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팅 스타~(Counting Star)”
“가오리썬?”

“쇼미더머니라고 아시나요?”
“쬬니가 뭐니?”

2021년 Mnet의 ‘쇼미더머니10’에서 순위권에 들며 이름을 알린 래퍼 ‘비오’의 히트곡 ‘Counting Star’를 들은 어르신들의 반응이다. 그러나 “어르신들은 요즘 힙합을 잘 이해 못하네”라는 걸 보여주는 영상은 아니다.

‘Young Seniors’(영 시니어)라는 유튜브 채널의 “가오리썬? 비오 Counting Star를 들으신 어르신들의 반응”이라는 영상을 보면, 1200만 조회수를 기록한 비오의 노래를 장순녀(65), 김주석(77), 정다겸(63) 어르신에게 들려드린다. 어르신들은 처음엔 랩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할아버지 요양병원 가시던 날 대성 통곡하며 인사”라는 가사 내용을 알려드리니 “참 가슴에 와닿네”라며 눈물을 흘린다. “22살이 어떻게 저런 가사를 쓸까”라고 말하고, 김주석씨는 “나도 (손자 앞에서 병원에 가는) 날이 올텐데 숙연해지네”라고 말하기도 한다. 가사를 이해한 어르신들은 “이 노래가 정말 마음에 든다”며 칭찬한다.

▲유튜브 ‘영 시니어’의 한 장면. 사진출처=Young Seniors.
▲유튜브 ‘영 시니어’의 한 장면. 사진출처=Young Seniors.
▲ 유튜브 ‘영 시니어’의 한 장면. 사진출처=Young Seniors.
▲ 유튜브 ‘영 시니어’의 한 장면. 사진출처=Young Seniors.

래퍼 비오는 이 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알리며 “오히려 제가 너무 힘을 받았다.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라고 반응했다. 해당 영상은 15만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영상 외 “이거 누구 노래에요? BTS 노래를 들은 어르신들의 반응” 영상은 27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채널 영상은 10대~30대가 좋아하는 소개팅 어플이나 랩 음악을 시니어들에게 보여주고 리액션을 촬영하는 형식이다. 시니어들이 젊은이 문화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란 편견 대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채널에 출연하고 싶은 시니어들은 직접 지원할 수도 있다.

박막례부터 밀라논나, 전직 대법관… 시니어 유튜버들의 활약

이처럼 50대 이상, 많게는 70~80대인 시니어들이 유튜브와 팟캐스트 등 뉴미디어 영역에 주인공으로 나서는 것이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지난해 9월 유튜브를 홍보하는 KPR은 ‘유튜브 러닝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하면서 유튜브 시청자들이 지식과 정보를 얻는 첫 번째 포인트로 ‘시니어 크리에이터’를 꼽았다.

유튜브 측은 “유튜브는 여러 시니어 크리에이터들이 본인 인생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며 “시니어 크리에이터들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세대 공감을 이루는 것은 물론, 오랜 세월 자신의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 지식을 아낌없이 나누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표적 시니어 크리에이터 ‘박막례할머니’ 채널과 ‘밀라논나’(Millanonna), ‘하루하루 문숙’(Daily Moonsook) 채널에 대해 “여러 시니어 크리에이터들은 유튜브를 통해 본인의 풍부한 인생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터득한 인생의 비밀을 알려주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 92만 구독자를 가진 ‘밀라노 할머니’라는 뜻의 ‘밀라논나’ 유튜브의 한 장면. 
▲ 92만 구독자를 가진 ‘밀라노 할머니’라는 뜻의 ‘밀라논나’ 유튜브의 한 장면. 

이 외에도 전직 대법관 출신의 크리에이터가 운영하는 ‘차산선생법률상식’이나 오랜 시간 농사를 지어온 베테랑 농부의 채널 ‘성호육목장’을 언급했다.

특히 ‘밀라논나’ 채널의 경우 구독자 92만명을 자랑하는데, 커뮤니케이션 전문 미디어 더피알’의 보도에 따르면 이 채널은 기획부터 운영까지 언론사 조선비즈 손을 거친 결과물이다.

‘밀라논나’의 장명숙씨는 전직 패션 바이어로 패션 팁과 정갈한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며 인기를 얻었고 최근에는 tvN ‘유퀴즈 온더 블럭’ 등에 출연하고 저서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를 출간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더피알은 “이 채널은 2019년 조선미디어그룹 온라인을 전담한 조선비즈 디지털편집국에서 만들었고 당시 조선일보에서 조선비즈로 파견된 모 간부가 장명숙씨 측에 제의해 채널 론칭을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박막례 할머니’를 잇는 대형 시니어 유튜버의 탄생이었다.

“시니어 인플루언서들, 주체적으로 생산하려는 열망 표출 중”

유튜브가 아닌 플랫폼에서도 시니어들을 주인공 삼아 호응을 얻은 사례가 있다. ‘The New Grey’(더 뉴 그레이)라는 시니어 패션 콘텐츠 에이전시는 시니어 모델 또는 인플루언서를 찾아 관리·양성하고 있다. 더 뉴 그레이는 일명 ‘우리 아빠 프사 바꾸기’ 프로젝트를 통해 아빠들의 패션을 바꿔주고 프로필 촬영을 해주는 것으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후 시니어 모델이 중심이 된 패션크루 ‘아저씨즈’ 등을 통해 시니어 SNS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더 뉴 그레이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20만명이다.

▲시니어 패션 콘텐츠 에이전시 ‘더 뉴 그레이’ 홈페이지 캡처.
▲시니어 패션 콘텐츠 에이전시 ‘더 뉴 그레이’ 홈페이지 캡처.
▲더 뉴 그레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시니어 메이크 오버 관련 게시물. 사진출처= 더 뉴 그레이 인스타그램. 
▲더 뉴 그레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시니어 메이크 오버 관련 게시물. 사진출처= 더 뉴 그레이 인스타그램. 

권정현 더 뉴 그레이 대표는 25일 미디어오늘에 “‘아빠 프사 바꾸기와 같은 메이크오버 콘텐츠는 특별한 추억들 선물하는 데 의의가 있었고 더 넓게는 젊은 세대와의 소통, 참여한 주인공의 자존감 증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나아가 한 번의 추억이 아닌, 시니어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지속적으로 본인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니어 패션 인플루언서 크루 ‘아저씨즈’를 만들었다. 이후 아카데미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시니어는 끼여 있는 위치에 있다. 양로원과 문화센터는 꺼려지고, 골프와 등산만의 콘텐츠로는 부족하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라면서도 “여전히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는 우리 시대에 맞지 않는 오프라인, 무대, 폐쇄적인 나이, 경쟁 없는 학예회 같은 모습이었다. 지금은 시니어 본인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도구와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커지면서 이를 활용하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시니어 인플루언서나 제작자들이 과거에는 수동적으로 활동했다면, 최근에는 시니어 스스로 주체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려는 열망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 참여가 가능한 TBS 라디오나 팟빵 등을 통해 팟캐스트를 제작하는 시니어도 늘었다. 

황호완 TBS 우리동네 라디오 시민 PD는 25일 통화에서 “실제 최근 50대 이상 시니어 제작자분들이 늘었다는 것을 느낀다”며 “이전 시니어 제작자들은 노인복지 차원에서 참여하는 식이었다면 최근에는 미디어 교육을 위한 자리에 스스로 찾아오신다”고 말했다. 

황 PD는 “시니어 대상 미디어 교육이 늘어난 후 이런 경향이 확대된 것 같다. 이제는 100세시대이니 시니어들이 인생 이모작을 생각하며 그동안의 경험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팟빵 등에서 2년 간 팟캐스트를 만들어온 60대의 한 미디어 제작자는 “60대가 되니까 여유가 생겼고 이 시간을 이용해 노후를 보람 있고 행복하게 보내고 싶었다. 젊은 시절 하고 싶은 일이 방송이어서 시작하게 됐는데 이 일을 통해 청취자가 모니터링도 해주고, 서로 소통하며 보람을 느낀다. 스스로 행복을 느끼면서 다른 사람에게 유익함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일을 지속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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