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름하고 사명까지…. 구성원들한테 해명이 됐든 변명이 됐든 뭐라도 얘기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해명 무새야(해명하는 앵무새)”, “종무식 때 해주길” 등.

최근 ‘홍선근’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회장 실명이 언론 보도에 등장하자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앱 머니투데이 라운지에 회장을 향해 ‘해명하라’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26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홍선근 회장을 소환 조사하자 대부분 언론이 ‘언론인 홍모씨’가 아닌 ‘홍선근’ 실명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머니투데이 구성원들의 회장을 향한 해명 요구는 실명 거론 전보다 앞선 지난 10월6일 박영수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50억 약속 그룹’ 6명 명단에 홍모씨가 있다고 밝힌 후부터 계속됐다. 

▲홍선근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회장. ⓒ노컷뉴스
▲홍선근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회장. ⓒ노컷뉴스

‘홍모씨’가 거론되자마자, 머니투데이 측은 이날 오전 곧바로 “전혀 사실무근이다. 사실과 다른 내용 보도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무근’이라는 회사의 해명에도 블라인드 앱 머니투데이 라운지에는 “홍모씨?ㅋㅋ”, “이 정도면 오너리스크라고 봐야 벌써 몇 번째야”, “계속 대표, 국장 통해서 한 줄짜리 답변만 전하지 말고 적어도 구성원한테는 제대로 입장을 표명하고 해명을 해라” 등의 글이 올라왔다.

현직 기자 신분으로 화천대유 지분 100%를 보유해 2019년부터 577억원을 배당받은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 관련 기사가 지난 9월부터 보도된 후, 머니투데이 기자들은 윗선에서 부장들을 통해 전해지는 한 줄짜리 해명이 아닌 회사의 명확한 해명과 입장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해명대신 사측에 대한 비판 글이 블라인드에 게시되면 ‘신고’되어 삭제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29일 언론은 홍선근 회장이 2019년 무렵부터 총 3회에 걸쳐 김만배 전 부국장에게 50억원 넘는 돈을 빌렸다 갚았다고 보도했다. 홍씨는 한 번에 10억원, 많게는 30억대의 돈을 빌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만배씨 측은 “차용증을 쓰고 빌려준 뒤 상환받았다”고 언론에 해명했다.

이 같은 내용의 보도 링크가 블라인드 앱 머니투데이 라운지에 올라오자, “안 받았다며? 관계없다며?”, “꺼억”, “이제 회사, 기협이 나서야 하지 않나”, “끝난 거네”, “와. 박종면은 근데 기자들 불러서 아무 관련 없다고 한 거야? 기자들 상대로 거짓말한 거네?”, “골 때리네 진짜”, “박종면, 홍선근은 해명하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해당 게시글과 댓글은 누군가의 ‘신고’로 삭제됐다.

이에 “여기서도 입막음하는 거야?”, “지겹다 그 수법”, “왜 기사 지워짐?”, “왜 글 지웠냐”, “신고 너무 웃기네” 등의 글이 새로 쓰였다. 신고당해 삭제된 건 게시글들과 댓글뿐만이 아니었다. ‘10000배’, ‘김억배’, ‘김조배’ 등의 닉네임도 신고당했다.

이후에도 “뭔 말이라도 해달라. 공식 입장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는 거 말고. 압수수색 들어오는 거 막을 생각 말고 내부 구성원한테 투명한 소통 좀 해달라. 진짜 밖에서 회사 이름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부탁드린다. 회장, 임원분들, 대표, 국장”, “지친다. 내부에선 썩어가고 있는데 위에선 귀 닫고 눈감고. 평기자들은 뭘 해보려는 노력조차 못 하고. 이게 망한 조직 아니면 뭐냐. 혁신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뒷걸음질 치진 말아야지. 퇴사밖에 답이 없는 조직에 내가 구성원으로 있다는 생각에 매일 한숨밖에 안 나온다”, “적어도 대표는 관리 책임이라도 지고 물러나야 하는 거 아니냐” 등의 게시글이 새로 쓰였는데, 게시글에 달린 댓글들은 또 신고돼 ‘숨김처리’됐다.

그러자 “블라인드에 하소연도 못 하나. 이런 거 관리해서 민심이 잡히냐”라며 회사를 향한 비판 글도 올라왔다. 머니투데이에는 노동조합이 없어 이 같은 의견을 규합해 사측에 전달할 창구도 마땅치 않다. 

‘구성원들이 홍선근 회장의 해명을 원하는 걸 아는지’ 묻자, 머니투데이 사측 관계자는 7일 미디어오늘에 “홍 회장 개인 차원에서 일어난 일이라 회사 차원에서 입장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머니투데이 CI.
▲머니투데이 CI.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되자 머니투데이 내부에서는 한국기자협회 머니투데이지회장을 중심으로 6명으로 구성된 ‘혁신·변화추진팀’이 만들어졌다. 혁신·변화추진팀은 지난달 15일부터 26일까지 2주간 편집국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회사의 새 비전을 마련하고 조직문화와 소통 방식, 업무환경 및 시스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실행 가능한 결과물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변화와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쇄신 건의안을 경영진에게 전달하고 단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로 나눠 즉시 실행·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은 구성원들에게 △의사결정·소통 방식을 포함해 조직문화를 어떻게 바꿔 나갈지 △‘강소조직’으로 성장을 이룬 회사가 규모가 커지면서 기존 조직과 시스템에 한계가 왔다는 지적 등이 있는데 업무환경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인재개발 및 인사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편집국 인사평가와 성과보상 체계가 적절한지 △머니투데이가 어떤 언론사로 성장해야 하는지 등을 물었다. 내부 의견 수렴 결과는 구성원과 사측에 아직 전달되지 않았다.

한편 지난 9월17일 배성준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과 그의 가족이 화천대유의 자회사들인 천화동인 7곳 중 7호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보도되고 배 전 팀장이 퇴사한 뒤 회사가 법조팀장 인사에 애를 먹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머니투데이 기자들은 “이 시점에 법조팀장으로 가면 무슨 일을 하겠나. 홍선근 회장 관련된 수사 소식 등을 알아보고 보고하고, 뒤치다꺼리해야 할 텐데 누가 가고 싶어하겠냐”고 꼬집었다.

[관련 기사 : 화천대유 사건, 머니투데이 기자들은 왜 목소리를 내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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