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제가 출신이 비천하다” “저를 탓하지 말라” 발언이 논란이다. 화전민 출신인 부모와 환경미화원이라는 직업, 가정환경을 ‘비천하다’, ‘진흙’이라 했고, 자신을 ‘진흙 속의 꽃’이라 표현했다.

가난하고 고된 노동 속에서 죽을 힘을 다해 사는 사람들에 대한 비하와 모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 4일 전북 지역 방문시 군산 공설시장 앞에서 한 연설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그는 자신의 가족에 대한 말이 많으니 가족 얘기를 하겠다면서 부모와 가족들의 직업을 나열했다. 이 후보는 “저의 어머니 아버지는 화전민 출신에 성남에 와서 아버지는 시장 청소부했고, 어머니는 화장실 지키면서 대변 20원 소변 10원 받고 휴지 팔고 살았다”며 “저희 큰 형님 탄광 광부하다가 탄광이 문을 닫아 건설노동자하다가 추락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잘랐고, 우리 누님 요양보호사다. 정신질환으로 고생하던 형님은 돌아가셨다”고 소개했다. 여동생은 야쿠르트 배달하고 미싱사하다가 화장실에서 죽었고, 남동생은 지금 환경미화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과 형님 한 명이 제일 출세했다며 “제 집안이 이렇다. 누가 흉보더군요. 집안이 엉망이라고”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자신은 열심히 살았고, 최선을 다해 주어진 일의 최대치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출신이 비천하다. 비천한 집안이라서 주변에 뒤지면 더러운게 많이 나온다. 제가 태어난 걸 어떻게 하겠느냐. 그러나 진흙 속에서도 꽃은 피지 않습니까”라며 “제 잘못이 아니니까, 제 출신이 비천함은 저의 잘못이 아니니까 저를 탓하지 말아주십시오. 저는 그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가짜뉴스에 속아서 자신의 발등찍는 이 애절한 국민들을 설득해서 진실을 전달하고 그 속에서 바른 길을 찾아서 앞으로 반발짝 씩이라도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자신이 가난과 어려운 가정형편을 딛고 여기까지 왔다는 정도를 넘어 자신의 부모와 가정환경을 ‘비천하다’ ‘더럽다’ ‘진흙’ 등으로 평가했다는 데 있다. ‘비천하다’란 지위나 신분이 낮고 천하다는 뜻이다. 1960~1970년대 가난한 집안에서 어렵게 산 사람들이 부유한 사람보다 훨씬 더 많았다. 그렇다고 그런 가정환경을 비천하다고까지 비관하지는 않는다. 또한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의 출신을 비천하다고 공격하거나 해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일도 없다. 비판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4일 전북 군산 공설시장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노컷브이 영상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4일 전북 군산 공설시장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노컷브이 영상 갈무리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지난 5일 전국위원회에서 이 후보를 두고 “가난한 소년공 출신, 비천한 신분 출신 운운하며 감성팔이를 하지만, 정작 속내는 자신의 허물을 감추려는 것”이라며 “가난과 고된 노동으로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정직하게 살아가는 시민들에 대한 비하와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여 대표는 “부자 감세로 눈은 부자들과 맞추면서 서민들과 영혼 없는 악수를 하고 다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자신도 가난하게 자랐다고 강조했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출생의 귀천으로 사람이 가려지는 세상이라면 그건 조선시대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은 8일자 ‘가난은 비천한 게 아니다’라는 칼럼에서 “그런 뜻은 아니었겠지만 그가 언급한 직업을 가진 당사자와 주위 사람들에게 오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 같은 비판이 이어지자 가난한 서민을 비천하다고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가난하다고 비천한 것이냐 그런 비판도 있다’는 권순표 진행자의 지적에 “저의 주변 문제나 저의 출신 문제를 공격하는 게 많다”며 “그러나 사람들의 삶이란 다양한 것이고, 가난하고 어렵게 산 인생이라고 해서 존중받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것이고, 어느 쪽은 옳고 어느 쪽은 틀리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저처럼 험한 상황에서 태어나서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도 있다”며 “진흙이라고 해서 폄훼하지 말고 진흙 속에도 꽃은 핀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비천하다고 해서 모두가 그런 험한 말을 하는 건 아니다’라는 야당 지적에 대한 견해를 묻자 “저희 가족들이 대개 매우 험한 환경에 살았는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출신 자체에 혐오를 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며 “그런 점을 지적한 것이지 가난한 서민의 삶을 비천하다고 표현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옛날식 감성팔이 아니냐는 비판에 이 후보는 “오히려 반대라고 봐야겠죠”라며 “과거 험악했던, 어려웠던 삶 자체를 비난하는 요인이 되니까 그 점을 제가 나름 설명한 것이고, 오히려 그 지적자체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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