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시작한 지 45일 만에 거리 두기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경미 대변인을 통해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위중증 증가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 확보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신문들은 병상과 의료인력 예측과 확보를 실패한 정부를 비판하면서 이제라도 의료체계 강화에 나서라고 사설로 밝혔다.

정부가 발표에 따르면 18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 2주간 전국의 사적모임 인원을 4명으로 제한하고,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9~10시까지로 제한한다. 방역패스 적용시설을 확대하고, 미접종자는 식당과 카페에 동행 출입할 수 없도록 한다. 수도권의 모든 학교와 비수도권 과대·과밀학교는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한다.

그러나 정부는 거리두기에 따른 손실보상책은 확정해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손실보상 대상이 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범위를 넓히고 현금으로 주는 ‘방역지원금’을 신설하겠다고 했지만 하한액(50만원)과 손실보상률(피해금액의 80%)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라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자영업자 단체들은 대규모 집단휴업을 예고하는 등 반발에 나섰다.

▲17일 아침신문 갈무리
▲17일 아침신문 갈무리
▲17일 국민일보 4면
▲17일 국민일보 4면

선 지원·전액 손실보상, 의료역량 확충 주문


몇몇 신문은 ‘위드코로나 유턴’이 대통령이 직접 나와 사과했어야 할 일이라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불과 몇 주 전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은 ‘하루 확진 1만명까지 대비했다’고 자신했다. 생중계된 그 말을 믿은 국민들이 철저히 뒤통수를 맞은 상황인데, 경위를 설명하는 자리에 대통령은 모습도 목소리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첫머리에서 문 대통령의 사과를 전하며 “이번에도 박경미 대변인을 통해서였다”고 했다.

▲17일 국민일보 사설
▲17일 국민일보 사설

 

여러 신문이 자영업자 손실보상책이 미비하다며 강력한 대책을 주문했다. 한국일보는 1면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거센 반발을 무마하기엔 손실보상도 명확하지 않다”며 “사과했지만 정부 대책은 그에 걸맞지 못한 임시방편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1면에서 “자영업자 단체들이 대규모 집단휴업을 예고하는 등 방역과 생업 사이의 갈등도 다시 격화되고 있다”며 “손실보상 하한액과 손실보상률을 유지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어서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17일 한국일보 1면
▲17일 한국일보 1면
▲17일 한겨레 1면
▲17일 한겨레 1면

동아일보는 2면 머리에 “코로나19 전과 매출을 비교하니 올 7~9월 1800만원가량 손실을 봤는데 정부가 준 돈은 고작 80여만원” “코로나19 이전 19명이던 직원을 4명으로 줄였지만 임대료 등을 감당하지 못해 대출 7000만원을 받았다” 등 거리두기 직격탄을 맞는 자영업자 상황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당장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동참을 이끌어내야 연말 방역 수용도를 높일 수 있고 2주 강화만으로는 지역사회 유행이 완전히 안정되기도 어렵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손실 전액 보상에 더해 ‘코로나 빚 탕감’ 논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2면에서 미국의 스몰비즈니스 급여보호 프로그램(PPP)을 소개하며 “500인 미만 중소기업, 비영리단체, 자영업자 등에 대해 최대 1000만 달러(약 118억원)까지 무이자 대출을 해 주는 사업”이라며 “지난해와 올해 4차례에 걸쳐 총 9612억 달러(약 1084조원)를 PPP로 집행했다”고 했다. 여러 전문가를 인터뷰해 “코로나19 사태로 진 빚도 결국 손실로 인한 것인 만큼 조정을 해 줘야 한다”고 전했다.

▲17일 동아일보 2면
▲17일 동아일보 2면
▲17일 서울신문 2면
▲17일 서울신문 2면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약속대로 정부가 인원 제한에 따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간접 피해까지 폭넓게 보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예상 피해 전액을 우선 지원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 조기에 결론 내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선 지원, 후 정산”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을 냈다.

신문들은 의료역량 확충도 급선무로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인 제안은 제각각이었다. 한국일보는 “무엇보다 의료역량 확충이 시급하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전후해 여러 차례 행정명령을 냈지만 여전히 병상과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면서도 “충분한 인센티브로 민간병원의 참여를 유도해 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환자 80%를 공공병원이 돌보는데 민간병원은 병상 동원에 주저하는 상황에서 강제책이 아닌 유인책을 제시했다.

▲17일 한국일보 사설
▲17일 한국일보 사설

반면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전체 병원의 10%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확진자의 80%를 치료해 왔지만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이미 7000명을 넘어선 상태에선 역부족”이라며 ““민간병원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공동으로 분담하는 공공·민간 병원 협력 대응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2주간의 강력한 방역 조치 기간 장기전에 대비해 전면적으로 의료 시스템을 복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했다.

▲17일 서울신문 사설
▲17일 서울신문 사설

“불법폭력 민노총 노동이사제 참석 못시킨다”는 조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이어 15일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 뜻을 밝혔다.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노조전임자 유급 근로시간 면제)에 대해서도 찬성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김병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에 따르면 윤 후보는 이날 한국노총 지도부와 가진 간담회에서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에 찬성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윤 후보뿐 아니라 당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했다. 윤 후보는 타임오프제에 대해선 “여러 면에서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지원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17일 한겨레 사설
▲17일 한겨레 사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가지고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다. 노동자를 기업 경영의 한 주체로 보는 제도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19개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선 서울시가 2016년 산하 공공기관에 처음 도입한 뒤 경기도·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들이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공공기관 전체로 확대하는 법안을 관련 상임위에 안건 조정 신청한 상태다.

한겨레가 이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입법을 서두르도록 주문했다. 한겨레는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과 공익성을 높이고, 노사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겨레는 “여야의 주요 후보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오랜만에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 사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방증한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조속히 입법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한국경제는 이를 ‘경영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재계 입장을 전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그제는 노동이사제, 어제는 친기업…윤석열 진심은 뭔가”에서 “(15일엔) 노동이사제 도입을 덜컥 찬성”한 뒤 16일엔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네거티브 규제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규제 혁파를 약속하며 정작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새 규제를 들이미는 모순”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성 노조 입김이 셀수록 견제보다 노사 야합을 통한 방만 경영이라는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도 “노동개혁 하겠다면서 노조에 표 구걸하는 국민의힘”이란 제목의 사설을 냈다.

▲17일 중앙일보 사설
▲17일 중앙일보 사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 같은 주장에 “재계의 이런 주장과 달리 노동이사제는 현재 왜곡돼 있는 이사회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라며 “노동이사제가 경영 의사결정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한겨레는 “한국노동연구원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서울시 공공기관들의 기관장·사외이사·노동이사 등 35명을 면접조사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이들은 노동이사제 도입 이후 경영 투명성, 공익성, 이사회 운영의 민주성 등 세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반면에 의사결정 지연에 따른 경영 효율성 저하가 있었다고 응답한 이는 별로 없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노총 때문에 한국에 노동이사제 도입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노동이사제는 협력적인 노사 문화가 자리 잡은 유럽에서 발전한 제도”라며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거대 노조들은 과격하고 폭력적인 투쟁 노선으로 악명이 높다. 기업 임원을 집단 린치하고, 국회 담장을 무너뜨리고, 경찰관을 폭행하고, 코로나 와중에 불법 집회를 열었다. 노조원이 비노조원을 폭행하고, 업주에게 돈을 요구하고, 집단 괴롭힘으로 대리점주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등 폭력과 탈법을 서슴지 않는 노조를 이사회 멤버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라고 했다.

17일 조선일보 사설
17일 조선일보 사설

실상 조선일보가 모범례로 삼은 유럽 국가에선 코로나19 시국에도 임금 인상과 일자리 보호,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하며 곳곳에서 파업이 벌어졌다. 프랑스에선 2019년 봄부터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정부의 공공병상 삭감과 인력 부족에 항의하며 수시로 파업과 시위를 했다. 독일 철도기관사노조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8월 파업에 나섰다. 국영방송 기자와 언론노조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해 지난 10월 협상을 타결한 바 있다.

[ 관련 기사 : 코로나 시국 파업에 임금인상 이룬 독일 기자들 ]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