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 방송 포맷이 적절하지 않다. 당장 고쳐달라. (1월12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 공영방송(MBC)과 뉴스전문방송(YTN)이 친여 스피커’ 노릇. (1월 13일 논평)

김병민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 : MBC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없지 않은가. (1월18일 KBS 1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국민의힘이 연일 언론과 각을 세우고 있다. 출연한 방송에서 불쾌감을 공개적으로 내비치는 것은 물론 개별 방송사 항의 방문까지 나섰다.

시발점은 ‘김건희 녹취 파일’ 공개 때문이었다. 녹취 파일 공개 이후에도 언론을 향한 공세는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심리가 깔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여당에서는 “이쯤되면 습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지난 14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항의방문을 하는 자리에서 언론노조 및 산하 MBC본부 조합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 지난 14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항의방문을 하는 자리에서 언론노조 및 산하 MBC본부 조합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생방송 중 불쾌감 표출에 방송사 항의 방문까지

지난 1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와 관련한 녹취 파일이 공개될 것이라는 소식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16일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사전 예고 형식의 기사로 인해 정치권이 들끓었다.

시작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다.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12일 출연한 방송에서 패널로 참석한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을 문제 삼았다. 김 원내대표는 공당 대변인이 고정 패널로 참여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와 김 대변인은 김씨 녹취록 관련으로 공방을 벌였다.

해당 방송은 보수 진영 몫으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진보 진영 몫으로 김 대변인이 출연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가 방송에 대한 기본 이해도 없이 ‘언론탓’만 하고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방송에 나섰을 때도 공정성 시비는 존재하지 않았다.

한판승부 제작진은 김 원내대표 발언을 두고 “한판승부는 진영을 넘어 공감을 이룰 수 있는 방송을 만들어보겠다는 기획 의도 구현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며 “진 전 교수와 김 대변인 두 패널은 매일같이 뜨거운 토론을 벌이지만, 어느 진영을 무조건 대변하지 않고 비판할 부분은 과감히 비판해 오히려 비난받기도 하는 이성적인 스피커들이다. 방송의 실제를 잘 모르고 비판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원내대표는 다음날인 13일에도 생방송에서 진행자에게 다소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 도중 김씨 녹취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사전에 준 질문 내용들은 그런 내용들이 아니지 않느냐. 지금 갑자기 질문을 갑자기 저한테 해대는가”라고 답했다. 그러나 MBC 측은 김 원내대표 보좌진에게 관련 질문지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 행보를 두고 여당에서는 ‘비이성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이성적일 뿐 아니라 저급하고, 심지어 노골적으로 선정적”이라며 “심지어 일부 방송에 나와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의심될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방송사 항의 방문에도 나섰다. 국민의힘은 줄곧 YTN ‘돌발영상’과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뉴있저)’을 두고 공정성 시비를 언급해온 바 있다. 다음날인 14일에는 MBC로 향했다. YTN 방문 당시와 달리 수십여명의 인사들이 MBC를 찾아 박성제 MBC 사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wlsks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 1층 로비,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들이 국민의힘의 항의방문을 '언론 길들이기' '보도탄압'이라 비판하며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YTN지부
▲wlsks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 1층 로비,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들이 국민의힘의 항의방문을 '언론 길들이기' '보도탄압'이라 비판하며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YTN지부

국민의힘 내부서도 ‘기싸움’ 나섰다는 이야기 나와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씨 녹취록을 발판 삼아 일부 언론과 기싸움에 나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지금 우리가 항의하고 있는 언론들은 ‘친여 성향’이라는 것이 내부 판단”이라며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지도부가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국민의힘 행보를 두고 언론계 평가는 좋지 않다. YTN과 MBC에서는 공개적으로 비판 성명이 나왔다. 제1야당의 행보가 언론 겁박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보도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절차를 밟으면 될 일”이라며 “제1야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언론사를 항의 방문하는 것은 언론 길들이기 차원의 겁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뉴있저와 돌발영상 제작진은 “항의 방문은 명백한 폭력이자 언론 자유와 방송 제작의 자율성, 편집권 독립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과 풍자를 편파방송으로 낙인찍어버리는 비이성적 태도와 방송에까지 극단적인 정치권의 흑백논리를 들이대는 인식 구조를 이번 기회에 자성해 보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정치협작’, ‘정치공작’이라며 맹공을 퍼부어 온 것이 오직 언론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거짓 떼쓰기에 불과했다는 점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것”이라며 “MBC를 향한 근거 없는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 감정적인 공격을 당장 중단하라. 그리고 부디 국회 제1야당으로서 품격을 지켜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이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과 2017년 대선, 2020년 총선 직전에도 국민의힘은 개별 방송사를 찾으며 언론과 각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를 두고 “이쯤 되면 습관”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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