가 가품이고 1개는 확인불가였다. 디스패치는 프리지아가 공격을 받는 양상에 대해 “언론 또한 부채질했다. 일부 받아쓰기 매체에서 악질 유튜버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썼다. 네티즌은 그 기사를 다시 퍼날랐다. 네티즌-유튜버-언론-네티즌의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2년여 동안 유튜버 활동 후 ‘솔로지옥’으로 한달 동안 인기를 끌다 결국 활동중단을 하게된 프리지아. 독일어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단어가 있다. 손해를 뜻하는 ‘샤덴(Schaden)’과 기쁨이라는 뜻을 담은 ‘프로이데(freude)’를 합성한 이 단어는 타인의 불행에서 느끼는 기쁨을 표현한다. 특히 유명한 사람의 몰락은 더 큰 기쁨을 주게되는데 미디어 환경에서 이를 잘 이용하면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올 수 있다는 개념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셀럽의 몰락을 즐기고 이를 부추기는 미디어 환경이 변하지 않는 이상 프리지아의 사례는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관련기사: 한겨레: 권력의 무의식과 진실의 레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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