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직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등으로 쪼개진 미디어 역무를 재조정해 방송혁신기구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방송영상산업을 총괄하는 기구 없이 미디어 환경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8일 한국미디어정책학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승래·한준호, 국민의힘 김영식·황보승희)들 공동 주최로 ‘미래 방송 발전을 위한 방송혁신기구 설립·운용 방안’ 토론회가 진행됐다.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진행된 토론회는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교수는 “미디어 기구가 분할돼 발생하는 여러 정책적 비효율성 문제가 많이 지적됐다. 미디어 기능을 통합하자는 논의엔 대부분 동의하는 거 같다”며 “현 대통령 후보자들에게 미디어 정책에 대한 질의를 보냈는데 유력 후보자들은 미디어 정책기능 통합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어느 정치세력이 집권을 하건 미디어정책기구 통합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홍 교수는 이날 통합된 방송영상혁신 기구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도 “지금의 통합 논의는 굉장히 신기술(ICT) 집착적”이라며 방향성 조정을 주장했다. 그는 “ICT 핵심 사업자인 포털 중심의 산업 육성 관점으로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통합 정책 목표로 ‘ICT 발전을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며 “콘텐츠 얘기는 포털 사업자 글로벌 진출, 통신기반 신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얻기 위한 ‘끼워팔기’ ‘들러리’ 정도로 취급하는 건 아닐까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8일 한국미디어정책학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승래·한준호, 국민의힘 김영식·황보승희)들 공동 주최로 ‘미래 방송 발전을 위한 방송혁신기구 설립·운용 방안’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한국미디어정책학회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8일 한국미디어정책학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승래·한준호, 국민의힘 김영식·황보승희)들 공동 주최로 ‘미래 방송 발전을 위한 방송혁신기구 설립·운용 방안’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한국미디어정책학회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그간 방송영상진흥 정책의 실패가 주류로 떠오른 사업자와 이해관계자들에 휘둘린 데서 기인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예컨대 유료방송이 성장하자 DCS(인터넷망 위성방송), 8VSB(디지털 지상파 전송) 등을 도입하고, 이에 반발하는 지상파 방송사를 위해 UHD(초고화질 실감방송), MMS(지상파 다채널 방송) 도입 등을 추진한 식이다.

홍 교수는 중장기적 비전 없는 대응으로 방송영상 진흥 정책 또한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공영방송의 가치 발굴이나, 지역 방송의 시장 영향력 잠식 등엔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직접적 지원이 필요한 영역은 초과 수익을 내는 사업자에게 떠넘겼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홍 교수는 “애니메이션, 외주제작 편성 규제 같은 책임을 지상파 방송사에게 부과함으로써 진흥 정책을 달성하려 했다”며 “이제는 지상파가 초과수익을 발생시키는 사업자가 아니게 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려면 자체적인 연구와 지원, 혁신을 관할하는 통합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홍 교수 결론이다. 그는 “영국 오프콤(ofcom)은 방송영상분야 진흥정책 과제로 다원주의, 다양성을 명시한다”며 “장애인에 대한 보편적 접근, 기타 공공서비스에 대한 여러 분야를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연구해서 정책 의제로 제시하고 있다”고 국내와의 차이점을 짚었다. 공공 의제를 발굴하고 방송영상 분야 비전을 제시하면서 지원 역할도 종합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영화·방송 지원사업과 더불어 법안 연구 및 상정에 관여하는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CNC) 사례도 언급됐다. 홍 교수는 이처럼 “법안을 만들어내고 정책의제를 발굴하는 곳에서 진흥해야 한다”고 말했다.

 

▲8일 한국미디어정책학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승래·한준호, 국민의힘 김영식·황보승희)들 공동 주최로 ‘미래 방송 발전을 위한 방송혁신기구 설립·운용 방안’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은 발제를 맡은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 사진=한국미디어정책학회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8일 한국미디어정책학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승래·한준호, 국민의힘 김영식·황보승희)들 공동 주최로 ‘미래 방송 발전을 위한 방송혁신기구 설립·운용 방안’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은 발제를 맡은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 사진=한국미디어정책학회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차기 정부가 미디어기구 관련 과제를 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 교수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고 2~3개월간 방송개혁위원회에서 각 이해관계 집단이 협의해 현재의 방송법이 만들어졌다. 이전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5월10일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새로운 방송법 등을) 법제화하고, 6개월 후부터 시행해야만 달성이 되고 실현 가능한 방안이 된다”며 “부처 몇개 정리하는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어떤 정당이 정권을 잡든 이런 프로세스를 사전에 조율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방송협회 회장으로서 참석한 박성제 MBC 사장은 “(지상파 방송사에) 지원은 없고 규제만 없다. 그런데 수행해야 할 공적 책무는 너무 버겁다”면서, 차기 정부에서 출범한 통합기구에서 방송영상 진흥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사장은 “최근 홍수처럼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가 밀려들어온다. 넷플릭스, 디즈니, 구글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월드컵 국가대표 팀의 손발을 묶어놓고 독일, 브라질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방송 중심 정책연구과 기술개발, 고품격·공익 콘텐츠, 지역방송 라디오 등에 대한 적극적 진흥과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 이를 통해 저희(지상파 방송사)가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안정적으로 공급할 기반을 마련하고, 보편 서비스 역할을 자부심을 갖고 충실하게 수행하고, K콘텐츠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성공적으로 앞장서서 국부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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