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관련 기사를 데스킹하고 보도해왔던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현직 산업부 기자들이 각각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직했다. 이 기자들의 LG그룹 기업행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언론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의 선택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장아무개 중앙일보 산업1팀장은 최근 LG전자 상무로 이직했다. 이직하기 직전까지 산업부장 자리를 맡았다. 서아무개 동아일보 산업부 팀장도 LG에너지솔루션 부장급 홍보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1월18일 기자들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2021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하는 상황. 사진=청와대.
▲지난 1월18일 기자들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2021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하는 상황. 사진=청와대.

언론사 산업부 기자들은 삼성, SK, LG, 현대 등 4대 그룹을 포함해 여러 산업계 인사들을 만나며 각종 정보를 취재한다. 기업에서는 산업부 기자들을 홍보 담당 직원으로 영입하면 업계 정보와 산업부 기자들의 언론계 인맥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직한 이유’, ‘현직 산업부장이 LG그룹으로 직행한 이유’ 등을 묻자, 장아무개 전 중앙일보 산업1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노코멘트하겠다”고만 말했다. ‘산업부에서 LG에너지솔루션 관련 기사도 써왔는데 기업으로 직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서아무개 전 동아일보 산업부 팀장도 문자로 “드릴 말씀이 없을 것 같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산업부에서 기업 직행은 아니지만, 산업부에서 사회부로 옮긴 지 두 달 만에 CJ제일제당 부장급 홍보 담당자로 자리를 옮긴 사례도 있다. 김아무개 전 서울경제 사회부 기자는 ‘이직한 이유’에 대해 통화로 “산업부에서 나온 후 이직했다.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언론계에서 다른 업계로 이직하는 사례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현직 산업부 소속 간부급들이 기업으로 직행하는 것을 두고 과거에 비해 언론계에서는 큰 비판이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산업부 간부를 맡았던 종합일간지 소속 A기자는 “기자라는 직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니 이런 선택을 쉽게 하고, 언론사 내부에서도 별다른 비판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 뒤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참담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해 상충의 문제가 있다. 직전까지 그들이 써온 기사의 신뢰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고 그들이 속한 매체 역시 같은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종합편성채널의 B기자는 “(산업부 기자에서 기업 홍보 직행이) 문제는 있다”면서도 “요즘 이런 케이스가 한둘이 아니라서 사실 유별난 일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법조계 전관예우랑 같은 개념 아니겠냐. 언론계에서 이직은 이제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종합편성채널의 C기자도 “언론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고 전망도 좋지 않다. 기레기라고 욕만 먹는다. 이제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기자들이) 어디라도 가서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중앙일보의 D기자는 “산업 취재를 오래 했고 그 경험을 활용해 기업에서 그만한 가치를 대우해주겠다고 하면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뒤 “중앙일보가 유일한 자산인 기자 인적 자원을 너무 하찮게 생각하고 제대로 대우하지 않으니, 이직에 성공한 선배에 대해 아쉽고 서운하기보단 잘 됐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몇 명 더 이런 케이스가 나오면 앞으로 이런 이직 러시 분위기가 팽배해질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개인마다 이직하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복합적인 원인이 있을 거다. 언론산업이 전망이 밝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서 앞으로 이직 사례가 더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이직하는 사례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이다 이런 현상이 더 만연해지면 언론계가 앞으로 더 어두워지는 것이다.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지점에 대해서는 남은 사람들이라도 명확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연우 세명대 홍보광고학과 교수도 “개인에게 직업 수행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가 있긴 하다. 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선택할 수 있다”면서도 “기자라는 직업을 통해 취재원을 만날 수도 있고 정보 접근도 가능했다. 개인의 힘으로 얻어진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부여한 권한을 통해 얻은 걸 가지고 사적 지위의 발판으로 삼는 건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개인 직업 선택의 자유와 하던 업무를 가지고 사적 이익과 연결하는 우려 사이 어느 곳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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