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근 지역 번영회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질의응답 없이 퇴장한 사례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공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처음 현장 분위기를 전했던 강원일보 기사 제목이 두 차례 수정된 것을 두고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정치인 SNS 등에 공유되고 있다.

논란의 간담회는 윤석열 후보가 최근 강원 지역 일정의 마지막으로 참석한 11일 ‘강원도 18개 시·군 번영회장 간담회’다. 윤 후보가 유권자들의 요구 사항을 듣고 지역 공약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여러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않고 자리를 떴다는 비판이 강원일보를 통해 전해졌다.

이날 현장을 취재한 강원일보는 “윤석열 후보를 비롯해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빠져나간 자리에선 일부 회원들이 언성을 높이며 소란이 벌어졌다. 일부 회원들은 ‘(후보가) 사진만 찍으러 왔느냐’며 ‘폐광지역 인구소멸 위기 등 각종 현안들에 대해선 한마디도 듣지 않고 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며 “이는 간담회장에서 회원들에게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고 정책과제 제안서를 전달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곧바로 자리를 떠난 것에 대한 불만 표출이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 기사의 제목을 두고 불거졌다. 11일 첫 보도 당시 ‘“사진 찍으려고 왔나” 강원18개 시·군번영회 소란’이었던 제목이 ‘윤 후보, 강원번영회 요청 적극 반영…일부 소란도’에서 지금의 ‘윤석열 후보-강원도번영회장단 간담회, 진행 시간 놓고 소란’으로 바뀐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강원도 18개 시·군 번영회장 간담회’ 관련 강원일보 기사 제목 변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강원도 18개 시·군 번영회장 간담회’ 관련 강원일보 기사 제목 변화

요컨대 기사 제목에 윤 후보를 직접적으로 비판한 발언이 빠지고 ‘강원번영회 요청 적극 반영’ 대목이 추가됐다가, 이후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제목이 붙었다. 이에 강원일보의 제목 수정 이력을 캡처한 게시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어 일부 정치인 SNS에도 공유되기에 이르렀다. 유력 대권 주자인 윤 후보, 그가 속한 국민의힘 측에서 압박을 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들이 제기된 것이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개인에게도 문자 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강원일보는 추가 취재로 확인된 사실을 반영했을 뿐, 외압에 의한 결과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병욱 강원일보 편집국장은 12일 통화에서 “취재기자가 현장에서 윤석열 후보가 나간 뒤 벌어진 소란을 바로 기사로 올렸다. 약 1시간 뒤 국민의힘과 번영회 측이 ‘윤 후보 일정상 20분만 참석하기로 협의가 됐고, 실제로 있었던 시간은 25분’이라고 연락이 왔다”며 “번영회는 ‘사진만 찍으러 왔냐’고 말한 사람은 정식 참석자가 아니었으니 그 발언이 번영회에서 나온 것처럼 뽑힌 부분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해왔다”고 설명했다. ‘폐광지역 현안을 듣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한 인물은 번영회 소속이었으나, ‘사진만 찍고 가느냐’고 말한 이는 번영회 소속이 아닌 강원도 외부에서 온 사람으로 취재가 되면서 첫 수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후 다시 제목을 수정한 이유로는 “정준화 번영회 연합회장이 본인 입장을 기사에 추가해달라고 다시 요청이 왔고, 그 발언을 넣으면서 제목도 수정했다. 부제목도 상세하게 네 줄을 추가해 지금의 기사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유 국장은 내부 회의에서도 두 번째 제목(윤 후보, 강원번영회 요청 적극 반영…일부 소란도)은 국민의힘 입장을 너무 들어준 것처럼 보인다는 의견이 나와 이를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포털 댓글 등을 보면 (국민의힘) ‘압력을 받았냐’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 아닌 것을 압력을 받아 고칠 수 없다”며 “가장 크게 논란이 된 건 두 번째 제목으로 바뀌면서였던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최종 책임자로서 데스킹 과정에서의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도당에서 열린 강원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을 마친 뒤 마스크를 다시 쓰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도당에서 열린 강원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을 마친 뒤 마스크를 다시 쓰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강원일보 내부에서도 입장을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 국장은 “하루가 지나고도 문제가 계속 된다면 전후 사정을 밝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기사와 제목을 수정하는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보시는 분들 입장에선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니 어떻게 오해의 소지를 없앨 수 있을지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며 “포털이나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달리 할 필요는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방은 이틀 째 이어지고 있다. 전날 고용진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이 “국민 무시와 불통의 구태를 사과하기 바란다”고 한 데 이어 12일엔 이용빈 선대위 대변도 관련 브리핑을 가졌다. 이 대변인은 “거듭되는 실언과 논란에도 ‘개 사과’ 말고는 변변한 사과 한 마디 없는 윤 후보가 가짜 간담회에 대한 비판마저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윤석열 후보는 어쭙잖은 궤변 뒤에 숨지 말고 국민을 무시한 처사에 대해서 즉시 사과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장을 “허위사실”로 규정하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차승훈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참석자 명단과 행사 시간 그리고 건의사항까지 양측의 협의를 거쳐 진행한 행사로, 현장에서 간담회 요청을 뿌리치거나 사진만 찍고 갈 수 있는 행사 자체가 아니었다”며 “지금이라도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브리핑 내용을 취소하고 윤석열 후보와 강원도 번영회 연합회 관계자들에게 사과하라. 그렇지 않으면 즉각 법적 조치에 들어갈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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