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에 도둑이 들었다. 그런데 동업자가 도둑에게 소송하는 등 노력하더니 손해배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 손해배상금은 동업자 개인 주머니가 아닌 우리 가게에 귀속된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동업자가 노력한 덕분에 우리 가게의 자산이 증가했다. 그럼 내가 동업자에게 해야 할 말은 

1번: 고마워요. 다른 횡령 건도 손해배상을 받아서 우리 가게에 준다면 더 고마울 거예요.
2번: 소송을 하니까 우리 가게가 너무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앞으론 안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정답은 1번이다. 일단 ‘가게가 두려워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가게라는 추상명사는 두려움을 느낄 수 없다. 소송에 따라 손해배상금액이 가게에 입금되면 가게의 주인인 나와 동업자 둘 다 행복해진다. 단지 횡령을 했던 도둑만 불행해질 뿐이다. 자기가 횡령한 돈을 회사에 입금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매일경제는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기업들 공포심이 커진다”고 표현한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 권한 행사와 주주대표소송은 기업을 압박한다”고 한다. 

▲ 13일자 매일경제 사회면 기사
▲ 13일자 매일경제 사회면 기사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주주대표소송이란 주주가 손해배상이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소송이다. 피고인은 기업에 피해를 입힌 사람이다. 누군가 횡령, 배임 등 기업에 손해를 끼쳤으면 그 피해는 주주가 입게 된다. 그래서 주주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있다. 일정 규모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회사를 대리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주주대표소송’이라고 한다. 주주대표소송에서 승소하면 그 손해배상액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가 가져가는 것도 아니다. 손해배상액은 회사에 귀속된다. 결국 기업에 손해를 끼친 가해자의 부당 이익을 기업에 토해내게 하는 소송이다. 기업은 압박이나 공포를 느낄 이유가 없다. 이익을 볼 뿐이다. 

나도 주주고 국민연금도 주주면 둘은 동업자 관계다.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을 하면 기업에는 이익이 발생한다. 회사의 손해액이 회사로 귀속되기 때문이다. 기업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두려워하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기업의 이익을 횡령하거나 착복한 피고인일 뿐이다. 기업과 불법 경영자를 동일화하지 말자. 기업의 이익을 부당하게 가져간 경영인의 불법 이익을 기업에 반환하게 하는 주주대표소송은 많이 하면 할 수록 기업과 주주는 이익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이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승소하면 기업도 좋고, 주주인 국민연금도 좋고 우리의 노후도 풍족해진다.  

경제지는 기업의 이익과 경영인의 이익을 혼동하는일이 자주 있다. 지난 13일 “상속세 등 조세제도가 기업에 큰 부담”이라는 손경식 경총 회장의 말이 여러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그러나 이는 틀린 말이다. 기업은 상속세를 내는 일이 없다. 상속세는 죽은 사람의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받았을 때 내는 세금이다. 기업은 죽지 않는다. 법인이 아니라 자연인만 죽을 뿐이다. 자연인이 죽으면, 그 자연인의 지분을 무상으로 이전받는 사람이 상속세를 내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의 지분을 가진 사람만 변동될 뿐이다. 만일 상속세를 납부할 현금이 부족해서 기업의 지분을 일부 판매하더라도 그 기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분의 손바뀜만 발생할 뿐이다. 원래 갑이 가지고 있던 기업의 지분이 을에게 상속되었다가 상속세를 내고자 을이 지분의 일부를 병에게 판매해도 기업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주주만 바뀔 뿐이다. 그래서 “상속세를 다 내면 기업이 휘청거린다.” 등의 기사도 틀린 기사다. 

경제지는 말끝마다 시장 경제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 시장경제의 핵심은 주식회사다. 그리고 주식회사를 소위 신자유주의적으로 해석한다면 주주에게 위임을 받은 경영인이 관리하는 회사를 뜻한다. 만약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회사를 경영할 것을 위임받은 경영자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배임 행위를 했다면, 회사와 주주를 위해 그 손해는 회사가 배상받아야 한다. 기업이 피해액을 배상받을까봐 “기업들이 공포심이 커진다”라는 기사는 참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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