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MBC ‘스트레이트’의 김건희 7시간 녹취록 보도에 김건희씨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밤사이에 돌연 삭제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홍 의원은 ‘최순실 사태처럼 흘러갈까 걱정된다’ ‘박근혜 탄핵을 주도한 보수는 바보라는 김건희씨의 말도 충격’ ‘참 대단한 여장부’ ‘MBC는 시청자를 우롱하는 변죽만 울리고 시청률 장사만 잘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글을 삭제한 이유를 두고 홍 의원은 미디어오늘에 “더이상 대선 포스팅이 무의미해서 지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MBC 스트레이트 방송이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고 반박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씨 뿐 아니라 이준석 대표와 선대본부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홍 의원은 지난 16일 밤 MBC 방송을 본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틀튜브들이 경선 때 왜 그렇게 집요하게 나를 폄훼하고 물어뜯고 했는지 김건희씨 인터뷰를 잠시만 봐도 짐작할 만 하다”며 “다른 편파언론은 어떻게 관리했는지 앞으로 나올 수도 있겠네요”라고 썼다.

홍 의원은 “김종인씨가 먹을 게 있으니 왔다는 말도 충격이고, 탄핵을 주도한 보수들은 바보라는 말도 충격”이라며 “돈을 주니 보수들은 ‘미투’가 없다는 말도 충격일 뿐만 아니라, 미투없는 세상은 삭막하다는 말도 충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국 사태를 키운 건 민주당이라는 말의 뜻은 무엇인지 앞으로 나오겠지만, 곧 나올 전문을 보면 경선 때 총괄 지휘한 내용이 더 자세하게 나올 것으로 본다”며 “참 대단한 여장부”라고 평가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사진=MBC 뉴스 갈무리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사진=MBC 뉴스 갈무리

MBC 방송을 두고도 홍 의원은 “MBC는 시청자를 우롱하는 변죽만 올리고 시청률 장사만 잘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홍 의원은 17일에 쓴 글에선 “최순실 사태처럼 흘러갈까 걱정스럽다”며 “자칭 국사인 무속인 건진대사가 선대위 인재영입 담당을 하고 있다는 기사도 충격”이라고 썼다. 해당 기사는 17일자 세계일보 단독 보도다. 그는 “아무리 정권교체가 중하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느냐라는 말들이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14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방송저지를 위해 MBC에 항의방문하려다 충돌사태를 빚은 일도 ‘언로를 막으려 한 들 막을 수 있겠느냐’고 비판하는 글을 썼다.

이 같은 글 세건을 모두 삭제했다. 이 글을 지운 경위를 두고 홍 의원은 17일 오전 미디어오늘에 보내온 SNS메신저 답변에서 “더이상 대선 포스팅은 무의미 한 것 같아 지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홍 의원이 쓰신 글에 잘못이 있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은 아닌지’ ‘포스팅한 글에 담긴 생각은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아니면 그 생각도 철회한 것이냐’는 질의에 홍 의원은 “예의에 어긋나는 질문”이라고 문자메시지로 답변을 보내왔다.

홍준표 캠프에 있던 한 관계자는 삭제한 까닭을 두고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예민한 시기에 혹시 내부총질로 보일 우려가 있어 삭제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답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6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17일 오전 삭제한 글. 사진=페이스북 이용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6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17일 오전 삭제한 글. 사진=페이스북 이용자

한편, 국민의힘은 MBC 스트레이트에 반론을 요구한다며 방송 내용을 반박하고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씨의 발언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MBC 스트레이트 방송을 두고 “방송에서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되는지를 조금 더 명확하게 지적했으면 한다”고 썼다. 그는 “후보자의 배우자가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해 본인이 가진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없다”며 “보도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여러 사안이나 인물에 대해서 편하게 평가하고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후보자의 배우자가 본인에게 과도한 의혹을 제기하는 매체들에 대해서 지적하고,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에 대해서 감사를 표하고, 캠프를 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라며 “실제 언론인 출신들이 선거 과정에서 여기저기 캠프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다음 주에는 정확히 어떤 부분이 어떤 이유로 문제되는지도 언론사의 관점을 실어 보도하면 시청자의 이해가 더 쉬울 것 같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선거대책본부는 방송 직후 서면반론요청서를 통해 반박에 나섰다. 선대본부 공보단은 “녹음파일을 제공한 이모씨(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는 ‘사적 대화’인 것처럼 속여 몰래 녹음했다”며 “‘몰래 녹음’을 동의 없이 넘기면 음성권,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선대본부는 “김건희 대표 어머니가 구속된 직후 이 씨가 먼저 접근하였고, ‘어머니를 20여 년간 온갖 소송으로 괴롭혀 온 정모씨에 대한 대응을 도와주겠다’고 했다”며 “이씨는 정씨를 비판하고 최근 근황을 알려주면서 김씨를 위하는 것처럼 하여 환심을 샀고, 뒤로는 몰래 대화를 유도하고 녹음했다”고 주장했다.

1억 주겠다고 한 대목을 두고 선대본부는 이 씨가 “유튜브 방송 서울의소리에서 촬영을 담당하는데 월급이 너무 적어 형편이 어렵다”는 식으로 하소연을 한 사실이 있고, “선거캠프에도 촬영스텝이 필요하니 자리가 있으면 알아봐 주겠다”는 취지로 좋은 말을 건넨 것이라고 해명했다.

선대본부는 “실질적 반론권이 보장되려면 적어도 어떤 내용의 취재이고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야 구체적인 대화 맥락을 해명할 수 있으나 MBC 장인수 기자가 단 3개 발언 외에는 통화를 해야 알려주겠다는 식의 문자만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밤 MBC 스트레이트가 방송한 김건희씨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 녹취록. 사진=MBC 뉴스 갈무리
▲지난 16일 밤 MBC 스트레이트가 방송한 김건희씨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 녹취록. 사진=MBC 뉴스 갈무리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선대본부와 김건희씨 인식을 비판했다. 김우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선대위 대변인은 17일 논평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이준석 대표의 발언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주장 고 이병철씨 사망을 덮기 위한 기획’이라는 김은혜 공보단장의 라디오방송 인터뷰 내용을 들어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라며 “정말 문제를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눈 감는 것인지 의아하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김건희씨가 기자에게 1억원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강의료 105만원 제공을 두고 “매수 의사성 발언을 했다”며 공직선거법 113조 1항 ‘후보자와 배우자의 기부행위 금지’ 동법 97조 ‘언론종사자에 금품 향응 및 약속 행위 금지’ 법령을 제시했다. 김 대변인은 “김건희씨가 기자에게 한 행위는 이 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또 “김건희씨의 ‘미투’ 운동에 대한 인식은 심각하다”며 “대통령 후보와 배우자의 관점이 반인권적, 반사회적이라면 문제가 된다. 윤 후보도 김건희씨와 같은 인식을 가진 것이 사실인지, 이 대표처럼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하는지 직접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얄팍한 말로 순간을 모면하려 하지 말고, 성찰하고 사과하는 것이 정도”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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