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일희 전 SBS 논설위원이 ‘윤석열 선대위’에 대변인으로 합류한다. 후배들인 SBS 기자들은 “부끄럽다”며 비판 성명을 냈다.

원 전 논설위원의 국민의힘 합류 소식은 지난 25일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실무를 책임지는 본부장급과 대변인단 인선을 발표했다. 대변인단에는 전주혜·김은혜 의원, 김병민 전 비상대책위원과 함께 원 전 논설위원이 포함됐다.

▲원일희 전 SBS 논설위원. 사진=원 전 논설위원 페이스북 갈무리
▲원일희 전 SBS 논설위원. 사진=원 전 논설위원 페이스북 갈무리

32년 간 기자 생활을 이어온 원 전 논설위원은 지난달 30일자로 SBS를 떠났다. 이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며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였다.

원 전 논설위원은 국민의힘과 사전 교감 없이 명단에 자신 이름이 들어갔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변인단에는 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 전 논설위원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김 전 비대위원에게 대변인단 합류 의사를 전한 상황이다.

원 전 논설위원은 대변인단 합류 소식이 알려진 날 미디어오늘과 통화를 통해 “기사가 났다고 서울에서 연락을 받고 대변인단 합류 사실을 알게 됐다”며 “어떠한 경로로 발탁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도 일면식이 없다”며 “퇴직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정리하기 위해 잠깐 나와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나도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 전 논설위원은 “정치부 기자를 오래 했기 때문에 정치를 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막연한 생각은 가져본 적 있다”며 “이게 운명이면 귀국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전했다.

SBS 내부에서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원 전 논설위원이 기자 직함을 내려놓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정치권으로 향했다는 이유에서다.

▲20대 대통령선거 D-100일인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중앙선거대책위원 회의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가 발언을 하고 있다. ⓒ노컷뉴스
▲20대 대통령선거 D-100일인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중앙선거대책위원 회의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가 발언을 하고 있다. ⓒ노컷뉴스

SBS 기자협회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그가 방송에서 쏟아냈던 말은 결국 정치권을 향한 구애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SBS 기자협회는 떠나는 선배를 예우하고, 제2의 인생을 응원했으나 돌아온 건 실망과 부끄러움”이라고 전했다.

이어 “원 전 논설위원의 잘못된 선택으로 SBS 후배 기자들의 공정한 보도도 외부에선 정치적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것”이라며 “본인의 명예뿐만 아니라 SBS 기자 후배들의 자존심을 처참히 무너뜨린 부적절한 처신을 SBS 기자협회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은 SBS 후배 기자들의 비판과 관련, 원 전 논설위원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연락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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