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손석희의 불륜설을 주장했던 구독자 28만명 ‘팩맨TV’ 유튜버 구자웅씨에 대해 지난 1일 대법원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등에 따른 징역 6개월 실형 원심을 확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구씨가 “피해자들에 대한 의혹이 허위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도 이 사건 영상을 제작했으며 비방 목적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구씨는 “이 상황에서 가장 슬픈 사람은 누구일까요? 저는 안○○의 엄마라고 봐요”라는 식의 발언을 하고 “안○○ 파이팅”이라는 발언으로 영상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 역시 △피해 회복이 쉽지 않은 점 △구씨가 공판 과정에서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고소 취하를 요구하며 모욕적 발언을 했던 점을 언급하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손석희를 비방해 감옥에 가야 했던 사람은 또 있다. 손석희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에게 2020년 7월 법원이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자 사실관계 확인 없이 언론에 각종 내용을 제보해 피해자에게 큰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김씨는 ‘뺑소니’ ‘동승자’ 등 허위정보의 시발점이었다. 

2018년 12월에는 변희재씨가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변씨가 ‘손석희의 저주’란 책에서 총 140여 군데에 걸쳐 태블릿 조작설 관련 허위사실을 적시했으며 집필 의도가 온전히 손석희 등 JTBC 기자들을 향한 비방과 흠집 내기에 있음이 명확하다고 주장했고, 1심 재판부는 이를 대부분 인용했다. 책에는 ‘손석희에게 도벽이 있다’는 식의 대목도 있었다. 

▲손석희 전 JTBC '뉴스룸' 앵커. ⓒJTBC
▲손석희 전 JTBC '뉴스룸' 앵커. ⓒJTBC

손석희는 2019년 2월22일 한 행사 자리에서 “가짜뉴스의 전성시대다. 집요하고 조직적이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답이 있으면 좀 알려 달라. 방법이 없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무렵 손석희는 김웅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며 관음증을 한껏 끌어올리던 기성 언론과, 그 언론을 인용하며 지저분한 이야기를 지껄이고 슈퍼챗을 받던 유튜버들로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었다. 
 
자신과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괴롭혔던 수많은 허위정보 유포자들 가운데 극히 일부만 감옥에 보냈을 뿐, 손석희는 허위정보에 따른 피해를 회복 할 수 없었다.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인조차 허위정보와 왜곡 보도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며, 무엇보다 비극이다. 손석희가 최근 펴낸 저널리즘 에세이 ‘장면들’에는 없지만, 우리가 어느 언론인을 떠올리며 기억해야 할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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