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 포털 뉴스 화면은 ‘오보 퍼레이드’를 방불케 했다. 이날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결과가 발표됐는데 기사마다 득표율 수치가 달랐다. 당시 이준석 당 대표 후보의 득표율은 43%대로 최종 집계됐는데, 42% 득표라고 쓴 언론이 적지 않았다. 기자들이 결과 발표를 기다리며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과정에서 공식 발표 이전의 잘못된 집계를 인용해 썼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틀린 수치를 쓴 기사가 포털에 남아 있다.

당시 오보가 속출하는 가운데 시사위크의 기사는 돋보였다. 시사위크는 당일 관련 기사 하단에 ”2021년 6월 11일 오전 11시 20분 40초 경 포털사이트 등으로 최종 출고되었다”며 “수치 중 일부가 잘못된 사실이 확인돼 즉각 수정하였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이 있다.  이어 시사위크는 다음과 같이 고지했다.

▲ 시사위크 홈페이지 갈무리
▲ 시사위크 홈페이지 갈무리

▲(수정 전) 이 신임 당 대표는 11일 여의도 당사에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42%의 득표율을 얻었다. 나경원 후보(31%), 주호영 후보(14%), 조경태 후보(6%), 홍문표 후보(5%)가 그 뒤를 이었다. 

▲(수정 후) 이 신임 당 대표는 11일 여의도 당사에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43.82%의 득표율을 얻었다. 나경원 후보(37.14%), 주호영 후보(14.02%), 조경태 후보(2.81%), 홍문표 후보(2.22%)가 그 뒤를 이었다.
 
시사위크는 지난 4월 기사의 수정 내역을 공개하는 ‘기사수정 이력제’를 도입했다. ‘기사수정 이력제’는 인터넷신문협회가 주관하는 2021 언론윤리대상 매체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담당자인 정소현 시사위크 취재팀장은 지난 8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큰 변화가 아니라 소개되는 게 부끄럽다”면서도 “작은 변화지만, 더 신중하게 기사를 쓰게 되는 등 취재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수정 이력제’ 도입은 정소현 취재팀장이 지난해 언론윤리헌장 제정 작업에 참여한 일이 계기가 됐다. 정소현 팀장은 “당시 제정 위원 중 한 명으로 참여했는데, 이 과정에서 깨닫고 배운 점들을 독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실현하려면 어떤 제도가 필요할까 고민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 시사위크 기사수정 이력제 적용 기사 갈무리
▲ 시사위크 기사수정 이력제 적용 기사 갈무리
▲ 시사위크 기사수정 이력제 적용 기사 갈무리
▲ 시사위크 기사수정 이력제 적용 기사 갈무리

왜 ‘기사수정 이력제’를 도입한 걸까. 정소현 팀장은 “제정 과정에서 학계 분들이 기사수정 이력제에 대한 말씀을 주셨다. 인터넷신문이 수정과 삭제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은근슬쩍 수정하면 독자들이 투명하게 알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취재원 입장에서도 추후에 입장이 반영됐는데, 독자들이 기사를 처음부터 다시 읽지 않는 이상 수정된 기사인지 알기 힘든 문제도 있었다. 수정 시간을 쓰는 언론은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수정 이유까지 설명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시사위크는 기사 하단에 ‘기사수정 이력제’를 통해 수정된 사실을 고지하며 수정 일시와 이유, 내역을 공개한다.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때 뿐만 아니라 추가로 입장을 반영한 경우 “해당 기사는 6월 16일 17시 25분 출고되었으나, 폭스바겐 측의 추가 입장 반영 요청으로 6월 17일 17시 40분 수정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 때는 뒤늦게 참석자 변동 사실을 알게 돼 “추도식에 참석하는 대선 후보의 명단 확인 과정에서 허경영 후보의 참석 여부가 뒤늦게 확인돼 해당 내용이 반영되면서 11월 23일 오후 3시 17분 수정되었습니다”라고 고지했다.

독자의 지적으로 기사를 수정하고 이를 알린 경우도 있다. 시사위크가 운영 중인 독자 소통 챗봇을 통해 한 독자가 게임 관련 기사 본문에 언급된 게임 개발사가 국내 업체인데 중국 업체로 잘못된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자 시사위크는 “중국의 게임사로 표현된 사실이 독자분의 제보로 뒤늦게 확인돼 이날 오후 2시 38분에 해당 내용이 수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며 수정 전후 내역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 정소현 팀장은 “확인해보니 잘못 쓴 게 맞았다. 그래서 기사를 수정하고 기사 수정된 이력이 반영된 기사URL을 독자분께 보내드렸다. 그랬더니 ‘헐 이렇게까지... 감동이네요’라는 반응을 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도입 과정에서 기자들의 반발은 없었을까. 도입 전 여러 논의를 통해 기준을 정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논의를 거친 결과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경우 외에도 오탈자가 발생했을 때도 바로잡되, 단순히 조사를 잘못 쓴 정도는 예외로 뒀다.

“처음에는 기자들이 약간 부담스러워 했다. 마치 큰 잘못한 것처럼 보인다고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단순히 조사가 틀린 정도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나중에는 기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이런 건 포함해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정소현 팀장은 ‘기사수정 이력제’ 도입 이후 기사 투명성을 높이는 목적 외에 또 다른 효과를 얻게 됐다고 했다. 그는 “기사 작성이 더 신중해졌다”며 “취재를 할 때 취재원들에게 ‘더 말하실 게 없느냐’ ‘나중에 반영이 되면 수정 이력으로 다시 남는다’ 이렇게 고지를 하면서 충분히 입장을 묻게 된다. 취재 과정이 더 촘촘해지고 반론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기사를 더 늦게 출고하게 된 점도 내부적으로는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 사진=Gettyimages
▲ 사진=Gettyimages

시사위크는 ‘기사수정 이력제’를 발전시킬 계획이다. 현재는 기사 본문을 열어야만 수정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데, 별도의 수정이력 공개 코너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정 이력을 일일이 글로 적는 대신 자동화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그는 “가디언지를 보면 별도의 수정이력 코너가 뜨는데, 이와 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제 시작 단계다. 앞으로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정소현 팀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독자들이 기사가 올라간 시점에만 볼 거라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더라. 비슷한 사안이 화제가 되면 독자들이 과거 기사들을 다시 찾아주시는데, 나중에 보면 혼동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수정이 된 건지, 아닌지 무엇을 어떻게 바꿨는지 확실하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사수정 이력제’가 자랑할 만큼 대단한 정책은 아니더라도 작은 노력들이 큰 변화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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