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을 강하게 비판해온 이상이 제주대 교수에 당원 자격정지 8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려 파문이다.

민주적 의사표현과 찬반을 존중해야할 정당이 이견을 제시하는 당원에 재갈을 물리는 독재적 행태라는 반발이 나온다.

이상이 교수가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윤리심판원의 징계결과 통지내용을 보면, 민주당 제주도당은 이상이 당원에 “당원자격정지 8개월” 징계 처분을 결정했다. 민주당은 징계사유로 “당규제7호 윤리심판원규정 제14조(징계사유) 제1항 4호(허위사실유포로 당원을 모해하거나 허위사실 또는 기타 모욕적 언행으로 당원간의 단합을 해하는 경우) 위반”이라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구체적인 징계사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겸 이재명 후보 선대위 대변인은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윤리심판원 결정한 것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으로 안다”며 “제주도당 윤리심판원이 이러이러한 이유로 결정했다고 밝히지도 않고,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어 아마 공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본인(징계 당사자)은 얘기할 수 있겠으나 심판원에서 이런 사유로 얘기하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며 “처분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면 이의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떤 허위사실 유포와 인신공격을 했다는 것일까. 이 교수가 지난 16일자로 통보받은 ‘징계청원서’를 보면 비교적 자세히 나와 있다. 신청자는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윤리심판원에 보낸 징계청원서에서 이상이 교수를 두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더불어민주당 당원인 이재명 제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함과 동시에 모욕적인 언사로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썼다. 신청자는 “이 교수가 이 후보에 ‘기본소득 포퓰리스트가 이런’, ‘대장동 부동산 불로소득 게이트의 당사자’,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주류는 협소한 정략적 이기심에 매몰되어’, ‘이재명 후보의 ‘강압적 승리’가 확정되었습니다’, ‘해당행위를 하고 계신 분은 이재명 후보이고’ 등 허위와 모욕의 글을 게재하는 것은 명백한 해당 행위”라며 “해당 글들이 당원들에게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일으킬 수 있기에 그 경중이 더욱 클 것이라 사료 된다”고 주장했다.

신청자는 또 이 교수를 두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원팀 정신을 계승해야 할 민주당의 정당인임에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허위사실을 유포함은 물론 모욕적인 언사들과 ‘(가칭) 복지국가 시민포럼’ 회원모집 글까지 게시하는 등 이재명 예비후보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일으키도록 의도하는 행위를 주도하고 있다”며 징계를 청원했다.

특히 대장동 게이트 당사자 언급 부분은 이 교수가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대장동 부동산 불로소득 게이트의 당사자인 이 후보고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타파’하겠다며 ‘기본소득 국토보유세’를 강조한 것”이라고 쓴 대목에 나온 구절이다.

▲이상이 제주대 교수. 사진=이상이 페이스북
▲이상이 제주대 교수. 사진=이상이 페이스북

 

이에 이상이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이 586 적폐들에 의한 독재에까지 이르렀다며 격분했다. 이 교수는 30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이면 후보의 정책에 대해 당연히 논쟁하고 토론이 살아있어야 민주정당”이라며 “건강하게 토론하고, 논쟁하자는 주장의 입을 틀어막는 것이 할 일이냐”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반대 목소리와 논쟁적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퇴행적 정당이자 독재적 모습이며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와 (이를 지지하고 있는) 586 운동권 정치카르텔의 적폐가 누적돼 이젠 독재 단계에 들어섰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자신에게 문제삼은 부분은 대부분 이 후보의 기본소득을 반대하거나 비판한 대목으로 본다. 이 교수는 “기본소득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비판과 공개적 토론, 논쟁도 없이 숨겨놓으려 하는 것이 잘못돼 있다”며 “민주당 강령과 당헌에 추구하는 가치가 ‘보편적 복지국가’로 돼 있는데, ‘기본소득’은 이를 가로막는 방식이므로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토론해야 하는데 어떻게 징계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모해, 모욕적 언사를 했다는 민주당 처분 내용에 이 교수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재명 후보에 어떤 허위사실도 유포한 적이 없고, 모욕적 언사를 하지도 않았고, 이 후보의 명예를 실추시키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특히 ‘대장동 게이트의 당사자’라고 쓴 부분이 허위라는 징계청원서 내용에 이 교수는 “자기 입으로 이 후보가 성남시장 당시 ‘내가 설계했다’고 했다”며 “또한 내가 이 후보를 범죄자라고 단정한 것도 아니다. 수사결과 범죄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나 어떤 결과이든 대장동 게이트가 벌어진 것에 대한 책임의 당사자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정도 표현을 문제삼아 지식인의 입을 막겠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상이 제주대 교수가 어떤 신청자의 신청에 의해 중앙당 윤리심판원으로 지난 16일자로 받은 징계청원서. 사진=이상이 페이스북
▲이상이 제주대 교수가 어떤 신청자의 신청에 의해 중앙당 윤리심판원으로 지난 16일자로 받은 징계청원서. 사진=이상이 페이스북

 

이 교수가 받은 당원 정지 8개월은 성추문이나 폭행, 금품수수 등 범죄행위가 아닌 이견과 반대 목소리를 낸 당원에 대한 징계 수준으로는 높다는 평가다. 그는 왜 이같이 강한 징계가 나왔는지를 두고 “제명을 하면 부담이 너무 크고, 경고를 하고 끝내기엔 당내 이재명 카르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질까봐 아예 대선 이후에도 한 동안 당 활동을 차단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다해도 비판 목소리에 이렇게 재갈 물리는 것이 민주주의 본산이라는 민주 요람 민주당에서 이게 할 일이냐”고 역설했다.

재심청구와 같은 처분에 대한 불복절차에 들어갈지를 묻자 이 교수는 “생각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 교수 중징계에 대해 제주도당에서 자체적으로 한 것이라고만 할 뿐 별도의 공식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고용진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30일 저녁 SNS메신저 답변에서 “이번 징계는 제주도당 윤리심판원에서 절차에 따라 심판을 한 것으로 안다”며 “당원에 대한 징계청원이 들어오면 해당 시도당 또는 중앙당 윤리심판원은 각하 여부를 결정하고 회부된 사안에 대한 심판은 독립적으로 하게 되어 있다. 이 과정에 중앙당이나 시도당은 관여해서는 안되고 관여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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