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TV 구성원들이 자사 보도의 독립성이 침해되고 있다며 사측에 개선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대주주인 연합뉴스의 이익을 위한 보도 개입이 이뤄져왔다고 밝혔다. “자의적 패널 출연과 부적절한 보도 지시, 편집권 침해가 공공연히 이뤄져 왔다”고도 했다.

연합뉴스TV 구성원들은 지난 10일 ‘사원들의 바람’이란 제목의 입장문에서 “이 회사가 더 잘 되기만을 바라며 열악한 여건을 감내해왔지만 사원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오히려 악화하는 상황에 우리는 분노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TV지부 내 복수의 조합원들이 연합뉴스TV 개국 10주년을 맞아 낸 편지 형식의 글이다.

이들 구성원은 입장문에서 “근로 여건은 악화하고 있다. 개국 10주년을 맞았지만 보도의 독립성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자의적인 패널 출연과 부적절한 보도 지시, 편집권 침해가 공공연히 이뤄져 왔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연합뉴스TV 사옥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연합뉴스TV 사옥

이들은 대주주이자 관계사인 연합뉴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연합뉴스TV 방송이 활용되는 사례들을 꼽았다. “보도전문채널에서 통신(연합뉴스) 유튜브를 내보내는가 하면, 포털 관련 대선주자 인터뷰로 시청자들의 비판을 사기까지 절차적 정당성조차 없는 전횡은 근래 더 과감해지고 있다”고 했다.

맹찬형 연합뉴스TV 보도국장은 최근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를 인터뷰하며 언론 사안 가운데 “포털의 언론시장 왜곡”에 대해서만 질문해 연합뉴스 이익을 대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연합뉴스가 기사형 광고로 포털 노출 중단 제재를 받던 지난 9월엔 성기홍 당시 사장 내정자 지시로 연합뉴스 기사를 소개하는 3~4분짜리 코너 ‘이 시각 연합뉴스’를 운영하겠다고 공지했다가 구성원 문제 제기로 철회했다. 성기홍 보도국장 당시엔 연합뉴스가 만든 유튜브 콘텐츠 ‘주간팩첵’과 ‘통통TV’를 방송했다가 노조 문제 제기로 중단했다.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은 연합뉴스TV 사장도 겸직하며, 연합뉴스TV 보도국장을 지냈다.

▲맹찬형 연합뉴스TV 보도국장이 지난 1일 개국 10주년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 대담에서 “포털의 언론시장 왜곡”에 대해 질문한 뒤 두 후보가 대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갈무리
▲맹찬형 연합뉴스TV 보도국장이 지난 1일 개국 10주년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 대담에서 “포털의 언론시장 왜곡”에 대해 질문한 뒤 두 후보가 대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갈무리

맹 국장은 미디어오늘 통화에서 “연합뉴스 TV 구성원들이 너무 연합뉴스와의 관계 속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 같다”며 “언론개혁 전반에 대한 질문도 같이 준비했지만 진행 중 시간이 초과돼 가장 현안인 포털 문제를 물은 것”이라고 말했다.

성 사장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 기사 소개 코너는 논의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하지 않기로 했다. 유튜브의 경우 연합뉴스TV에서 콘텐츠가 부족한 주말 시간대에 연합뉴스 팩트체크 영상을 내보내자고 한 것이고 일부 문제 제기로 중단했다”고 전했다.

▲2019년 연합뉴스TV에 방영된 연합뉴스 제작 유튜브 갈무리
▲2019년 연합뉴스TV에 방영된 연합뉴스 제작 유튜브 갈무리

일부 구성원은 성기홍 보도국장 당시 보도가 친정부 색채를 띠도록 편집권이 남용된 사례도 있다고 했다. 일례로 지난 6월 ‘시카고트리뷴 “문 대통령 성숙한 리더십에 찬사 보내야”’ 기사의 경우 통상 단신 길이인 30초를 초과해 50여초 보도됐는데, 성 당시 보도국장이 직접 수정한 기사라는 것이다.

성 사장 측 관계자는 이에 “보도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콘텐츠의 책임은 보도국장에 있고, 당시 공정방송위원회 지적도 제기되지 않았다”며 “일반화하지 말고 성 국장 시절에 사내 불공정 관련 논란이 있었는지 전체 맥락에서 볼 문제”라고 반박했다.

구성원들은 연합뉴스TV 보도국에 대한 투자는 이뤄지지 않는데 핵심 직무에 연합뉴스 사원 파견이 지속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연합뉴스TV는 국제부와 전국부를 두지 않고 ‘글로컬뉴스부’로 이를 대체하고 있는데, 연합뉴스 기자들이 여기에 파견돼 일한다. 연합뉴스 소속 특파원들이 연합뉴스TV에서 리포트를 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고도 했다. 

맹 국장은 이에 “인력이 부족하지만 글로벌과 로컬 뉴스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구조가 정상적이라 보진 않는다.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내부에 충분하다”고 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로고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로고

연합뉴스TV 구성원들은 “혹자는 연합뉴스가 만든 회사가 아니냐며 이 같은 구조를 정당화하지만, 연합뉴스TV를 지키고 키워온 것은 바로 이곳 사원들”이라며 “우리가 버티고 서 있는 이 회사가 더 잘 되기만을 바라며 열악한 여건을 감내해왔지만, 사원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오히려 악화하는 상황에 우리는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TV 측 구성원의 평균 급여는 연합뉴스의 60% 정도다. 연합뉴스TV 취재기자는 연합뉴스 측 파견 기자를 포함해 70여명으로, YTN보다 40여명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최소한의 휴무조차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저임금 구조와 ‘묻지마’ 상여 체계 등 비정상적 처우는 개개인의 자존감마저 위태롭게 했다”고도 했다. “내가 당하면 끔찍한 불이익과 희생을, 타인에게는 끝없이 감당토록 하는 모순과 ‘내로남불’이 이어져선 안 될 것”이라며 “더 좋은 보도, 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바꿔나갈 수 있는 것들부터 지금, 바꿔나갈 것을 사원들은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성 사장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TV 구성원 입장문에 대해 “연합뉴스TV의 불공정 보도 문제라기보단 연합뉴스TV가 성장하면서 연합뉴스와 관계에서 일어나는 성장통의 맥락으로 본다”고 밝혔다. 맹 국장은 “입장문에서 공감하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이는 것도 있다”며 “구성원들이 요청한다면 얼마든지 대화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TV지부는 14일 시작되는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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