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부어 보인다고 쇼 바로 전날 캔슬(취소)을 당했다. 제 스스로 기회를 날렸다는 생각에 살을 미친 듯이 뺐다. OOkg까지 만들었다. O주 동안 물만 마셨다. 그뒤로 후폭풍이 엄청났다. 제 속은 걸레짝이 됐는데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했다. 그때 뼈 마디마디가 아팠다. 식습관을 바꾸고 몸을 건강하게 하는 데 2년이 걸렸다.”

지난해 12월 tvN 인기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모델 최소라가 자신의 다이어트 방법에 대해 ‘잘못된 방법’이라고 밝힌 내용 중 일부다. 연예 기사들을 통해 이 발언은 확산됐다. 최씨가 이 발언을 한 이유는 극단적 다이어트에 대한 경고에 있었지만 오히려 SNS에는 “저렇게 해야 성공하는구나”라고 받아들인 이들이 있었다.

▲지난해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모델 최소라의 발언을 적은 기사. 
▲지난해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모델 최소라의 발언을 적은 기사. 
▲지난해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모델 최소라의 발언을 적은 기사. 
▲지난해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모델 최소라의 발언을 적은 기사. 

트위터나 유튜브 등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프로아나’(ProAna·찬성을 뜻하는 Pro-와 거식증Anorexia에서 딴 Ana를 합성한 단어로 거식증에 찬성하며 깡마른 몸이 되길 원하는 것) 현상을 지적하는 발언이 토론회를 통해 나왔다.

거식증도 마다하지 않고 깡마른 몸을 가지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정보가 청소년들에게도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 7일 김철민·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굿네이버스가 공동주최한 ‘미디어 아동권리 옹호 토론회’에서였다.

“미디어에도 어린이보호구역이 필요합니다”라는 주제 아래 김윤아 섭식장애 전문 상담사는 ‘SNS 통해 확산되는 프로아나’라는 이름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김윤아 섭식장애 상담사는 “저 역시 청소년기에 섭식장애를 겪었다. 이후 섭식장애 상담사가 되면서 느낀 것은 식이장애는 정신 장애 가운데 사회적 영향을 정말 많이 받는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7일 김철민, 한준호 국회의원과 굿네이버스가 공동주최한 ‘미디어 아동권리 옹호 토론회’ 유튜브 갈무리.
▲7일 김철민, 한준호 국회의원과 굿네이버스가 공동주최한 ‘미디어 아동권리 옹호 토론회’ 유튜브 갈무리.

키빼몸, 씹뱉, 먹토, 무쫄…“‘필터버블’ 속 문제 인식 못해”

김윤아 상담사는 트위터에 프로아나와 관련한 게시물들을 소개했다.

“트친 여러분 키빼몸 25가 될 때까지 같이 조여봐요!”
“씹뱉, 먹토, 무쫄 중 뭐가 제일 효과가 있을까요? 참고로 개말라, 뼈말라가 되고 싶은 06년생입니다.”

트위터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말들이다. ‘키빼몸’이란 키에서 몸무게를 뺀 숫자를 말한다. 예를 들어 키가 160cm이고 몸무게가 55kg이면 키빼몸은 5가 된다. 보통 프로아나들은 키빼몸 20을 ‘개말라’(매우 마른 사람)로, 25를 ‘뼈말라’(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한 사람)로 분류한다. 키가 160cm인 사람이 ‘뼈말라’가 되려면 몸무게가 35kg이어야 한다.

‘먹토’란 먹고 토하기, ‘씹뱉’이란 씹고 뱉기, ‘무쫄’이란 무식하게 쫄쫄굶기를 말한다. 이들은 살을 뺄 사람들을 모집하면서 설사약이나 이뇨제, 식욕억제제를 처방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SNS를 통해 확산되는 프로아나' 발표를 진행중인 김윤아 섭식장애 전문 상담사. 
▲'SNS를 통해 확산되는 프로아나' 발표를 진행중인 김윤아 섭식장애 전문 상담사. 

김윤아 상담사는 “미디어를 통해 왜곡된 미의식이 퍼지고, 아이돌 사진이나 다이어트 정보들이 소위 ‘다이어트 자극’ 사진 중심으로 공유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은 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인다”며 “왜곡된 미의식은 성인이 돼서도 신체 불만족이나 식이장애로 발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상담사는 “거식증은 정신 장애 가운데 사망률이 1위일 정도로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왜 미디어 발달은 이런 현상을 가속화할까. 김 상담사는 “미디어 발달로 아이돌뿐 아니라 또래 친구들의 모습을 SNS로 실시간 확인하고, 필터나 보정된 사진들을 보며 다시 자신과 비교하게 된다”며 “또 다이어트 제품 광고를 하는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무분별한 정보들이 업데이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필터버블’로 인해 프로아나 커뮤니티 유저 등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하고만 소통하게 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에 둔감해진다는 것. 김 상담사는 “프로아나라는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이 그 안에서 무분별하게 정보를 공유하며 소속감을 느끼게 되고,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어떠한 규제, 그리고 교육이 필요할까. 김 상담사는 “영국에서는 프로아나 해시태그를 규제하자는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제품 홍보나 보정된 사실은 현실과 다를 수 있음을 명시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포토샵을 하거나 보정한 게시물에는 보정 여부를 표기하는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며 “섭식장애는 치료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명시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디어 아동권리 옹호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신지민 한겨레21 기자. 
▲‘미디어 아동권리 옹호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신지민 한겨레21 기자. 

토론자로 나선 신지민 한겨레21 기자는 프로아나를 취재한 경험이 있다. 신 기자는 “청소년들이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원하는 이유를 인식해야 한다”며 “살을 빼면 예쁘다고 칭찬을 받거나 마른 몸을 하나의 성취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신 기자는 ‘유퀴즈 온 더 블록’에 나온 모델 최소라씨 사례를 들며 “미디어는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노출했고, 그런 방식이 좋지 못하다고 설명해도 오히려 (수용자들은) ‘세계 최고가 되려면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라는 식의 영웅 서사로 소비했다”며 “미디어가 다양한 미의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청소년이 극단적 다이어트에 빠지는 사회적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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