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월9일 20대 대통령선거뿐 아니라 같은날 재보선에 오는 6월1일 전국동시지방선거까지 크게 세가지 선거를 치른다. 특히 대선이 두달 앞으로 다가오고 제3지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상승세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다만 여론조사 인용보도에도 보도준칙이 있는데 일부 언론사에서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어 독자들에게 혼동을 줄 우려가 있다. 

오차범위 내에선 앞설 수 없어

지난 11일 중앙일보는 “이재명 36.5% 윤석열 36.9%…하락세 멈춘 尹 3주만에 역전”이란 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율을 역전했다고 표현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7~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인데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앞선다는 표현을 써선 안 된다. 하지만 이 신문은 본문에서도 “불과 0.4% 포인트 차이지만 지난 12월 셋째 주 조사 이후 3주 만에 윤 후보가 이 후보에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 중앙일보 11일자 보도 갈무리
▲ 중앙일보 11일자 보도 갈무리

 

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선거기사심의위원회는 오차범위 내 접전인 상황을 ‘역전’이라고 단정한 언론보도에 대해 심의를 하고 있다. 

지난 4일에도 11개 언론사에 대해 여론조사 결과가 오차범위 이내임에도 불구하고, 후보자 간 우열을 단정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유권자의 판단에 잘못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주의’ 조치했다. “이재명 38% 윤석열 36%…이재명, 5%p 상승하며 순위 역전”(연합뉴스 지난해 12월9일) 등 UPI뉴스, 강원도민일보, 광주매일신문, 대구일보, 아시아뉴스통신, 전국매일신문, 전남매일, 전북중앙신문, 천지일보, 광주일보 등이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다루며 ‘역전’ ‘골든크로스’ 등을 제목 또는 내용에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지난 2016년 12월 한국기자협회 등 5개 협회가 제정한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 16조(오차범위 내 결과의 보도)를 보면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에 있을 경우 순위를 매기거나 서열화하지 않고 “경합” 또는 “오차범위 내에 있다”고 보도하고 ‘오차범위 내에서 1, 2위를 차지했다’거나 ‘오차범위 내에서 조금 앞섰다’ 등의 표현도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또한 수치만을 나열해 기사제목을 선정하지 않도록 했다. 통계적으로 오차범위 내에 있는 건 ‘앞선다’고 할 수 없고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상태다. 

성별·연령·지역별 하위표본 분석 조심해야

지난 11일 뉴스핌은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간 단일화 적합도 여론조사를 보도했다. 그러면서 남성과 여성, 연령별, 지역별 두 후보에 대한 응답자 비율을 각각 자세하게 보도했다. 전체 표본이 1003명, 표본오차는 95%에 신뢰수준에 ±3.1%p로 여타 조사들과 비슷했다. 여기서 오차범위는 전체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대한 오차범위일뿐 세부 하위항목인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들여다볼 경우 표본이 감소하기 때문에 오차범위는 더 커지게 된다. 

뉴스핌은 “지역별로는 서울, 호남에서는 안 후보가 앞섰고, 경기, 대구경북(TK), 부울경(PK) 지역에서는 윤 후보가 더 높게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해당 여론조사만으로 지역별 격차를 단정할 수 없다. 

뉴스핌은 “서울은 안철수 49.9%, 윤석열 37.4%다. 경기·인천은 윤석열 41.4%, 안철수 41.3%를, 대전·세종·충청·강원은 윤석열 52.9%, 안철수 33.2%를 선택했다. 광주·전라·제주는 안철수 55.9%, 윤석열 30.8%이며 대구·경북은 윤석열 46.2%, 안철수 35.7%로 나타났다. 부산·울산·경남은 윤석열 45.5%, 안철수 37.4%로 응답했다”고 덧붙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해당 여론조사 집계표를 보면 단일화 적합도 조사에서 서울지역 표본은 204명, 경기·인천지역 328명, 대전·세종·충정·강원지역 138명, 대구·경북지역 86명, 부산·울산·경남지역 128명이었다. 

이 여론조사의 전체 표본 1003명에 대한 오차범위가 6.2%(±3.1%p)이기 때문에 표본이 80여명에서 200여명 수준으로 떨어지면 오차범위는 훨씬 커진다. 

▲ 한국갤럽 지난 7일자 여론조사 집계표. 맨 오른쪽에 지역별 표본오차를 별도로 표기하고 있다
▲ 한국갤럽 지난 7일자 여론조사 집계표. 맨 오른쪽에 지역별 표본오차를 별도로 표기하고 있다

 

한국갤럽은 여론조사 집계표에 성별·연령·지역별 오차범위를 별도로 공지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7일자 한국갤럽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인 조사에서 지역별 표본오차는 서울 ±7.1%p, 인천·경기 ±5.5%p, 강원 ±17.9%p, 대전·세종·충청 ±9.7%p, 광주·전라 ±9.8%p, 대구·경북 ±10.1%p, 부산·울산·경남 ±7.9%p, 제주 ±26.2%p로 나타났다. 

뉴스핌 여론조사의 경우, 지역별 오차범위를 계산하지 않은 채 특정 지역에서 후보간 우열을 단정할 수 없다. 특히 “경기·인천은 윤석열 41.4%, 안철수 41.3%”라며 윤 후보가 높다고 보도했는데 오차범위 안에서 격차가 명백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적합도가 높다고 표현할 수 없다. 

지역별 여론을 보도하려면 해당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더 정확하다. 지난 3일 KBS부산, 부산MBC, KNN 지상파 3사가 여론조사업체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를 진행했다. 부산지역 만 18세 이상 시민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로 나타났다. 

청년층 민심을 보기 위해선 해당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참고하는 게 바람직하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9일 만 18세 이상 39세 이하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물었다. 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p로 이재명 후보가 27.7%, 안철수 후보 20.2%, 윤석열 후보 16.2%의 지지를 받았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전체 유권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중 20대 표본만을 떼어서 ‘20대 여론이 어떠어떠하다’는 보도가 쏟아졌는데, 통계적으로 한국리서치 조사가 더 유의미하다. 

한국기자협회 등이 만든 선거여론조사 보도준칙 제23조(하위표본 분석 주의)에선 “여론조사 결과를 성별, 연령별, 지역별 등 하위표본으로 나누어 추가 분석한 결과를 보도할 때 통계적으로 의미 없는 차이를 부각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특히 하위표본 분석의 경우 비율 수치와 함께 하위표본 분석에 사용된 사례수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하위표본에 대한 내용을 전하면서 사례수를 별도로 제시한 언론보도는 거의 찾을 수 없다. 

보도준칙에선 “극히 적은 하위표본의 결과치를 비율로 환산해 퍼센트로 제시할 때 유권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pixabay
▲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pixabay

 

‘의외로’ ‘기대에 못 미치는’ 주관적 표현 자제해야

뉴스토마토는 지난 11일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며 “안 후보 소속 정당인 국민의당 지지층에서도 의외로 윤 후보의 지지율이 다소 우세했다”거나 “특히 20대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라고 표현했다. 또한 뉴스토마토는 지난해 11월30일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보도하며 “이 후보가 윤 후보에 우위를 보이기는 했지만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있으면서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성과에 따른 지지율 확장성은 기대에 못 미치는 분위기”라고 해석했다. 

선거여론조사 보도준칙 제19조(주관적 표현 자제)를 보면 조사결과에 대해 ‘의외의’, ‘예상을 넘는’, ‘기대에 못 미치는’ 등 주관적일 수 있는 표현은 가급적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그 외에도 “여론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주관적인 견해나 판단을 보도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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