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지옥’이 연이어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대박 콘텐츠’가 나올수록 넷플릭스 가격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큰 폭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넷플릭스의 결정은 연이은 대박 콘텐츠를 통해 타 OTT와 대비되는 확실한 차별점을 갖췄다는 자신감의 표출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지난 18일 프리미엄 서비스 가격을 월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인상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이래 5년 만에 이뤄진 첫 구독료 인상이었다. 베이식 서비스의 경우 월 9500원을 유지했지만 해상도가 480p에 그친다. 모바일 외 TV로도 넷플릭스를 보는 시청자들은 프리미엄 서비스(4K+HDR)를 기준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넷플릭스 가격 인상은 스탠다드 기준 12.5%(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인상), 프리미엄 기준 17.2%를 올린 것으로 꽤 큰 폭이었다. 이번 가격 인상에 ‘기습 인상’이라는 보도도 많았는데 이는 지금 시점에 넷플릭스가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언론들의 '넷플릭스 가격 기습 인상' 보도 제목들. 
▲지난 19일 언론들의 '넷플릭스 가격 기습 인상' 보도 제목들. 

올 11월 한국에 디즈니+(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가 런칭하는 등 새 OTT들이 등장했다. 워너브라더스의 OTT서비스 HBO 맥스도 한국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 넷플릭스 외 다양한 OTT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디즈니+나 애플TV+의 경우 넷플릭스가 가격을 인상하기 전 가격보다도 저렴하다. 디즈니+는 월 9900원이며 애플TV+는 월 6500원에 출시했다. 치열해지는 거대 OTT 경쟁으로 넷플릭스 가격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넷플릭스 “선택지 많은 요즘, 기대 넘는 경험 선사”

도리어 넷플릭스는 큰 폭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첫 구독료 인상이었다. 넷플릭스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8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엔터테인먼트 선택지가 있는 요즘, 넷플릭스는 회원들의 기대를 넘어서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운을 띄웠다.

넷플릭스 측은 “작품 카탈로그의 양적, 질적 수준을 올리고 ‘오징어 게임’, ‘지옥’과 같이 뛰어난 한국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투자할 수 있도록 2016년 한국 서비스 시작 이후 처음으로 스탠다드와 프리미엄 플랜의 구독료를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베이식 플랜은 기존과 변함없는 요금으로 이용하실 수 있다”며 “넷플릭스는 회원분들이 최상의 엔터테인먼트 경험과 구독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넷플릭스의 인상된 가격표. 
▲넷플릭스의 인상된 가격표. 

넷플릭스가 국내 망 사용료 분쟁 등을 겪고 있는 시기라 이를 의식해 가격을 인상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망 사용료 분쟁보다 ‘대박 콘텐츠’를 연속으로 만들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했다는 분석이다.  

한정훈 JTBC 미디어전문기자는 30일 미디어오늘에 “구독료 외 특별한 수익 모델이 없는 넷플릭스의 경우 구독자가 어느 정도 모이면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계속해서 월 이용료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며 “인상 시기에 대해선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부에선 현재 구독자 추이, 가격 인상을 했을 때의 이탈율 등에 대한 정보를 갖고 인상 시기를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같은 서비스인데 가격을 올리면 상대적 저항이 있을 것이고 가입자 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영향이 가장 적은 시기를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한국은 ‘오징어 게임’ 열풍이니 나쁘지 않은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왼쪽), '지옥'의 포스터. (오른쪽)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왼쪽), '지옥'의 포스터. (오른쪽)

올 1월 넷플릭스가 영국에서 가격 인상을 했던 시기도 ‘대박 콘텐츠’가 주목받았던 시기라는 분석이다. 영국에선 ‘크라운’, ‘섹스 에듀케이션’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당시 넷플릭스는 영국 가격 인상에 “2021년 영국에서만 10억 달러를 새 로컬 영화, TV시리즈에 투자해 수천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영국의 스토리텔링을 최고로 보여주는 데 노력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Variety: Netflix Raises Price of Standard Monthly Plan in U.S. to $14 per Month]

넷플릭스는 한국에서도 5년간(2016년~2020년) 7700억 원을 투자해왔고, 2021년 한 해에만 5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에 수천억 원을 투자한 만큼 이제는 가격을 올릴 때라고 판단한 듯 보인다.

[관련 기사: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에 올 한해만 5500억 투자한다]

‘오징어게임’ 이어 ‘지옥’도 인기, “점진적 가격인상 시도”

넷플릭스가 가격을 인상한 직후 공개한 한국 콘텐츠 ‘지옥’도 ‘오징어 게임’처럼 대박 콘텐츠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가입자들이 결제 해지보다 유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지옥은 11월15일주 기준 전체 TV(비영어) 부문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톱 10 웹사이트(top10.netflix.com)를 보면 지난 19일 선보인 지옥이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자메이카, 나이지리아 등 총 12개국에서 톱 10 1위를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인도, 미국, 프랑스, 독일 등 59여개 국에서 톱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톱 10 TV(비영어) 콘텐츠 부문 정상을 차지했다. 특히 11월15일부터 21일까지 글로벌 시청 시간 집계를 보면, 공개 후 단 3일 만에 4348만 시간을 기록하며 1위를 달성했다.

▲넷플릭스 '지옥'의 스틸 공개 장면.
▲넷플릭스 '지옥'의 스틸 공개 장면.

넷플릭스가 대박 콘텐츠로 타 OTT와 차별점을 보일수록 가격 인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정훈 기자는 “앞으로 경쟁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넷플릭스는 계속 가격 인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 데다가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으로 지역 콘텐츠 등에 투자가 늘어났다. 비용 요인이 다수 발생한 것으로 향후 가격을 올리려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디즈니+나 HBO MAX 등 경쟁 서비스와의 대치 상황, 현지 이용자 반응 등을 보며 점진적으로 가격 인상을 시도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며 “장기적으로는 현재 미국 4인의 극장 관람 가격인 40달러 전후까지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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