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MBN 주니어급(저연차) 기자들이 연이어 지상파로 이직했다. MBN은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MBN 내부에서는 지상파 영향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결국 처우 문제가 인재 유출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 중구 충무로 매일경제그룹 건물 앞에 있는 MBN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 서울 중구 충무로 매일경제그룹 건물 앞에 있는 MBN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MBC와 SBS는 지난해 연말 경력기자 채용 공고를 냈다. MBC는 만 5년 이하 경력기자, SBS는 만 2년에서 7년 사이 경력기자 모집에 나섰다. 최근 두 방송사는 채용 절차를 마무리했다. MBC는 5명, SBS는 4명의 경력기자를 채용했다.

MBC 채용 과정에서는 자사 출신 손석희 전 JTBC 뉴스룸 앵커 아들 손아무개 기자가 경력으로 입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내 일각에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눈길을 끄는 점은 MBN 기자들이 다수가 지상파로 이직했다는 것이다. MBC는 총 5명을 채용했다. 경향신문 1명, MBN 1명, 지역 MBC 3명이다. SBS는 총 4명을 뽑았다. 국민일보 출신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3명 모두 MBN 출신이다.

MBN 내부에서는 소위 ‘일 잘한다는 기자’들이 줄줄이 이직하는 사태에 실망감이 나오고 있다. 지상파와의 임금 격차 등 처우 문제가 인재들의 ‘탈 MBN’을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MBN 소속 A기자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다들 일 잘한다고 하는, 이른바 평가가 좋았던 기자들이다. 데스크들도 실망하고 있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저연차 기자인 만큼 사회부 사건팀에서 한창 현장을 누비던 기자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핵심은 처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DART)에 나온 걸 보면 평균적으로 MBN 직원 평균 연봉이 5000만 원대다. SBS는 1억1000만 원으로 나온다”며 “솔직히 이야기하면 5000만 원대 회사에 다니다가 1억 원대 회사로 옮겨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상파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기자들이 지상파 방송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처우 차이가 두 배나 나는데 어떻게 인력 유출을 막겠는가”라고 했다.

B기자는 “단순히 지상파에 대한 로망 때문에 간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회사가 직원 처우나 복지에 신경 안 쓰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라며 “애사심은 강요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 처우에서 나온다. 하지만 지금 MBN은 임금협상만 봐도 처우 개선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3사(KBS·MBC·SBS) 사옥의 모습.
▲지상파 3사(KBS·MBC·SBS) 사옥의 모습.

MBN을 이탈한 기자들 사이에선 종편 출범 당시 자본금 편법 충당 문제 등으로 인한 회사의 불안정이 이직 사유로 꼽힌다.

전직 MBN 기자 C씨는 “최근 1~2년 동안 풍파를 겪은 기억뿐”이라며 “방송 정지가 되는 건지 재승인은 탈락하는 건지 퇴근길마다 회사 앞날을 걱정하다 보면 안정된 회사로 옮겨야겠다고 저절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밖에 보도 시스템 문제로 MBN 기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청률에 매몰돼 단발성 이슈만 주목하고 심층 리포트 제작에 할당하는 시간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C씨는 “사건 사고 아이템을 지독하게 좋아한다. ‘픽뉴스’라면서 저녁 메인뉴스에 인터넷 와글와글 수준의 아이템을 가져와 7~8분을 방송한다”며 “시청률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2분 이상 리포트를 잘 안 잡아준다. 다른 방송사에서 4~5분짜리 심층 리포트를 하는 걸 보며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또 다른 전직 MBN 기자 D씨는 “연차가 쌓여도 단건 취재, 하루살이 취재 밖에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심층 기획을 하려고 해도 그럴 시간을 주지 않는다”며 “당장 뉴스 막을 사람이 없다는 이유다. 연차가 쌓여도 성장한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예전에는 심층 취재팀을 만들어 놓고 불과 한 달 만에 아이템이 안 나온다고 압박하고, 그러다가 몇 달 만에 소위 가성비가 안 나온다며 해체해 버리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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