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관련 보도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건 해묵은 지적이다. 물론 지난 대선국면 이후 ‘한경오(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 등 소위 ‘진보성향’ 매체들이 민주당과 문재인 당시 후보를 적극 돕지 않는다며 지지층에게 거센 비난을 받았고, 조선일보는 촛불집회 정국에서 박근혜씨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나타내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비판 정서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매체 성격상 한겨레의 더불어민주당 비판과 조선일보의 국민의힘 비판은 더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진다. 

조선일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반복하는 비판은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구성 문제다. 정확하게는 윤 후보의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정치신인임에도 보이는 구시대적 인식이다. 

조선일보 지난달 18일자 김창균 논설주간의 칼럼 “尹 뒤에 ‘닥치고 일렬종대’ 野, 찜찜하고 불길하다”를 보면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손바닥 王(왕)’자 논란, ‘개 사과’, ‘전두환 정치잘했다’ 발언, 토론 수준 등에 대한 비판과 함께 캠프 내 분위기를 전했다. 조선일보는 “경선 기간 캠프에서 윤 후보를 부르는 명칭도 ‘총장님’이었고, 3·4선 의원들도 윤 후보에게 껄끄러운 주제 꺼내기를 주저한다고 한다”며 “윤석열 사령관의 지휘 구령과, 국민의힘 부대의 복창 소리는 더욱 우렁차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논설주간의 예측은 맞았다. 

지난달 24일 최승현 논설위원의 칼럼 “정권교체, 새 인물 찾기부터”를 보면 “경선 과정에서도 윤 후보 캠프는 능력보다 후보 주변의 개인적 인연 위주로 움직였다는 말이 나온다”며 “여전히 반문에 초점을 맞춘 과거심판형 메시지가 대부분인 윤 후보에 대해선 스스로 구상하는 국정 운영의 줄기와 가지를 읽기 쉽지 않다는 지적부터 나온다”고 했다. 

▲ 지난달 1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악수하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진=국민의힘 선대위
▲ 지난달 1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악수하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진=국민의힘 선대위

 

선대위 구성이 참신하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조선일보 지난달 25일자 사설 “尹 후보는 ‘72세 선대위’로 국민에게 무얼 보여주겠다는 건가”에서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 대해 “세 사람 모두 미래보다 과거 색채가 강한 인물”이라며 “‘내가 전권을 쥐어야 한다’는 싸움이 2주일 가까이 이어졌다. 어떤 커다란 능력이 있다고 그토록 오만한가”라고 지적했다. 이 사설에서도 “윤 후보는 국민에게 이렇다 할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후보 주변에는 여의도 정치인들만 들끓는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9일자 사설에서도 “선대위 내부 자리다툼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과학·경제·안보·사회 전문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국민들 눈살 삐푸려지는 선대위 싸움은 당장 정리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인적 쇄신과 정책 공약을 선보여야 한다”고 했다. 

다른 신문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나왔다. 관련해 동아일보는 30일자 사설 제목을 “‘웰빙병’ 또 도진 野, 윤석열 선대위 한심한 ‘문고리’ 공방”으로 짓고 “사실관계를 떠나 이런 분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 자체가 한심한 모습”이라며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 자질이나 역량보다 윤 후보 측근들의 호불호가 앞섰다면 ‘공정과 정의’를 앞세울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의 독단적 행태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건은 지난달 30일 이준석 대표의 잠적이다. 1일자 조선일보 사설 “당대표가 당무 거부, 후보는 리더십 의문, 野 뭐하는 건가”에선 기존 나왔던 윤 후보의 문제점과 이 대표의 이례적인 당무 거부 등에 대해 나열하며 “식상한 인물들을 선대위에 배치한 윤 후보가 정작 이 대표와는 감정 싸움만 한다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라며 “계속 이런 식이면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도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 1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톱기사
▲ 1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톱기사

 

오피니언면에 주로 머물던 비판논조는 최근 기사로도 넘어왔다. 조선일보 1일자 “인선갈등 한달째, 정책비전도 없어… ‘윤석열 리더십 어딨나’”를 보면 “한달간 지속된 선대위 인선 갈등, 윤 후보 측근을 둘러싼 ‘문고리 전횡’, 윤 후보 정책과 비전부재 등 리더십 문제가 누적돼 초유의 당 대표 당무 거부까지 이어졌다”며 “그동안 침묵했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선은 개인의 당선을 넘어 함께 행정부를 이끌 세력을 선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선대위 구성은 그 자체로 집권 이후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메시지다. 민주당 역시 선대위 구성에 대한 비판과 논란이 주요 의제였다. 

한겨레는 지난달 17일 “선대위 몸집만 크고 후보 불쑥 발언…여, 컨트롤타워 ‘비상’”이란 정치면 기사에서 “경선 후유증을 극복하려 각 캠프 인사들을 아우른 매머드급 ‘원팀 선대위’를 꾸렸지만, 몸집만 클 뿐 효과적인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지난 22일자 사설 “민주당 선대위 개편, ‘국민 삶’으로 들어가야”에선 “선거는 상대 후보와의 싸움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라며 “상대방 후보가 싫어 나를 찍도록 하는 건 결코 전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 뒤 “국민들이 후보에게 희망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한겨레는 지난달 18일자 “호남마저 미지근…박스권 갇힌 이재명, 출구가 안보인다”라는 정치면 기사에서 이 후보 개인 자질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다뤘다. 한겨레는 한 선대위 관계자가 “(이 후보가) 거칠고 불안한 후보라는 생각 때문에 경선에서 이 후보를 찍지 않았던 사람들이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것”이라고 한 발언을 전하며 “호남 여론이 선뜻 이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 지난달 18일 한겨레 정치면 톱기사
▲ 지난달 18일 한겨레 정치면 톱기사

 

또 다른 이유로는 이낙연 예비후보 지지자들이 마음을 열지 않은 것을 꼽았다. 한겨레는 “이재명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광주·전남 지역에서만 유일하게 이낙연 후보에게 패했다”며 “당내에서 이 후보가 더 적극적으로 호남 민심에 다가가야 할 필요가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이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 후보 선대위 관련 기사가 감소하는 분위기다. 

여야 공히 ‘선대위’ 구성에 대해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비호감 대선’도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한겨레 박찬수 대기자는 “‘증오의 정치’ 넘는 후보가 이긴다”는 칼럼에서 “비호감 대선, 불안한 선거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며 “그러나 갈등과 분열에 기댄 득표전은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고, 설령 승리하더라도 매울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2일 경향신문은 사설 “여야 선대위 새판 짜기, ‘비호감 대선’ 떨치는 계기 돼야”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며 “선대위 쇄신·출범을 계기로 최악의 ‘비호감 대선’을 주권자에게 희망을 주는 대선으로 바꾸는 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경향신문 김진우 정치부장의 “‘비호감 대선’을 부추기는 것들”이란 칼럼에선 “‘얘가 더 비호감’이라며 상대방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흠집내기에 혈안”이라며 “상대방에 대한 공격에만 기를 쓰고 달려들다보니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