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치인은 공과가 병존한다.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한다. 3저 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인 게 맞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1일 오전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아 했다는 말. 이 후보는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의 생명을 해친 행위는 반복돼선 안 될 중대범죄로 그(전두환)는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지만 언론은 전두환 ‘공’을 평가한 발언에 주목했다.

언론, 李·尹 전두환 ‘공’ 평가에 비판 

이 후보 발언 일부만 떼어내 부각하는 언론의 편집 행태를 비난할 수 있지만 민주당 역시 불과 두 달 전 윤석열 후보 발언 보도에 크게 반응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0월19일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광주민주화운동)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이 있다.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발언했을 때 민주당은 “전두환의 정치를 찬양하며 호남까지 운운한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당시 이 후보 역시 “광주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는데 ‘집단학살범도 집단학살을 빼면 좋은 사람’이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며 공세를 높였다. 두 후보의 ‘전두환’ 발언을 문제 삼는 언론을 탓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윤·이에 대한 잣대가 다르다면 그것은 비평 대상이 될 수 있다.

▲ 지난 11일자 SBS 8뉴스 화면 갈무리.
▲ 지난 11일자 SBS 8뉴스 화면 갈무리.
▲ 지난 11일자 KBS 뉴스9 보도 갈무리.
▲ 지난 11일자 KBS 뉴스9 보도 갈무리.

11일 오후 지상파·종편 메인뉴스도 이 후보의 ‘전두환’ 발언을 주목했다. KBS ‘뉴스9’은 “‘박정희·전두환 공과’… 지역 표심 공략 나서” 제하의 리포트에서 “(이 후보는) 조문을 거부했던 고 전두환씨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용서 못할 중대범죄를 저질렀지만 공과는 병존한다고 했다”면서 이 후보 발언을 전했다.

SBS ‘8뉴스’도 “‘박정희도 전두환도 공과 있다’”라는 리포트에서 관련 뉴스를 전했고, JTBC ‘뉴스룸’도 “‘박정희, 눈에 띄는 정치인… 전두환, 공과 공존’”이라는 제목으로 이 후보 발언을 전한 뒤 “고향 TK에서 표심을 확장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해석했다.

TV조선 주말뉴스 ‘뉴스7’은 “이 후보는 지난달 광주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학살자’라며 ‘씨’란 호칭도 아깝다고 했는데 오늘은 공과가 함께 있다고 했다”며 이 후보 말이 바뀌었음을 지적했다. 채널A ‘뉴스A’도 리포트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보수세가 강한 경북에서 ‘전두환도 공과가 있다’ 는 말로 운을 뗐다”며 “자신 역시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해설했다.

MBN 종합뉴스도 “경북 지역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박정희·전두환·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를 거론하며 보수 표심 잡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MBC, 11일 이재명 ‘전두환’ 발언 없어

지상파·종편 7개사 가운데 이 후보의 ‘전두환’ 발언을 보도하지 않은 방송사는 MBC가 유일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이’ 대구경북에 손짓… ‘종전선언 반대가 말 되나’”라는 리포트에서 이 후보 일정을 보도했으나 이 리포트에 ‘전두환’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MBC 기자는 “이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평가는 엇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라고 치켜세우며 다른 보수 정권 대통령들에게도 공과 과가 모두 존재한다고 말했다”고만 했다.

다음날인 12일자 리포트에서 “전두환씨가 경제를 움직이게 한 건 성과라고 발언한 데 대해선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고, 13일에도 “민주당 안에서도 당의 기본가치에 반한다면서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전했으나 11일 당일 보도가 없었다는 점에서 일부 비판이 제기됐다.

▲ 지난 11일자 JTBC 뉴스룸 보도 갈무리.
▲ 지난 11일자 JTBC 뉴스룸 보도 갈무리.
▲ 지난 11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 갈무리.
▲ 지난 11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 갈무리.

보수성향으로 현 경영진에 비판적인 MBC노동조합(제3노조)은 12일 자사 보도에 “제목은 물론 기사 내용에 전두환이라는 단어 한 번 넣지 않았다”며 “윤석열 후보 때와 차이가 나도 너무 났다”고 비판했다.

실제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0월19일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은 군사쿠데타와 5·18을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MBC는 “난데없는 전두환씨 칭찬에 경악스럽다는 비판이 당에서부터 나왔다”며 국민의힘 내 비판 반응, 민주당 반응, 5월 단체들의 비판 성명을 종합해 보도했다. 

TV조선 ‘뉴스9’도 윤 후보의 ‘전두환’ 발언 논란이 있던 지난 10월19일 “‘전두환, 5·18 빼고 정치 잘했다’ 논란”이라는 제하의 리포트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또다시 실언 논란이 일었다”고 비판했다. 제3노조 주장이 모두가 잘못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미디어오늘은 MBC 보도국장에게 이 후보의 ‘전두환 공과’ 언급이 11일 당일 뉴스에 없던 이유를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리포트를 담당한 MBC 기자는 다음날인 12일과 13일 보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설명하며 당일 보도가 없었던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전두환 발언 논란이 있던 지난 10월19일자 TV조선 메인뉴스 보도 갈무리.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전두환 발언 논란이 있던 지난 10월19일자 TV조선 메인뉴스 보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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