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MBC가 또 보도국 작가 3명에 ‘해고’를 통보했다. 고용노동부가 MBC 작가 노동자성에 근로감독을 실시하는 와중에 이같이 결정했다. 노동부는 이들 작가가 일한 프로그램을 ‘노동자성 인정 여지가 높다’고 분류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와 MBC 취재를 종합하면, 전아무개 MBC 보도국 주간뉴스팀장은 지난달 30일 낮뉴스 프로그램 ‘뉴스외전’ 작가 전원에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전 팀장은 이들 작가 3명을 한 명씩 차례로 불러 “계약이 올해 12월31일까지인데 재계약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작가는 MBC와 1년짜리 ‘프리랜서’ 계약을 갱신하며 일해왔다. 작가 A씨의 경우 2019년 4월부터 MBC ‘뉴스데스크’를 거쳐 지난해 말부터 뉴스외전에서 일했다. 매일 출근해 5일 방송분 중 3일은 ‘포커스’ 인터뷰, 2일은 경제 코너를 맡아 아이템 발제와 섭외, 대본 작성, 밑그림과 CG 의뢰, 생방송 자막 등을 전담했다.

▲MBC 뉴스외전 프로그램 소개화면 갈무리
▲MBC 뉴스외전 프로그램 소개화면 갈무리

작가 A씨가 ‘자르는 이유’를 묻자 전 팀장은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며 “사실 내년에 올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결방 요인이 많다. 처음에 왔을 때 (작가가) 결방이 많아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이에 A씨가 “결방 때문에 우릴 위해서 일자리를 그만두라는 얘기를 한다는 건가. 옳지 못하다”고 반박하자 전 팀장은 “다른 기회를 찾는 게 낫지 않느냐”고 했다.

한편 MBC 측은 노동부가 해당 프로그램을 ‘노동자성 인정 여지가 높다’고 판단한 사실을 전달 받고도 이들 작가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청원으로 MBC를 비롯한 지상파 3사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MBC 관계자는 “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뉴스외전이 MBC에서 근로자성 인정 위험이 있는 프로그램 또는 코너에 포함이 돼 있다”며 “다시 판단해달라고 노동부에 이의 제기한 상태”라고 했다. 해당 작가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일 가능성을 인정하고도 ‘프리랜서 계약형태를 활용한 해고’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전아무개 MBC 주간뉴스팀장은 통화에서 “‘해고’도, ‘계약 해지’도 아닌 ‘계약 종료’”라며 “도의적 차원에서 작가들에게 알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 팀장은 “근로감독에 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전 팀장은 앞서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인정을 받은 MBC 뉴스투데이 작가 2명에게 해고(계약해지)를 통보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MBC는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 중이다.

▲사진=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사진=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MBC도 ‘기간 만료에 따른 계약 종료’라는 입장이다. MBC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간 만료에 따른 계약 종료 사실을 알린 것으로, 서울지방노동청 서부지청에도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했다.

MBC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팀장 선에서 내린 조치에 회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계약 관련 책임에 선을 그었다. MBC는 이들 작가들의 퇴사를 전제로 7일 뉴스외전 담당 부서에 새 기자 1명을 발령한 상태다. 전 팀장이 통보 당시 ‘시스템 정비’를 사유로 든 점에 비출 때 계약종료에 MBC의 개입을 부인하기 어렵다.

근로감독 중 계약종료되는데…노동부 뒷짐


MBC 방송작가 근로감독을 진행 중인 노동부에도 책임론이 제기된다. 방송사가 근로감독 와중 해당 작가에 계약을 종료한 데에 노동부가 근로감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들의 고용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

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울 서부지청이 계약해지를 왜 하게 됐는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면서도 “당사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해 부당해고를 다툴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근로자성이 인정될 경우) 시스템 정비를 이유로 해고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노동부는 강제성 없는 지도만 할 수 있다”고 했다.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는 “지부는 근로감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작가들에게 통보한 계약종료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으나 MBC는 이를 묵살하고 있다”며 “근로감독 결과가 나오기 전에 부랴부랴 작가 전원에 계약종료를 통보한 진짜 이유가 뭔가”라고 물었다. 노동부를 향해선 “본인의 근로감독 결과도 모른 채 회사를 떠나야할지 모르는 작가들에게 ‘방법이 없다’,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하라’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방송작가지부는 “안하무인 MBC와 무책임한 노동부로 인해 당사자들은 하루하루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방송작가들의 근로자성을 확인하고, 정당한 계약관계를 맺기 위한 근로감독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서야 되겠는가”라며 “MBC와 고용노동부가 슬기로운 해법을 찾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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