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동 전 TV조선 사회부장이 윤석열 검사 지시에 따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보도했다고 허위 사실을 주장한 언론인 출신 유튜버 등에게 3000만 원 손해배상 판결이 선고됐다. 이 전 부장은 2016년 국정농단 보도 포문을 연 언론인이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 강화석 판사는 이진동 기자가 월간조선 출신 유튜버 우종창씨와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한국경제신문 출신 정규재 전 펜앤드마이크 주필을 상대로 제기한 2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강 판사는 “피고(우종창)가 적시한 허위 사실, 즉 원고(이진동)가 윤석열 조언과 지시에 따라 국정농단 사건을 왜곡 보도했다는 사실로 말미암아 언론인으로서의 원고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은 경험칙상 분명하다”며 “피고의 이 사건 발언 등은 원고 명예를 훼손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 윤석열 전 검사(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진동 전 TV조선 사회부장(뉴스버스 발행인). 사진=연합뉴스 미디어오늘
▲ 윤석열 전 검사(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진동 전 TV조선 사회부장(뉴스버스 발행인). 사진=연합뉴스 미디어오늘

우씨는 2018년 3월부터 반복적으로 자신의 유튜브 채널 ‘거짓과 진실’ 등을 통해 윤석열 검사(현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진동 전 TV조선 사회부장(현 뉴스버스 발행인), 김의겸 전 한겨레 기자(현 열린민주당 의원) 사이에 커넥션 의혹을 주장했다. TV조선과 한겨레는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주도한 언론사들이다.  

우씨 주장의 요지는 박·최 국정농단 취재기를 담은 이 기자 책 ‘이렇게 시작되었다 박근혜-최순실, 스캔들에서 게이트까지’에 남겨놓은 단서 등을 종합하면, 이 기자가 최순실 의상실 CCTV 영상을 입수한 후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현 조선일보 편집국장)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채 윤석열 검사에게 먼저 보여줬고, 최순실 미르재단 취재와 관련한 모든 것을 윤 검사와 상의했다는 것이다. 

또 윤 검사가 김의겸 기자에게 이진동 기자를 만나라고 했고 이후 이 기자가 김의겸 기자에게 취재 정보를 전달해 한겨레도 이 사건을 보도했다는 주장이다. 윤 검사가 수시로 이 기자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조언을 전했고 이 기자와 김 기자를 만나게 하는 등 정권교체 문제를 논의했다는 게 우씨 주장이다. 종합하면, 최순실 게이트 보도 배후에 윤석열 검사가 있었다는 것. 

우씨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 기자의 최순실 게이트 보도 당시 법적 조언을 전한 것으로 책에 언급된 ‘검찰 간부 A’가 윤석열이라고 단정했다. 하지만 강 판사는 “검찰 간부 A는 윤석열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피고(우종창)가 이 사건 방송 등에서 원고가 윤석열 주도와 지시로 국정농단 사건을 취재·보도하고 김의겸과도 연락했다며 적시한 사실은 모두 허위”라고 강조했다. 

이 기자는 이 재판에서 “취재원으로서 윤석열을 알기는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 보도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윤석열을 만난 사실이 없으며,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과 통화한 사실도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서면을 통해 “이진동이 기자라는 사실은 알지만 개인적 친분은 없다. 2016년 6월 무렵 이진동과 만나거나 전화로 연락하거나 이 사건 CCTV 영상(최순실 의상실 영상)에 관해 이진동에게 법적 조언한 사실이 없다. 김의겸을 만나거나 김의겸에게 국정농단 관련 사항을 알려준 사실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강 판사는 “원고(이진동)는 책에서 ‘첨언하자면 A는 국정농단 사건 수사팀이나 특검 수사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그런데 윤석열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특별검사 수사에 수사팀장으로 참여했으므로 책에 언급된 검찰 간부 A가 아님은 분명하다”고 했다. 

강 판사는 “이 사건 책에는 검찰 간부 A가 윤석열이 아니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는데도 피고(우종창)는 이를 배척하기에 현저히 부족한 여러 단편적 사정들만을 들면서 A가 윤석열이라고 단정적으로 적시했다”며 위법성을 인정했다. 

▲ 왼쪽부터 정규재 전 펜앤드마이크 주필, 월간조선 출신 유튜버 우종창씨,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사진=정규재TV, 우종창, 고성국TV 화면 갈무리
▲ 왼쪽부터 정규재 전 펜앤드마이크 주필, 월간조선 출신 유튜버 우종창씨,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사진=정규재TV, 우종창, 고성국TV 화면 갈무리

고성국씨나 정규재 전 주필은 ‘고성국TV’, ‘정규재TV’ 등 유튜브 방송에서 우씨의 명예훼손성 발언을 여과없이 전한 것이 문제가 됐다.

강 판사는 “피고 우종창은 직접 명예훼손 발언을 한 주체이고, 피고 고성국, 펜앤드마이크, 정규재는 방송을 한 주체로서 공동해 원고(이진동)에게 해당 명예훼손에 관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적시했다. 

고씨는 “고성국TV 방송에선 윤석열 행위와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대담이 이뤄졌으므로 원고(이진동)에 대한 사실 적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씨는 고성국TV에서 “윤석열이 이진동에게 최순실 CCTV 영상이나 미르재단 등의 성격에 관해 법적 조언을 하고 한겨레와 연합해 보도하라고 했다. 윤석열이 이진동, 김의겸과 짜고 허구의 프레임을 만들었다”고 발언했는데 강 판사는 “이 발언은 일반 시청자 관점에서 볼 때 원고(이진동)가 윤석열 지시를 받아 허위 왜곡보도를 했다는 것으로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내용이다. 따라서 이 발언은 윤석열에 대한 사실 적시일 뿐 아니라 원고에 대한 사실 적시에도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 전 주필도 우씨 인터뷰를 보도한 데 대해 “이진동에 관한 허위 사실을 적시한 바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강 판사는 “피고 정규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이라 함은 윤석열과 김의겸과 이진동이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만들어 낸 사건’, ‘(이들이) 짜고 친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피고 우종창 주장에 동조하는 태도를 취했다”고 반박했다. 

강 판사는 우씨가 이 기자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3000만 원 가운데 600만 원은 우씨와 고씨가 공동으로 지급하고, 300만 원은 정 전 주필과 펜앤드마이크, 우씨가 공동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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