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문화일보, 조선일보, CBS노컷뉴스, 중앙일보, 헤럴드경제, 연합뉴스, 동아일보, 채널A, 뉴시스, 뉴스1, OBS, 아시아투데이, 경향신문, SBS 등. (2021년)
한겨레, CBS노컷뉴스, 오마이뉴스, 시사IN, 미디어오늘 등. (2016년)

2021년과 2016년 각각 수사기관들로부터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언론사들이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언론사 사회부 법조팀 기자들 포함 정치부 기자, 영상 기자까지 최소 15개 언론사(19일 기준)의 기자들 수십명을 대상으로 가입자 정보 등이 포함된 통신자료를 들여다본 것으로 나타났다. 공수처뿐만 아니다. 검찰과 경찰 등도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지난 9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9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2016년에도 기자들 수십명을 상대로 경찰, 검찰, 국정원 등이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기자들이 통신사에 자신들의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를 요청한 결과였다. ‘통신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란 수사기관 등이 내가 사용하는 핸드폰 번호를 조회해 내가 누군지 알아봤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문서다. 법에 규정된 수사기관의 합법적인 조회 방식이지만 ‘언론사찰’ 논란은 갈수록 불거진다.

공수처, ‘이성윤 공수처 황제조사’ 보도 후 TV조선 겨냥?

전기통신사업법 83조인 ‘통신비밀의 보호’ 조항을 보면 전기통신업무(SKT, KT, LG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수사기관이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일 또는 해지일 등의 정보를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수사기관이 통신자료 조회를 하는 것 자체는 문제 되지 않는다. 시민들 역시 누구나 통신사를 상대로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TV조선이 지난 9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공수처가 사회부 법조 보고라인 기자 7명을 비롯해 법조 영상취재 기자까지 통신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TV조선은 “공수처, 기자 통신자료 4달 동안 ‘15건’ 조회” 기사에서 ‘이성윤 공수처 황제조사’ 보도 이후 “최근 공수처가 이 일을 보도한 저희 사회부 기자, 차장, 부장으로 이어지는 보고라인의 통신 자료를 무차별적으로 들여다본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1일 TV조선은 “[단독] 공수처장 관용차로 ‘휴일 에스코트 조사’” 기사에서 공수처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주요 피의자로 조사하던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김진욱 공수처장의 관용차로 이동하게 하는 등 수사 편의를 제공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보도 과정에서 TV조선은 이 지검장이 과천 정부청사 내 위치한 공수처 인근에서 김 처장 관용차에 올라타는 CCTV 영상을 확보해 보도했다.

▲지난 4월1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4월1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두 달 뒤 TV조선은 ‘뉴스9’은 지난 6월3일 톱으로 “공직자 수사기관인데… 언론 보도 ‘뒷조사’”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지난 4월 TV조선 보도 이후 공수처 수사관 2명이 TV조선 기자가 CCTV 영상을 입수한 사건의 현장을 찾아 취재 경위를 세세하게 캐묻고 기자 모습이 담긴 CCTV 등을 가져간 사실을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공수처는 TV조선의 보도 이후 “당시 신원미상의 여성이 위법한 방식으로 관련 동영상을 확보했다는 사건 관계인 진술을 확보했다”며 이 사건이 내사 중이라고 알렸다. 실제로 TV조선의 CCTV 영상 입수 과정을 둘러싸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취재윤리 위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신동욱 TV조선 보도본부장은 “이 사건 본질은 공수처의 언론인 사찰”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포함 수사기관들로부터 수차례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A종합일간지의 사회부 법조팀 기자는 “공수처가 앞으로 자기들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한 기자에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수사한답시고 기자와 취재원을 털고 사실상 사찰하게 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한 뒤 “TV조선의 경우를 보면 수사기관의 언론사찰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3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6월3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13일 공수처는 “현재 공수처 수사 대상 주요 피의자들 중에는 기자들과 통화가 많거나 많을 수밖에 없는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며 “공수처는 가입자 정보만으로는 통화 상대방이 기자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단지 가입자 정보를 파악한 적법 절차를 ‘언론 사찰’로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법조 기자들 “왜 조회했는지 가늠이 안 된다”

민변 출신 김준우 변호사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에서 통신조회 당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공수처와 현 정부·여당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혀왔던 김경율 회계사도 공수처가 자신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사실을 페이스북에 밝혔다.

이에 언론사 사회부 법조팀 소속 기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신사에 ‘통신자료 조회’를 요청했다. B종합일간지의 사회부 법조팀 기자는 “먼저 김준우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공수처로부터 자신의 통신자료 조회가 이뤄졌다는 걸 밝혔다. 이후 우리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 말한 뒤 “2019년에도 조회해본 적 있다. 그땐 몇 건밖에 안 나왔는데, 이번엔 조회 이력이 10건 넘게 나왔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TV조선 보도가 나오고 다른 언론사들도 계속 조회 사실을 보도하는데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찰과 경찰은 왜 조회했는지 가늠이 안 된다. 타사는 영상 기자와 정치부 기자까지 조회했다. (언론사찰이) 의심이 됐다”고 토로했다.

C방송사의 사회부 법조팀 기자도 “우리도 김경률 회계사 페이스북 글 보고 조회하긴 했는데, 사실 매년 해보긴 했다. 원래 수사기관이 통신조회 많이 하는 거 알고 있었다. 그동안은 회사 기자들이랑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를 맞춰보면 보통 조회 시기가 안 겹쳤다. 근데 이번엔 맞춰보니 ‘공문번호’가 같더라. 타사 기자들이랑도 맞춰봤다”고 말했다.

A종합일간지의 사회부 법조팀 기자는 “공수처, 검찰, 경찰 등이 통신자료를 조회한 건데 공수처만 조회한 것처럼 보도하는 건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짚으면서 “김준우 변호사와 김경률 회계사는 언론인도, 공수처 수사대상도 아닌 일반인인데 이분들의 통신조회는 더 문제다. 김경률 회계사 같은 경우 정부에 비판적인 언급을 많이 했는데 친정부 성향으로 인식되는 공수처가 자신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면 상당히 불안을 느낄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6년 통신자료제공요청서 공개 소송 패소

앞서 2016년 미디어오늘, 한겨레, 시사인 기자들은 수사기관 요청을 받아 기자 통신자료를 제공한 KT 등 통신사에 ‘수사기관 어느 곳의 어떤 요청을 받아’ 통신자료를 제공했는지 공개하라는 ‘통신자료제공요청서 공개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재판은 3심까지 진행됐는데 대법원은 통신사가 신청인들에게 ‘통신자료제공요청서’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당시 김동훈 한겨레 기자(현 한국기자협회장)가 KT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유일하게 1심에서 승소했다. 1심 법원은 KT에 “요청 사유, 해당 이용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공수처의 통신조회가 논란이 되면서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지난 16일 “수사목적에 따라 일부 그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이런 저인망식 통신자료 조회는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최근 공수처가 여러 언론 매체의 법조·정당 출입 기자들과 민간인에 대한 통신자료를 무더기 조회한 것이 그렇다”고 지적하면서 “명확한 조사목적에 대한 설명과 사전 동의 없이 언론의 취재행위를 검열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과거 검찰의 구태를 바로 잡겠다고 만든 공수처가 ‘창조적인 저인망 수사’ 구습에 젖어서야 되겠나”라고 주장했다.

“통신자료 조회, 통신사든 수사기관이든 통지해줘야”

기자들과 언론 유관 단체 관계자, 변호사 등은 ‘통신자료’ 조회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A종합일간지의 사회부 법조팀 기자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결국 공수처든 경찰이든 수사기관이 최소한의 통지 없이 개인정보를 가져가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뒤 “통신자료 조회를 신청해야만 얻을 수 있는 구조인데, 오히려 먼저 통신조회했다고 통신사든 수사기관이든 통보를 해줘야 한다. 기업도 개인정보를 이용하려면 사전 동의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6년 통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대리했던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법원의 허가를 받는 방식의 통신조회를 고민해 볼 수 있다. 또 통신사든지 수사기관이든지 통신자료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통지해 줘야 한다. 어디서, 어떤 사유로 요청이 들어왔는지, 어느 범위에서 밝힐 건지 등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기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언론인들은 그나마 관심이 있으니까 조회해보는 건데 시민들은 자기 정보가 조회됐는지도 모른다. ‘메타 데이터’는 국제 사회의 이슈“라고 강조한 뒤 “문재인 정부가 통신자료 관련 제도 개선을 약속했는데 결과적으로 집권이후 제도 및 법률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여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공수처 언론사찰’ 보도 후 불거진 TV조선 ‘취재윤리 위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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